더써드
2026년 7월 11일 ~ 2026년 8월 2일
시선 끝에 머무는 세계는 과연 고정된 실체일까. 더써드는 이번 전시 《FABRICATION》을 통해 이 명제에 질문을 던진다. 구기정과 남신오는 작업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계가 하나의 불변하는 실체가 아니라, 시선에 의해 끊임없이 조립되고 구성되는 장면에 가깝다고 말한다.
구기정은 디지털 환경으로 구성한 풍경을 통해 동시대의 시각 체계를 예리하게 탐색한다. 작가는 초고해상도 매크로 렌즈로 포착한 자연에 3D 렌더링 기술을 접목하여, 실제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선명한 ‘초과된 풍경’을 제시한다. 기술에 의해 증강된 현실은 스크린 안에서 미끄러지듯 매끈거리며 결코 자연스럽지 않은 자연을 마주하게 한다. 현실을 더 사실적으로 포착하려던 디지털적 시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인위적인 결과물로 귀결되면서, 우리가 화면을 통해 당연하게 소비해 온 이미지의 허구를 인지시킨다. 나아가 그의 작업은 스테인리스 프레임, 아크릴 등의 단단한 속성의 물리적 재료들과 섬세하게 결합한다. 이는 관객의 시선을 화면에만 두지 않고 이미지의 경계면을 이루는 물질적 구조까지 지각하도록 확장한다.
한편 남신오는 건축적 구조와 재조립된 형상을 통해 견고해 보이는 현실의 질서 안에 내재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건축물에서 사회적 시스템과 규범의 은유를 발견한 그는 건축적 요소와 인테리어 오브제들을 원래의 기능에서 이탈시키고 재조립함으로써, 기성 체계가 유지해 온 안정성과 정상성의 감각을 교란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파편화된 실내 오브제를 통해 일상을 조직하는 보이지 않는 규범을 드러낸다. 작가는 빈티지 가구에서 따온 문, 손잡이, 책 같은 삶의 흔적이 묻어나는 사물들을 매개로 인간과 사물, 그리고 이를 조직하는 사회적 질서의 관계를 탐구한다. 서로 다른 디자인 언어를 한 공간 안에 병치하고 충돌시킴으로써 기성 제도가 규정해 온 ‘알맞은 디자인’, ‘효율적 동선’, ‘규격화된 일상의 양식’과 같은 견고한 가치 체계를 교란하는 것이다. 이 모호한 경계면에서 관객은 주어진 구조와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주체적 위치가 어디인지를 스스로 되돌아보게 된다.
구기정과 남신오의 작업은 이번 전시에서 집요한 역설을 통해 교호한다. 각자의 매체로 주고받는 이 모순의 대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능동적으로 재편성하는 시도이다. 구기정은 고도화된 첨단 매체가 마땅히 도달해야 할 시각적 환영을 거부하고 오히려 그 정교한 기술로 기묘함을 도출한다. 초 시각적 화면에만 몰입하게 만드는 것 같으면서도 프레임 바깥으로 물질적 요소를 끄집어내어 공감각적 체험을 유도한다. 즉 완벽함을 배반하고, 화면 바깥을 보게 만드는 모순은 관객이 스크린 뒤에 숨겨진 세상을 스스로 더듬어보게 만든다. 남신오는 당연하게 여겨지던 평범한 일상의 오브제들을 의도적으로 파편화한다. 가장 사적이고 사소한 사물들의 집합을 우리 삶을 지배하는 거대하고 완고한 사회적 가치 체계에 대응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두 작가의 역설적 시도는 무감각한 응시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한다. 《FABRICATION》은 단순히 이미지를 제작하거나 공간을 가공하는 기술적 행위를 넘어, 세상을 주체적으로 해체하고 나의 맥락으로 다시 재편성하는 '시선의 힘'을 살핀다.
참여작가: 구기정, 남신오
출처: 더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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