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터테인
2017년 9월 15일 ~ 2017년 10월 3일
안개로 가득한 산속이다. 짙은 안개를 뚫고 봉우리들, 기암절벽들이 솟아 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산수화의 이미지다. 산수화는 말 그대로 산과 물을 그린 전통적인 회화 양식이다. 산과 물은 자연을 대표한다. 따라서 산수는 자연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산과 물은 자연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것을 즉각적으로 드러내는 일종의 바로미터다. 변화무쌍한 자연을 바라보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지금 시대로 보자면, 자연의 변화를 보고 느끼는 것은 거대한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스펙터클한 영화를 감상하는 것과 비교해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명확한 서사가 있는 영화와 그 변화의 끝을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자연의 경관은 감상의 차원이 다를 것이다. 명확한 서사가 없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정신활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해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자연을 본다는 것은 일종의 정신활동을 의미하게 되며 결국 자연을 그리는 산수화는 정신활동의 결과다.
자연을 바라보는 다양한 방법들 중 구본숙 작가는 자연을 음악 그 자체로 바라보았다. 그가 바라 본 자연은 하나의 선율을 다양한 연주자가 서로 다르게 변주하는 헤테로포니, 즉흥 연주였다. 음악에 대한 작가만의 남다른 관계와 관심도 관심이지만 그의 음악적 감수성과 자연의 다양한 이미지의 결합은 사진 작업임에도 너무나 회화적이었다. 심지어 자연 전체의 흐름과 개별적 움직임을 완벽하게 포착한 장면들은 한 편의 시와 같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하다. 이렇듯 자연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선율로 바라봤던 구본숙 작가는 이번 ‘악산악수’ 시리즈를 통해 보다 더 직접적으로 자연에 개입하고 보다 더 자연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이중적 작업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악산악수’ 시리즈에서 작가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산수화적인 정신활동으로서 자연을 바라보는 행위와 함께 직접적으로 음악인들을 출연 시킴으로 인해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만의 새로운 구도가 만들어졌다. 즉, 작가의 기존 작품은 자연의 동적인 순간들을 음악적 감수성으로 포착해 왔었다면 이번 시리즈는 자연을 철저하게 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의 사진은 변화 무쌍한 자연보다는 고요하면서도 웅장한 자연을 담고 있다. 선인들이 산수화를 통해 자연에 동화되기를 희망했듯이 작가 역시 고요하면서도 웅장한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물아 일치와 같은 정신적 감흥에 집중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이번 작업을 통해 철저하게 ‘탈신비화’를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고 이야기한다. 탈신비화는 말 그대로 감성적인 판단보다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기초로 하여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작가는 무엇으로부터 탈신비화 하고자 하는가. 과연 그의 사진에서 이성적 판단이 이루어져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일단, 그 질문에 답은 지극히 고요하면서 웅장한 자연 속에서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와 함께 등장하는 음악인인 듯하다. 일반적으로 음악인이 등장하는 사진일 경우 음악인들이 주인공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것은 특별한 이력을 가진 인물들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로 그 인물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들 인물을 그 웅장한 자연 속에 있는 한그루의 나무와 같이 혹은 바위에 올려져 있는 작은 돌멩이와 같이 등장시킨다. 늘 주인공이 되었어야 했던 이들을 자연의 한 부분으로 객관화시키고 환원시킴으로써 작가는 애초에 염두에 두었던 탈신비의 과정을 수행할 수 있었던 듯하다. 이 부분에서 작가의 말한 대로 자연을 즐긴다는 의미로서 요산요수가 아니라 자연 그 자체를 음악으로 즐기는 음악인들의 모습으로서 악산악수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자신이 원하는 색과 구도가 나올 때까지 수차례 같은 산을 오르면서 작가는 이미 자연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몸과 마음으로 직접 겪었을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객관적으로 시각화하여 자연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선율이 되었음을 느꼈을 때 작가는 그 고된 산행의 달콤함을 즐겼을 것 같다. 진정한 악산악수였을 듯하다. 이러한 구본숙 작가의 악산악수는 마치 연주가 시작되기 직전 오케스트라 앞에 선 지휘자의 지휘봉 끝의 떨림처럼. 크게 한번 숨을 들이마시고 첫 지휘가 시작되기 직전의 그 긴장처럼 짜릿하고 설렌다. (글. 임대식)
오프닝
2017년 9월 15일 금요일 오후 6시
출처 : 아터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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