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공간수애뇨339
2025년 2월 7일 ~ 2025년 3월 14일
《굽 과 합》 설치전경, 수애뇨339, 서울, 2014 이미지 제공: 수애뇨339
수애뇨339는 도예를 기반으로 순수미술의 영역까지 작품세계를 확장하고 있는 이능호와 박성욱의 주요 작업을 선보이는 개관 9주년 기념 기획전 《굽 과 합》을 오는 2월 7일부터 3월 14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업의 원재료인 흙을 독창적인 형태와 구성으로 실현시키는 두 작가의 작품을 보편적인 2인전의 형태를 넘어 한국 고유의 미학인 굽과 합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릇의 밑바닥에 붙은 나지막한 받침을 가리키는 ‘굽’은 본래 다른 존재를 받쳐주거나 돋보이도록 만들어졌기에, 편과 같은 다른 존재와 ‘합’쳐져야 그 가치를 발한다는 점으로부터 출발하여 기획된 《굽 과 합》은 사람 역시 서로 의지하며 합을 맞추어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널리 전하고자 한다.
최근 호암미술관에 작품이 다수 소장되며 국내 미술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는 이능호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을 대표하는 〈집〉과 〈집 – 그 이후〉 연작을 선보인다. 호암미술관에 소장된 연작이자 작가가 “좋은 기운(상서로운 기운)이 응집된 최소의 덩어리”1라 소개하는 〈집〉은 그가 과거 씨앗을 보고 느낀 생명의 경이로움을 둥근 타원형의 형태로 함축하고 있다. 개별의 덩어리들은 각각 알, 씨앗, 꿈 등 다양한 개념들을 나타내는데, 그 결과 전시장에 비치된 개별의 작업들은 함께 모여 하나의 우주를 형성한다. 한편, 흙을 쌓아 올리며 형태를 두들겨 빚는 전통옹기 제작 기법 중 하나인 ‘타렴질’을 통해 노동집약적으로 완성되는 작업들은 단순 기물이 아닌 정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오브제로 변모하여 정서적 치유와 편안함을 느끼게끔 만든다.
〈집 – 그 이후〉는 〈집〉의 연장선 상에 있는 투각 작업으로 ‘덩어리’의 묵직한 존재감과 변화가 남긴 흔적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 〈집〉이 생명의 원천인 ‘집’을 밀도 높게 형상화했다면, 구멍이 연속적으로 뚫려 있어 벌집을 연상시키는 유동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는 〈집 – 그 이후〉는 “집을 떠난 흔적”2인 셈이다. 작가는 이러한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집’의 개념을 역동적으로 확장해 나가며 그 여정을 시각적으로 기록한다.
이번 전시는 자유분방한 멋의 대명사인 조선시대 분청사기를 현대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한 도예 작업으로 국내외에서 찬사를 받아온 박성욱이 지속적으로 천착해온 색다른 매력의 〈편(片)〉 연작도 선보인다. 작가의 회화적 도전이라고도 여겨지는 〈편(片)〉 작업은 수천 개의 편(片)들을 모자이크처럼 반복적으로 촘촘히 나열하는 방식으로 완성되는데, 마지막 편이 끼워졌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풍경은 도예가 회화로 확장되는 지점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낸다. 박성욱은 자신의 작업을 “공(空), 간(間)의 켜를 기억”3하는 과정이라 언급하기도 하는데, 이는 그가 평소 산을 오르며 새로운 흙을 찾아 담고, 분쇄를 하거나 수비를 거쳐 작은 조각으로 자른 뒤 장작가마로 소성하는 고된 덤벙분청기법의 과정이 완성된 〈편(片)〉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각기 다른 때에 발견한 흙으로부터 생산되어 흰색부터 푸른색까지 다양한 층의 색감을 드러내는 편들은 저들 만의 시간을 지닌 채 한 화면에 놓여 현재의 시간에서 존재한다.
이능호와 박성욱의 작업들은 수애뇨339 2층 전시장 내외부를 아우르며 도예가 그리는 독특한 회화적 풍경을 입체적으로 서술한다. 한편, 두 작가의 주요 연작 사이사이에 비치되는 그들의 생활 도예 작업들도 또 다른 관람 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시기획을 맡은 카다 크리에이티브 랩(KADA Creative Lab) 전혜정 대표는 이번 전시에서 “씨앗으로 시작해 축적된 시간의 미를 담은 집, 빛을 받아 줄기로 각각이 더 길게 아낌없이 내어보내는 투각, 유사하지만 동일하지 않은 요소의 반복으로 일목요연한 질서를 만들며 기억을 담아낸 편, 수줍게 올려놓은 굽이 쌓여 올려진 탑”을 어우러지게 선보이고자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1 이능호 작가 작업 노트, 2025.
2 이능호 작가 작업 노트, 2025.
3 박성욱 작가 작업 노트, 2025.
참여작가: 이능호, 박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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