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175
2015년 8월 7일 ~ 2015년 8월 18일
김가연_2014.7.24_oil on canvas_72.5x91c_2015
보도사진 속 사건이 감각적 붓질을 통해 역사적 에피소드로 재탄생한다. 포토저널리즘에 기반한 김가연의 그림은 방대한 인터넷 공간 속에서 소모되고 버려지는 수많은 보도사진들을 회화적 표현을 통해 캔버스 위에 부활시킨다. 그녀의 작업은 보도사진을 회화로 전환하면서 그림이 어떻게 현실, 기억, 역사를 사진과 달리 다층적인 방식으로 기록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동시에 기록으로서의 회화가 어떻게 현대적 의미에서의 역사화가 될 수 있는 지 질문한다.
20세기 초 사진과 영화에 대한 직관적 통찰력을 보여준 독일의 비평가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는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진 강력한 묘사의 힘이 오히려 기억을 방해한다고 논평했다. 사진은 기억을 보존하지만, 낱낱이 디테일을 드러내고 물질화하는 냉정한 시선을 통해 기억의 비물질적 속성과 대립한다. 또한 묘사된 이미지에 대한 주관적 판단을 차단하며 개인의 해석이 개입할 공간을 최소화한다. 만약 그림이 현실을 기록하는데 있어 사진과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사진이 차단한 개인적 해석의 공간을 회화적 표현을 통해 넓힐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그 회화적 공간에서는 개인과 사건이 단선적 관계가 아닌 다층적 관계를 맺게 되는데, 김가연은 회화적 기록언어를 통해 ‘벌어진 사건’과 관람객을 새롭게 연결하는 현대적 역사화를 창조하고 있다.
그녀는 사건이 벌어진 날짜를 그대로 그림 속에 기록해 사건의 역사화를 시도한다. 과거의 역사화가 주로 교회와 왕실의 권력에 봉사하며 권력의 영광스런 순간을 객관화했다면, 김가연이 지향하는 현대적 역사화는 회화의 서사적 표현이 가진 특유의 힘으로 보도사진을 재해석해 사건과 관람객을 심리적으로 재매개한다. 사진과 과거의 역사화가 단순히 의미 전달에 그쳤다면 현대적 역사화는 보는 이의 반응과 해석에 주목한다. 역사화가 사라진 시대에 김가연의 그림이 가진 미덕이라면 특유의 표현적 묘사를 통해 그림 속의 사건들이 고정된 것이 아닌 다양한 방식과 측면에서 읽힐 수 있는 ‘기억’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다. 따라서 그녀의 그림은 보도사진 속 사건을 재해석해 기억이라는 옷을 만들어 입히고, 추모라는 구체적 행동까지 이끌어내는 ‘벌어진 사건’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근래 들어 많은 화가들이 재현이라는 예술 고유의 기능에 다시 눈을 돌려 현실을 기록하고 모방하는 방식을 재탐구하고 있다. 현실은 사진 이미지가 보여주듯 객관적 실체의 총합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이 투영된 주관적 표상이라는 점을 떠올려 본다면, 김가연의 역사화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역사적 사건을 재해석하도록 이끄는 독특한 기록매체로 정의할 수 있다. 그 회화 언어를 세련되게 다듬고 발전시켜 현대적 의미의 역사화가 부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보인 것이 그녀 작업의 의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상호(큐레이터)
김가연_2014.3.28_oil on canvas_112x162cm_2015

김가연_2015.5.21_oil on canvas_140x200cm_2015
출처 - 갤러리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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