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슬
2019년 5월 17일 ~ 2019년 6월 29일
최근 개발되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사용자 편의 항목을 살펴보면 촬영한 사진의 기본적인 보정부터 전문 합성 기술까지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으로 완성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제 우리는 사진을 촬영하고 완성하기까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각 브랜드에서 완벽하다고 주장하는 설정의 사진을 현실처럼 믿고 공유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표면으로 낙하하기»전에서는 이처럼 셀 수 없이 많은 이미지가 손쉽게 생산되는 시대에 현대 사진가로서 김경태가 피사체를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서 살펴보려 한다.
김경태는 "광학적 원근법을 극복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사용한 방식은 포커스 스태킹(Focus stacking) 촬영 기법의 하나로 카메라를 점진적으로 피사체에 접근시키며 초점 면을 획득하고 합성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식은 주로 작은 물체를 촬영하는 데 사용한다. 이렇게 사물의 겉면을 촘촘하게 나눠가며 촬영하는 과정에서 피사체의 가까운 곳과 먼 곳의 선명한 부분이 같은 크기로 담기게 되는데, 이로 인해 소실점이 없는, 평면 투시의 이미지가 완성된다. 최종 결과물을 위한 모든 과정은 작가가 물체를 관찰하는 행위와 경험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의 작품이 불가능할 정도로 강한 피사계심도를 가진 사진이라는 사실보다,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그가 사물을 선택하고 응시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작가는 피사체로 선택한 소재의 기준을 "그 자체가 크기의 단위를 보여줄 수 있고 결과물의 형태가 투시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물”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번 개인전에서 스케일 큐브(Scale Cube)를 앞서 언급한 방식으로 촬영하여 건축 또는 기계 도면 등에 사용하는 엑소노메트릭 프로젝션(Axonometric projection)1의 분류로 보이는 장면을 만들었다. 본 전시에 피사체로 쓰인 스케일 큐브는 사방 1cm의 정육면체로 본래 미항공우주국에서 운석 촬영 시 크기와 방향의 기준이 되는 사물이다. 작가가 과거에 보여준 피사체—돌, 육각너트, 오래된 건축물, 책 등과 비교해볼 때 이번 전시는 촉각적인 부분이 더 강해진 느낌이다. 작가가 선택한 거칠고 아름다운 사물은 디지털 프린트로 평면화되었지만, 눈으로 볼 수 없었던 질감이 다시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자연물이 확대되면서 나타나는 풍경은 생경하며, 주조, 조각, 출력 등의 과정을 거친 공산품에 숨겨져 있던 표면이 드러날 때의 쾌가 있다. 스케일 큐브의 비현실적인 물성은 전시장 입구에 설치한 'Scale Cube 1P, Digital C-Print, 125×100cm, 2019' 에서 실제 사물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게 잘라낸 모습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때로 그래픽 이미지처럼 보이는 그의 작품은 얼핏 광학 기술을 뛰어넘으려는 시도처럼 보일 수 있으나, 작가의 작업 과정은 사물을 눈으로 먼저 면밀히 살피고 종이에 맨손으로 자세히 기록하는 행위에 더 가깝다. 작가는 사람이 인식하는 사물의 형태가 포커스 스태킹처럼 눈으로 사물의 여러 지점을 훑어보고 뇌에서 하나의 사물로 인지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Scale Cube 1F, Digital C-Print, 150×150cm, 2019'는 아이소메트릭 프로젝션(Isometric projection)2 으로 이미지의 중심 축에 인접한 3면이 모두 동일한 밝기와 각도로 이루어져있다. 이 스케일 큐브는 더욱더 평면도 입체도 아닌, 마치 검은색 판지에 새겨지거나 흑연으로 가득 메운 드로잉 같기도 한 기이한 모습을 띤다.
시대별 미술가의 투시법의 변화가 당대 주체 의식, 세계관, 관찰자가 응시하는 바를 드러내듯이 김경태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투시법과 출력 방식은 작가가 사물을 인식하는 태도를 짐작하게 한다. «표면으로 낙하하기»전에서 실물보다 약 1000배 이상의 넓이로 인쇄된 물체의 실재 같은 환영에 둘러싸여 그간 우리가 과거부터 정해진 규칙에 얽매어 물체를 바라본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김경태는 현대 광학 기술 위에서 신체를 통한 경험의 라이브러 리를 확장하고 끊임없이 새롭게 바라보는 방식을 공유할 것이다. / 큐레이터 김수현
1 축측 투영법, 물체를 수평면에 대해 경사진 상태로 정면에서 투영한 이미지. 등각, 2등각, 부등각 투영법이 있다. 건축, 기계 도면에 선호되는 방식으로 원근 없이 평행 투시하여 실제 제작 시 오차를 최소화 한다.
2 길이, 폭, 높이를 직교하는 3직선의 교각이 모두 120도인 축측 투영법의 한 형태, 등각 투영법.
출처: Whis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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