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듬
2019년 12월 11일 ~ 2019년 12월 21일
아버지가 돌아 가시고 어머니는 바쁘시다. 화단을 가꾸고 야채를 심고 집안 이곳 저곳을 쓸고 닦으신다. 아마도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아버지도 형제들도 없는 빈집을 보살피신다. 그 모습이 답답해 다정한 말 대신 나도 모르게 화를 내고 후회 했다. 문득 내가 어머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다. 한번이라도 옥상 텃밭에 덜 올라 가시라고 그 흔한 영양제 대신 미술용품을 툭 내밀며 그림을 그려보시라고 말했다.
그런 무뚝뚝한 막내아들은 미술한답시고 집을 떠나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고 있다. 어릴 때는 성북동을 떠나고 싶었다. 어릴적부터 봐오던 이웃들과 익숙한 풍경들이 싫었다. 아니면 오래된 집을 떠나고 싶었을런지도 모른다. 막상 동네를 뜨고 시간이 흐르니 기억들이 옅어져 사랑했었는지 미워했던 건지 한동안 구분이 가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평소에 웃음이 없으셨던 아버지의 오래 된 사진 속 미소같이 남아 내 몸 어딘가 맴돌고 있다.
그 미소처럼 행복하길 바래요 엄마
출처: 대안공간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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