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케이
2024년 11월 22일 ~ 2024년 12월 8일
아르떼케이는 2024년 11월 22일부터 12월 8일까지 김도플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도플은 문화적 공상을 바탕으로 일상의 삶 속에서 보편적으로 경험 가능한 상황이나 사건들을 평면과 설치 등으로 재구성하여 허구적인 상황으로 재현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작동하는 과정속에서 개인이 불가피하게 직면하는 일들에 주목하며 그 안에 숨겨진 내적 의미를 탐구한다. 재구성된 화면이나 공간은 보통 내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회 정경을 개인의 기억과 함께 재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개인의 탈주와 초월의 가능성의 장소가 된다.
개인의 안위를 위협하는 경험들을 미리 파악하거나 예상하고 더 나아가 예언하는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현상 및 정보들을 소재로 하였으며, 작가가 위치한 물리적, 비 물리적 장소와 상호작용하는 예술적 방법론을 연구한다. 특히, 고도화된 시스템이 내어주는 개인의 장소에서 개인이 상상으로 저항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탐색한다. 신자유주의적 상상이나 이데올로기의 그림자, 디지털 기술 발달이 가져오는 명암 등이 주로 질문하는 대상이며 마찰과 대항, 의도된 탈락과 긴장, 모순의 노출, 허구의 실제화와 함께 유머가 담긴 표현 방법론을 지향하며 매체의 공시적인 상황을 이용해 표현한다.
최근에는 끝내 완결 짓지 못한 작가와 작가 아버지와의 갈등을 기반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부터 지방 인구 소멸 및 초고령화 사회, 그리고 세대 간의 갈등 등에 대한 예술적이며 개인적인 해소를 위함이다. 생태주의적 태도와 민속학 그리고 토속 문화들을 통해 한국의 전통적 풍경이 가졌던 평등의 가치에서 시작하고 있으며 합리주의와 이성적 판단을 넘어서 있는 사랑과 화합을 도모하려 한다. 80년대 생의 아버지 세대(58년 개띠로 상징되는)와의 문화적 유전을 재현과 반복, 인식의 균열을 내어 개인적이지만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화해를 통한 삶의 균형을 잡고자 한다.
이번 전시 제목의 하이웨이(Highway)는 ‘높은 길’, ‘상승하는’ 또는 스스로를 위한 ‘초월하는’ 의미로 다가간다. 이는 작가가 현재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에서의 탈출이나 도주가 됨을 의미하며 실제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 보다는 상황을 바꿔보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다.
작가노트
제 작업의 대부분의 이미지는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애니메이션을 출처로 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태생적으로 허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회화의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크 퍼트는 『개소리에 대하여 On Bullshit 』에서 거짓말과 개소리를 구분하는데 있어 흥미로운 의견을 내놓습니다. 거짓말은 ‘불가피하게 진리 값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합니다. 즉, 진실을 위장하여 설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개소리 (저에게는 허구)는 초점이 광범위하다는 점입니다. 거짓말과 다르게 창조적입니다. 저는 개소리가 가지는 창조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가의 삶은 ‘많은 일이 일어나지만 어떠한 합리적 결과가 나오지 않는 상태'인 헛소동이자 명상의 상태로 정의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선택과 집중과는 다소 멀어져 있는, 허구적인 상태의 지속이 예술가의 창작과정이자 삶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즉, 완벽함이 아닌 휘발 적이며 유동적인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진실보다 사실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진실은 하나이지만 사실은 어떻게 접근하냐에 따라 다의적으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에서 ’사실‘이라는 것은 ’허구‘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 지점 역시 저의 어렸을 적 기억 때문인 것 같습니다. 8살 무렵 제가 서울에 살 때였는데 SBS 방송국 개국을 한다고 제가 즐겨 보던 미국판 애니메이션 배트맨이 방영 취소된 것을 알게 되고 매우 서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주변 공사장에 놓인 모래 산을 가지고 놀 때였는데 도대체 SBS가 뭐 길래 나의 여가 시간을 방해하는지 분노했던 우스운 기억이 납니다. 80년대-90년대의 애니메이션은 많은 작업물이 손으로 제작하였습니다. 한 프레임 한 프레임 다 손으로 그려 작업을 한 것이죠. 물론 디지털 적인 접근도 같이 했겠지 만 지금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소위 인력을 갈아 넣은 작업물들이 다수입니다. 제가 놀랐던 부분은 1초에 12프레임에서 24프레임이라고 하면 이 프레임 한 장에 많은 정성을 들였다는 겁니다.
겨우 1초라는 시간을 위해 그 많은 드로잉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 작업물들을 보면 숭고한 마음까지 듭니다. 특히 미래소년 코난의 순간적인 프레임들은 놀라웠습니다. 물리적으로는 1초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지만 저에게는 무한한 시간들로 보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아버지 세대가 만들 작업물을 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작업은 크게 보면 인간 다움에 대한 연구이지만 작게 보면 아버지 세계와 나의 세계의 상호 연결지점을 탐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세기의 근대화 과정에서 젊은 날을 보냈던 아버지 또는 아버지 세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아버지와 친구처럼 지냈지만 많이 다투기도 했습니다. 아버지의 사고방식에 대해 이해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가장 큰 어려운 점은 자신의 삶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모든 결정이 남을 위한 것일 때, 가족이나 본인이 아닐 때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아버지만의 ’생존 전술‘이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고속도로 전술처럼, 아버지의 선택은 겉으로는 남을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마음 끝에는 본인과 우리 가족을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소품 작업에 드러나는 1:3 비율의 경우 아버지께서 평생 고수하신 2:8 가르마(사실은 거의 1:3비율)와 남자는 티셔츠를 바지 안에 넣어야 하고 배꼽 위로 바지를 치켜 올려야 다리가 길어 보인다 라는 나름의 신체 비율 극복기술에 대한 은유입니다.
- 김도플 작가노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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