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밈
2016년 8월 10일 ~ 2016년 8월 29일
김동기 개인전 : 걷는사람

갤러리밈은 동시대 미술의 가치를 탐구하며 자유로운 실험의 영역에서 그 실천을 고민하는 젊은 작가들을 지원합니다. 김동기 개인전은 역량 있는 신진작가의 전시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영큐브 프로젝트’(Young Cube Project) 전시로 개최됩니다.
먹이사슬의 수장인 인간은 수하(手下)의 자연을 훼손하기도 보호하기도 한다. 주로 훼손하는데, 재앙의 조짐이 보이면 서둘러 보호하는 편이다. 과학기술의 파괴력이 너무 커져 한번 자연을 훼손시키면 아예 사라지거나 아주 긴 회복기간을 기다려야 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특히 몇 사람의 단순한 실수로 야기한 어마어마한 불행은 이제 해마다 10대 뉴스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인간의 문명과 발명품을 거부하고, 원시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능사일까? 그동안 인공과 자연의 적절한 배합은 인류를 풍요롭게 진보시키는 원동력이었으며, 그 결과는 늘 도시 문명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인간은 오래전부터 도시에 몰려 살기를 좋아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도시란 그곳의 실력과 지혜와 감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이자 상징이다. 그렇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이란 도시는 어떠한가? BBC에서 발행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 가이드 잡지 <론리 플래닛>은 2009년 서울을 ‘당신이 싫어하는 도시’ 3위로 꼽았다. 미국 디트로이트, 가나의 아크라에 이은 3위다. <론리 플래닛>은 서울을 ‘무질서하게 뻗은 도로, 옛 소련 스타일의 콘크리트 아파트, 끔찍한 대기오염에 영혼도 마음도 없는 곳’이라는 설명이 덧붙었다. 다소 치우친 평가라 억울하기도 하지만, 서울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효율성만 강조된 회색도시’로 각인돼 있음은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시각 예술가들이 서울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예술가의 입장에서는 시각 공해가 생화학적 공해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생화학적 공해는 어느 정도 스스로 정화가 가능하여 시간이 흐르면 자연치유가 되는 편인 반면, 한번 굳어져 볼품없는 늘어진 콘크리트 구조물을 본의 아니게 매일 봐야하는 상황이고, 그럴수록 우리 영혼은 피곤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오늘날 산수(山水)가 등장하는 자연의 서울을 그릴지언정, 인공의 서울은 예술가의 소재에서 이미 멀어졌다.
김동기 작가는 이러한 매일 ‘공사중’인 서울을 외면하지 않고, 예술의 소재로서 적극적으로 부딪힌 것은 매우 용기 있고 참신한 출발이었다. 먼지와 소음의 현장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보란 듯이 개성 넘치게 미화한 것이다. 특히 서울의 개발논리에 아무런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수갑에 채워진 꼴인 수많은 나무들의 초상화를, 김동기 작가의 손을 거친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웃다가고 울게 된다. 보기에 따라서 유쾌한 풍자화이면서 비장미 넘치는 마무리로 종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자의 주관적인 감상이 관객에게 일정하게 전달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김동기 작가가 황폐하고 불편한 정서를 아름답고 위트 넘치게 바꾸는데 성공한 예술적 감각은 객관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에 사는 시각 예술가에게는 서울은 작업하기에 불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매력적이지 않은 모습을 띄어 결코 만족스러울 수 없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소재는 제한되고, 감성이 스스로 메말라 작가 자신에게 큰 손해가 된다. 정 견디기 어렵다면 외국이나 시골로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현명한 대안일 수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김동기 작가의 판화 작품은 더더욱 빛이 난다. 척박하고 거친 이미지 속에서 작가만의 통찰력으로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 재창조한 것이다. 또한 주제가 절묘하게 전달된 이유 중 결정적인 것은 매체가 유화나 사진이 아닌 목판화였기 때문일 것이다. 따뜻하면서도 거칠고, 세련되면서도 소박한 표현이 가능했다. 그래서인지 작품의 여운을 길게 느껴진다.
서울은 하루아침에 뉴욕이나 파리가 될 수도 없다. 서울만의 실질적인 매력을 만드는 것은 주로 시공무원의 몫이다. 대신 예술가는 놀라운 현실도피 감각으로 관객을 유혹하고 위로할 수 특권이 있다. 김동기 작품은 영화에 빚댄다면 팀 버튼 감독의 영화 <픽 피쉬>에 가깝다. 시시하고 밋밋하기 그지없는 눈앞의 현실을 매력적인 판타지로 만들어버리는 놀라운 솜씨가 공통점이다. 터무니없는 거짓이면 또 어떤가. 과학이 아닌 예술의 영역에서 거짓말처럼 훌륭한 덕목은 없다. 김동기 작가의 이런 마술이라면 화폭에서 얼마든지 속아줄 용의가 있다. 더 지독한 쓰레기더미에서 무엇을 찾아 만들어 낼지 다음번 그의 손을 궁금해진다. 강철 시각이미지전달자
출처 - 갤러리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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