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아트스페이스
2016년 1월 26일 ~ 2016년 2월 1일
oneday, 73x60cm, oil on canvas,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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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 감각을 회복시키는 장소로서의 회화
김리윤 작가의 회화 작업들을 감상하게 되면 무엇인가 아련한 추억들을 보고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회화 작업 속 이미지들은 분명 김리윤 작가가 경험한 이미지들임에도 관객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역시 언젠가 보았던 기억을 되살려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기억 속 순간처럼 보이는 그림 속 이미지들로 인해 오래된 음악이나 복고풍의 영화를 볼 때처럼 따듯한 감성을 젖게 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회화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대상을 그림을 통해 재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때 재현이라 함은 대상을 그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와 같은 어떤 다른 것으로 대체함을 의미한다. 김리윤 작가의 작업 역시 기억 속 한 순간을 재현하는 것,즉 회상을 통해 떠오른 이미지를 캔바스와 물감과 같은 물질적 방식에 의해 대체해 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시간과 공간이란 본질적으로 과거의 것을 현재로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이를 특별히 캔바스 위에 물감으로 그려진 회화에 의해 대체시켰다는 말이다.
김리윤 작가의 작업은 이처럼 되돌아갈 수 없는 순간에 대해 회화적 방식으로 말 걸기를 하고 현재의 이 순간의 위치에서 과거의 순간과 대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라고. 그러나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추억의 순간들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다만 회화적 방식의 표상 행위를 통해 그 순간들을 지시함으로써 그곳에 접근하고자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작가의 작업을 살펴보면 그 순간을 지시하고자 하는 붓질의 흔적이 그 지점 지시하지 못하고 계속 흔들리고 빗나가고 있는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작가는 그 추억의 순간들을 정확히 지시할 수 없음을, 그리고 항상 그 지점으로부터 빗나갈 수 밖에 없음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일는지 모른다. 그래서 김리윤 작가의 작업을 보면 형상들이 일렁이는 파도 위에 있는 것처럼 시각적으로 흔들리고 흐려져 가는 듯이 보인다. 아마도 위에서 언급한 바처럼 기억이 사진처럼 명료하게 어떤 대상을 지시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한데, 다른 한편 그의 작업패턴이 인간의 기억 방식과 닮아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의 기억은 흔들리고 사라져간다. 김리윤 작가의 작업은 이처럼 아른거리며 흐려지며 기억의 순간들을 온전히 지시하거나 이르지 못하고 소멸되어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흐려져버린 기억의 뒤편 빈 공간으로부터 상처의 껍질 뒤에 새살이 생겨나듯 되살아나는 감각들이 있다는 점이다. 사실 김리윤 작가의 그림은 어린 시절 혹은 과거의 기억 속 공간을 환기시키지만 뒤집어보면 그때 그 순간의 시공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확인시켜주는 증명서가 되어 버리고 만다. 결국 작업은 이미지로만 가져올 수 밖에 없는 그 시공간에 대해 확인시켜주는 지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간은 경험할 수 있는 영역의 한계를 인식하게 만드는 지점이기에 일회적 순간에 대해 다시 마주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안타까움만 가져다 준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그의 작업은 한번밖에 없었던 그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지점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시공간을 소환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업에서 어떤 특정한 감각이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빗나가고 흔들리고 있는듯함에도 불구하고, 부분적으로나마 과거의 경험을 환기시키는 이미지들 때문인 것 같다. 이 이미지로부터의 자극은 과거의 어느 한 순간을 경험했었고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몸이라는 영역에서 그 순간과 마주하였던 감각을 소환시키는 경험을 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의 기억이나 그 기억을 되살려주는 사진으로부터 작업을 시작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그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과거의 기억을 현실의 감각으로 재구성한다는 말이다. 마치 꿈이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환경을 반영하듯이 그렇게 재구성된 작품은 몽상적 이미지처럼 의외적이고 혼재된 모습이다. 관객은 이렇게 과거와 현재의 감각이 만나 재구성된 작가의 기억 속 이미지들로부터 시작된 작업을 감상하게 된다. 이 경우 관객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의 기억과 관련된, 만들어진 이미지를 접하게 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추억과는 다른 그 이미지들로부터 이와 상관없는 자신의 추억에 대해 자극 받게 되고 오히려 작가의 작업에 공감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작가의 추억이나 경험을 보는 것도 그의 감각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미지가 가져다 주는 자신의 기억 속 이미지와 유사한 부분을 자극하게 됨으로 인해 자신의 추억이나 경험에 대한 감각이 살아나는 것이 원인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김리윤 작가의 작업은 특정한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한 순간에 대한 감각을 자극하고 되살려내는 힘이 있다는 점에서 작가에게도 그리고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이에 있어서도 시간과 공간을 따라 살아가고 있는 존재로서의 위치를 확인하게 만드는 작업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소중하다는 가치와 그 의미를 생각해 보는 작업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결국 그의 작업은 그렇게 작가에게 그리고 그의 작업을 감상하는 각자마다의 소중한 기억과 추억을 만나는 장소, 다시 말해 그때의 감각을 회복시키는 장소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출처 - 사이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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