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터테인
2016년 8월 5일 ~ 2016년 8월 23일
김병관, 조해준 : COUNTER WORK

잡문들만 이곳 저곳 흘리고 다니던 작자가 어느 날 전시를 기획하겠다고 나섰을 때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는 바, 여기서 짧게나마 그 연유를 밝히고자 한다. 오랜만에 상봉한 지인 작가들과 향연을 벌이는 가운데 젊은 예술가들의 곤궁한 생활과 최근 이들의 다양한 판로개척 행사들이 안주로 올라오게 되었다. 무릇 향연이란 술 취해 골아 떨어진 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파네스처럼 두 명의 논객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날카로운 말의 칼날을 주고받는 것이 제 맛이다. 그 날의 향연 역시 난장으로 펼쳐지다 결국은 두 명의 작가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는데, 이들이 바로 김병관 작가와 조해준 작가이다. 논쟁에 지쳐가던 본자는 밤이슬이 내려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유사流砂 구덩이를 벗어나고자 꾀를 내었으니, 싸움은 붙여야 맛이라는 시장의 지론을 들먹이며 공평한 심판관도 세워놓고 제대로 무대 위에서 붙어보자고 설득했던 것이다.
아터테인에서 자리를 마련해 준 <카운터 워크: 김작가 대 조작가> 전시는 나의 혀가 발설한 그날의 신의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미완성 향연을 다시 시작하는 향연-이후, 혹은 포스트-향연이다. 20세기의 저명한 미학자 아서 단토 선사先師께서는 예술이 사회적인 맥락 안에 존재한다고 선언하였으나, 우리가 정작 고민하는 문제는 그 사회라는 것이 너무나 다층적이고 추상적이라는 점이다. 김작가의 예술이 다루는 사회는 시물라크르를 팔아먹는 소비자본주의로서, 그는 시대적인 아이콘들과 미디어의 소비재들을 가지고 변주하는 작업을 한다. 반면 조작가의 예술이 겨냥하는 사회는 역사의 비주류에 속하는 평범한 개인들의 일상사와 주류/비주류를 분할하는 미술담론으로서, 그는 변방의 예술가들에게 목소리와 이야기를 부여해 견고한 고급예술의 카르텔을 와해시키는 작업을 한다. 이들의 대립은 미술이 대상으로 삼는 사회적인 것에 대한 차이와 이해방식뿐만 아니라 미술계에서 생존하는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김작가는 미술시장에서 많은 러브 콜을 받고 있지만 미술담론에서는 주목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반면 조작가는 화려한 수상경력들이 보증하듯이 미술담론이 사랑하는 작가이지만 미술시장에서는 존재감이 초라한 형편이다. 김작가가 표면들과 이미지들과 가시적인 것들을 가지고 유희하면서 “그 너머는 없다”고 말한다면, 조작가는 노출되지 않는 것들, 이미지화되지 못한 것들을 집요하게 수집하고 다니면서 “여기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소중한 무엇인가가 존재한다”고 응수한다.
작품들의 면면을 본다면 서로에 대해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대립하기에 이들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다. 그러나 대화dialogue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둘/dia-이 필요하고, 대결은 동류同類가 아닌 것들 사이에서 벌어질 때 흥미롭고 짜릿한 것이 아니던가. 이들은 미술이라는 사회적 장의 한쪽 끝과 다른 쪽 끝을 보여주지만 결국 모두 무대 위의 투사들이다. 그리고 우리의 무대는 미술이라는 영토가 자신의 경계선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포괄하는 하나의 공간이라고 자처할 작정이다. 관객들께서는 부디 우리가 마련한 이 향연에서 오늘날 대한민국 미술계가 앓고 있는 시름병의 양상을 진지하게 진단해 보시고, 말씀 한 마디 베풀어 주시기를 …
디오니소스에게 영광을 바치며!
기획 : 이은정

김병관, <military show-01>, 2016, acryilc on canvas, 53x45.5cm

김병관, <military show-02>, 2016, acryilc on canvas, 53x45.5cm

조해준, <미군과 아버지-초상 : 운전기사 흑인 일병>, 2012~2013, 캔버스 위에 오일 페인팅, 38×27.5cm

조해준, <미군과 아버지-초상 : 뽀로리까>, 2012~2013, 캔버스 위에 오일 페인팅, 38×27.5cm
오프닝 : 8. 5 (금) 6pm
출처 - 쌀롱아터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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