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지점 하나
2020년 5월 9일 ~ 2020년 5월 24일
투명한 것은 어떻게 그 존재를 드러낼까. 공기처럼 대상 안에 파고들어 표면을 부풀게 하거나 바람처럼 가벼운 것들을 흔들리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투명 인간은 붕대를 감아 자신의 외곽을 드러내고 다른 차원의 존재들은 낯선 주파수로 신호를 보낸다. 운이 맞아떨어진다면 이들의 낌새를 포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 정체를 알아내는 일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것은 거의 잡히려는 순간 모습을 감추고 만다. 다 알 것만 같았던 것이 다시 멀어진다. 무언가 잠시 닿았다는 감각만이 손에 남는다.
엄민희는 대상과의 오랜 관계 맺음을 통해 내면 깊숙이 숨어있는 감각과 감정들을 발굴한다. 그는 죽어가거나 죽은 후에도 변화를 멈추지 않는 대상을 끈질기게 바라보며 그것이 사라지는 과정을 한 겹 한 겹 캔버스에 담아낸다. 대상과 부딪혀 되돌아온 감정의 파편들은 붓질을 통해 박제된다. 그 겹들의 총체가 그 대상에 가까워 질 때까지, 마음을 흔드는 낯선 웅얼거림이 고요해질 때까지, 그는 이 죽음의 의례를 반복한다.
김소영은 시 안에서 희미하고 뿌옇게 존재하는 것들을 이미지로 명확하게 담아내려 시도한다. 시에서는 각 단어와 연동된 수많은 이미지들이 투명도를 달리하며 서로 교차한다. 그는 이 모호한 상태에 한동안 머물며 정보가 선명해지는 순간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 선택된 정보로부터 나온 이미지들을 조합하며 최상의 관계를 찾아내고자 한다. 이때 단어와 문장으로 직조된 세계는 잠시 해체되었다가 개별 이미지들이 빚어내는 포즈로 재구성된다.
두 작가의 작품은 부재에 대한 감각으로 교차한다. 엄민희의 경우, 어떤 대상을 눈앞에 보고 있으면서도 자꾸만 감각하게 되는 상실감, 그 미래의 부재에 대한 현재의 애도가 작업의 동력이 된다. 김소영은 아직 없는 상태로 존재하는 세계에 확고한 몸을 부여하려 한다. 찰나의 반짝임을 언제라도 동일하게 재생하기 위해, 즉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그 순간을 현재에 양각하려 하는 것이다. 이들의 작업은 낯선 몸으로써 부재를 옮겨 담는 그릇이 되거나 헛것을 붙잡는 덫이 되기를 자처한다.
음각된 공간에서만 존재하는 것들이 가상의 몸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다. 볼륨을 가진 것들은 껍질을 벗어두고 몸을 옮긴다. 가상의 몸은 0의 자리에서 서로의 세계를 교통시킨다. 사라지는 중인지 나타나는 중인지 미결정된 절반의 상태가 이곳에서는 너그러이 허용된다. 여기에 새겨진 교통의 기록이 뚜껑이 열린 오르골처럼 재생될 때 우리는 비로소 없는 이의 입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글: 김소영
참여작가: 김소영, 엄민희
주최 : 중간지점
이 전시는 ‘제1회 중간지점 프로젝트 - 2인 프로젝트 공모’를 통해 선정된 전시입니다.
출처: 중간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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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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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관: 월요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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