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2021년 10월 16일 ~ 2021년 10월 27일
최근 몇 년 간 ‘위장’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해왔다. 타인에게는 무의미하지만 나에게만 의미있는 위장이라는 행위를 통해 나 자신을 숨기고 가리는 작업이었다. 투구나 갑옷 등 구체적인 형태가 있는 것들을 만들었다. 올해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할 당시에도 이러한 작업을 이어갈 계획을 했었다. 항상 무엇을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앞섰다. 내가 전달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를 표현해낼 구체적인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메시지보다 만들 대상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다 보니 ‘이게 맞는 건가?’하는 의구심과 함께 회의가 찾아왔다. 내 생각을 잘 전달할 방법을 찾기 보다는 메시지를 표현해내기 적당한 대상을 물색하기 급급했다. 어떤 명확한 대상을 만들겠다는 생각 때문에 내 상상의 폭을 좁히고 작업의 범위를 제한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각예술을 하기 때문에 대상이나 형태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서도 물론 생각해봐야 할 문제지만 내 경우에는 이것이 주객전도가 된 듯하다. 작업의 연속성이라는 틀에 갇히기가 싫다. ‘해오던 게 있으니까.’, ‘여기서 작업을 바꾸면 안 좋아 보이겠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싫어졌다. 재료나 표현 방식이 바뀐다고 내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연속성이라는 틀에 갇혀 내 자신을 제한하는 것보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작업의 방향을 달리 하는 시도를 해보는 것이 나에게 더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번 작업은 ‘빗자루로 원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작은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빗자루는 직선적인 형태에 딱딱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물체이다. ‘원’을 그리거나 만들기 위해서는 곡선으로 그린다거나 부드러운 재료로 구를 만들거나 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원, 곡선, 구와는 반대되는 성질을 가진 빗자루로 이를 표현할 수 있겠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고 이를 실현시킬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그간의 작품이 다분히 구상적인 작품이었고 그러한 것들에서 의구심과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에 원이라는 단순하면서도 기하학적인 형태에 매력을 느꼈다. 원의 형태를 기본으로 내 상상과 감각을 더해가는 작업으로 발전시키려는 생각이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빗자루나 먼지털이는 형형색색의 촌스러운 형광색으로 되어 있으면서 화려하기까지 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것들이 모여 형태를 이루면 거대 조형물과 같은 느낌을 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내 작품이 그렇게 보였으면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플라스틱 빗자루와 먼지털이 등은 아주 값싼 물건들이다. 편하게 사용하고 약간 망가지거나 훼손되어도 언제든 버려도 괜찮다고 생각할 것들이다. 흔하디 흔하고 가치있는 물건이 아니다 보니 생활 속에 마주쳐도 존재를 인식하지 못 하고 지나쳐버리기도 한다. 늘 사용하는 물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소와는 다르게 보일 때가 있다. 내가 작업에서 오브제를 주로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평소 보던 물건이 다르게 보일 때 느껴지는 어색함과 신선함이 좋다는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사용하던 빗자루를 내가 재료로 선택하고 작업을 시작하는 순간 싸구려 빗자루는 예술작품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 물건이 나에게 의미있게 다가오는 순간 그것은 물건에서 재료로 바뀐다. 그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예술적 발견이고 그곳에 내 상상을 더해 작품을 내놓는 것이다. 이런 역전이 내게 주는 즐거움이 있고, 오브제를 자주 사용하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빗자루나 먼지털이의 본래 기능이나 역할은 상실하고 그것들이 모양(형태)나 색, 그 자체를 이용하는 작업이었으면 한다. 커다란 원형의 형태와 촌스럽고 화려한 형광색의 색감이 먼저 관객의 눈에 들어올 것이다. 작품에 점점 다가가면 바닥을 쓸고 청소할 때 쓰는 빗자루와 먼지털이라는 존재를 확인하고, 관객들에게 이것이 우리가 평소에 쉽게 지나치던 그 물건들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일종의 쾌감과 재미를 전하고 싶다. 우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점점 지쳐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내 작업이 숲이나 꽃 처럼 보일 수도 있고,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보일 수도 있다. 작품과 마주했을 때 자신만의 무언가를 떠올리며 한번 웃고 지친 마음을 달랬으면 좋겠다.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예술이고 누구나 예술가다.’라는 어떤 작가의 말을 나는 참 좋아한다. 우리 주변의 어떤 것이든 예술이 될 수 있고 그렇기에 관찰하고 수집하고 대화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일련의 이유들로 인해 회의와 의구심이 들었기에 작업에 변화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즉 이번 전시는 회의와 의구심으로부터 시작 된 실험이자 시도인 셈이다. 구체적인 대상을 만들기 보다는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원을 기본 틀로 만들기로 했고 최대한 재료는 가공하지 않고 드러내는 방법을 택했다. 나에게 있어서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시도이자 실험인 것이다. 과거의 나로부터 변화하는 시점에 서있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느꼈던 고민을 앞으로도 연구하며 작업을 이어갔으면 한다. / 김승현
참여작가: 김승현
출처: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09:00 - 18:00
수요일 09:00 - 18:00
목요일 09:00 - 18:00
금요일 09:00 - 18:00
토요일 09:00 - 18:00
일요일 09:00 - 18:00
휴관: 월요일, 국경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