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의동 보안여관
2025년 10월 14일 ~ 2025년 11월 8일
〈베를린블루〉(2025)는 도저히 봉합될 수 없을 것만 같은 격차와 혐오의 세계에서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파괴하지 않고 잠시나마 친구, 동지, 가족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출발한 작업이다.
어느 사회나 체제도 구성원 모두를 대변할 수 없기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감각이야말로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는 보다 넓은 토양이 될 수 있다. 〈베를린블루〉는 사실상 누구도 “다수”로 묶이기 힘든 현실을 떨쳐내고 각자 “소수”인 우리가 포개지는 시공간을 그려본다. 기원에서 멀리 떨어져나와 투영된 정의를 버젓이 표시하지만 공허한 ∅장소, ∅사물, ∅존재는 〈베를린블루〉에서 이들만의 몸과 영역을 선언하고, 이들이 비로소 속한다고 느낄 시공간이 이미 도래한 양 먼저 서본다.
영상의 주인공 이수는 데이팅 앱에서 잠재적 애인을 여상히 찾아보다가 역사의 시공간으로 나선형 여행을 떠난다. 근대 열강, 세계대전, 식민주의로 향하기 직전, 18세기 초 프로이센에서 발명된 첫 화학 염료 베를린블루는 전통적으로 고가품이었던 진청색 염료를 빠르게 대체한다. 이 염료는 19세기 일본에까지 성공적으로 다다르고, 초기 우키요에에도 도입된다. 이후 사진의 발명으로 쇠퇴하기 전까지, 후기 우키요에는 전쟁 선전 수단으로 전락한다. 20세기 초 조선은 전통 가부장적 가치가 폭압적인 일본 식민 통치하에 격변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해소되지 않은 많은 ∅존재 또한 발생했다. 백여 년의 시간차를 건너 각 장소에서 세 애인과 만났지만 실패한 데이트를 뒤로 하고, 이수는 여전하면서도 더 이상 같지 않은 “미래”로 돌아온다.
영상에 등장하는 역사 도판과 아무나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의 AI 프롬프팅에서 결과한 이미지 들은 인류가 축적해 온 통념으로 포화해 있다. 우리가 결렬과 고통을 이야기할 때 으레 조심스러워지듯이, 음향은 촉각적이고 부드럽게 박동한다. 설치는 영상의 소품으로 제작된 사물을 전시장으로 들여오며 이수가 떠난 나선형 시간여행의 세 정거장을 형상화한다. 사용한 모든 재료는 재활용했거나 재활용 가능하다.
한편 2층에 설치된〈주변〉(2025)은 지하 전시장 〈베를린블루〉 본편 영상의 주인공 이수가 쓰고 등장하는 장옷을 운반 가능한 단위로 해체하여 재조립한 작품이다. 이수는 장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가 세 애인과의 만남을 거치면서 여러 속박을 떨치고 홀가분해진다. 보안책방 서가는 통상 출간물의 맥락을 홍보하는 데 쓰이는 공간이다. 『베를린블루』 전시 책자와 함께, 〈주변〉 속 각자 다르고 유연한 선분은 자유롭게 조합하며, 규칙적으로 구획된 서가의 칸을 넘나든다. 이로써 ‘주변’으로 기호화되었던 존재들이 비로소 그 자체로 읽힐 수 있도록 전면화한다.
* 도록 『베를린블루』는 보안책방의 작가 책 연작인 부표 시리즈 4로 발간된다. 베를린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술가 김실비의 아트스페이스 보안 개인전 개막과 함께 공개된다. 이를 위해 이연숙(리타) 필자는 서울에서, 스테프 홀 찌에우(Steph Holl-Trieu) 필자는 베를린에서, 그리고 서희선 디자이너는 홍콩에서 협업했다. 전시의 핵을 이루는 영상 설치 작품 〈베를린블루〉의 발생과 제작의 전 과정을 목격하며 이들은 아직 보지 못한 전시 현장에 함께 당도한다. 즉 『베를린블루』는 관객의 전시 경험에 작업의 과정과 전말을 함께 제공하는 자료이자 기록물이다. 소장용 한정판 실물 도록을 보안책방에서 7,000원에 판매한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일시: 2025. 10. 25. (토) 오후 4시
장소: 아트스페이스 보안 2
다리 놓기: 김실비, 이수, 김여명 대담
진행: 큐레이터 김여명
영상
출연: 이수
목소리: 김실비(여왕 벚나무), 니콜라스 펠처(기병), 스기하라 히로유키(약재상), 김여명(신여성)
각본, 연출, 제작, 촬영, 편집, AI 프롬프팅: 김실비
오리지널 스코어, 음향 믹싱: 킴 칸
우키요에 자문: 이연식
도움 주신 분들: 권진, 김경수, 파트리시아 도밍게스, 문선아, 박가희, 박보나, 백지숙, 니나 비스나그로츠키, 서예원, 선쉬시안, 에미 스켄스베드, 이즈 외즈타트, 이설희, 장란, 전영오, 소니아 페르난데스 판, 홍이지
전시
설치, 장비, 전시 촬영, 운송: 안성석, 이경현, 텔레포트
작가와의 대화 진행: 김여명, 2025년 10월 25일 오후 4시, 아트스페이스 보안 2
홍보, 관리: 박승연, 전민정, 보안1942(통의동 보안여관)
도록
편집, 번역: 김실비
글: 이연숙, 스테파니 홀 찌에우, 김실비
사진: 안성석, 텔레포트
디자인: 스튜디오 힉
인쇄, 제본: 공간
펴낸이: 김실비
도움: 최범석, 보안책방
판매: 보안책방
발행처: 보안책방
[2025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출처: 통의동 보안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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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2:00 - 18:00
수요일 12:00 - 18:00
목요일 12:00 - 18:00
금요일 12:00 - 18:00
토요일 12:00 - 18:00
일요일 12:00 - 18:00
휴관: 월요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