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17
2019년 8월 28일 ~ 2019년 9월 7일
김연임은 중력과 물, 바람, 열, 그리고 시간의 작용으로 인공 혹은 비인공의 존재들이 서서히 낡고, 삭고, 부서지는 현상에 주목한다. 이러한 소멸의 과정은 필연적으로 균열, 풍화, 박피, 마모의 단계를 거치는데, 오늘 날 도시 공간을 이루는 물질의 대명사인 콘크리트도 마찬가지다. 시멘트와 모래, 물, 자갈을 섞어 굳힌 이 단단한 덩어리는 인공물이라기보다 자연물에 가깝게 우리 곁에 익숙한 환경으로 존재한다. 한 때 중력을 거스르며 날카롭고 단단했던 덩어리는 작은 주름의 흔적을 시작으로 소멸 과정을 통해 원래 형태와 속성을 잃고 변형된다. 작가는 매일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바닥과 건물 벽을 관찰하면서 균열의 지점과, 그 균열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시간의 작용을 관찰하고, 추적하고, 기록한다. 단단함과 완벽함을 잃고 소멸의 시간이 지속 될수록 그 균열의 흔적은 자연의 형상 혹은 삶의 굴곡과 닿아있다. 작가는 몸을 낮춰 대지를 두드리고 실을 감는 행위를 통해, 개인의 삶을 돌아보고 겸손한 마음을 지속하고자 한다.
김연임은 1977년 광주에서 출생했다. 그는 서예, 화예, 침선 등 한국전통예술의 미감과 기법을 바탕으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표현한다. 우리 주변의 사소하고, 상하기 쉬우며, 사라져버린, 혹은 사라져가는 것들의 작지만 명료한 목소리, 서로 다른 물질 혹은 비물질이 마주치는 균열과 경계를 소재로 이미지의 허구성과 그 실재성 사이를 탐구한다. 현재 서울에서 거주하며 작업한다.
포스터: 안마노
출처: 17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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