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
2015년 8월 8일 ~ 2015년 8월 30일
김영미는 대체로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그 상황을 영상 매체로 옮겨 전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작가는 짧은 이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도에 부합하는 특유의 영상 문법을 구체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데, 특히 다채널 대형 프로젝션을 통해 상황의 분위기와 긴장감을 잘 담아낸다고 여겨진다.
여기서 전시되는 <진지한 준비운동(Serious Warming-up)>은 ‘준비운동’을 키워드로 한 일련의 연극적 영상 연작을 대변하는 작업이다. 기본적으로 이 영상은 어두운 공원 한켠을 배경으로 몇몇 인물들의 반복적인 움직임을 별다른 가공 없이 하나의 쇼트로 기록한 것이다. 등장인물들은 각각 고유의 행위에 몰두해있지만 배경이 자아내는 전체 분위기와 소리, 사물의 출현 등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반응하는 외부 요인은 이를 하나의 유기적인 상황으로 만든다. 그리고 작가는 이러한 장면을 여러 시점에서 감각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3채널 비디오 설치로 매개하는데, 이는 관람자로 하여금 개별 행위와 그것들로 이루어진 전체 상황을 동시에 주목할 수 있도록 한다.
표면적으로, 이처럼 정적인 배경과 연출된 움직임의 결합은 제프 월(Jeff Wall)이나 그레고리 크루드슨(Gregory Crewdson)의 연출 사진, 현대사진에서의 시네마토그라피(cinematograph) 경향과 접점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에 따라 화면 속 상황은 은유적으로 어떤 개념이나 대상을 지시하는 알레고리적 풍경으로 읽히기 쉽다. 그러나 영상이 흐름에 따라 찾아 볼 수 있는(또는 작가의 말을 통해 알 수 있었던) 몇 가지 조건들을 염두에 둔다면, 화면 속 서로 다른 ‘운동’의 전개가 특정 의미로 귀결되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작가에 따르면, 개별 주체들의 동작은 전체를 구성하기 보다는 각각의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 배치된 장치에 가깝다.
실제로 작가는 다양한 계층과 직업의 사람들을 섭외한 후, 그들에게 비슷한 유형의 동작들을 연기하도록 유도했는데, 그 결과 영상에서 나타나는 동작들은 개개인의 성격과 관습을 반영하게 된다. 더군다나 이 과정에서 작가는 연출자의 지시와 연기자의 해석을 적절히 배분함으로써 상호작용적이고 우연적인 행위를 이끌어내었다. ‘준비운동’이란 중의적인 키워드 역시 다소간 ‘예비적’, ‘진행 중’의 맥락에서 전달될 수 있으리라 본다. 요컨대 이 작업은 사회적 역할에 따른 행동 양식의 차이를 전제로 한 연출이며, 연극적 장면을 보여주는 다채널 비디오는 서로 다른 행위 간의 차이에 집중하도록 이끄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영미의 작업은 독립적인 행위 또는 운동의 반복과 특유의 매체 활용의 결합을 통해 관조적인 동시에 참여적인 감상을 매개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기고자의 전시공간은 <진지한 준비운동>이 기존에 전시되었던 공간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앞서 논의한 요소들을 전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새로운 전시공학적 시도나 매체 활용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러한 변수를 잘 조작하고 또한 그 과정에서 작가의 첨언 없이는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조건들을 보다 친절한 방식으로 연출한다면, 자칫 자의적인 수수께끼로 흐를 수 있는 작품의 메시지를 보다 분명히 매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 손부경
출처 - 기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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