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밈
2018년 11월 14일 ~ 2018년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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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희에게
우리는 오랜만에 술을 마셨다. 우리가 이야기했던 모든 예술의 세계와 너의 작품들 그리고 너라는 인간의 채취가 나를 휘감아 낭만과 아름다움 속에 그 밤 나를 두었던 것이다. 우리는 젊고 아름다웠던 한때를 같이 보냈으며 그것을 서로 찬양하며 즐겼다. 우리의 추억은 어설펐던 것일까? 우리는 어설펐고 서툴렀고 허점이 많았다. 그것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그렇지만 뜨거웠고 패기 넘쳤다. 물론 우리가 연인처럼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깊은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너의 완벽해지는 모습을 보며 나는 대꾸를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한마디의 너의 완벽한 문장이 나를 후벼팟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모든 것은 언어적’이라는 말이었다. 후벼팟다기보다는 나를 강타한 바로 너의 말은 내가 사실 가장 싫어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것에 대해 너와 토론하기 싫었다. 피하는 것을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 나이가 된 것일까 아니면 내가 너의 그 말을 받아칠 수 있는 정당한 문장을 찾지 못했던 것일까? 그것은 요 몇 년간 나에게는 커다란 숙제처럼 주어졌던 것이었다. 언어라는 말에 대적해 나는 이미지라는 말을 했고 이미지를 구성하는 사건과 운동성에 관해 주구장창 떠들며 포트폴리오를 꾸려왔다. 시간성과 운동성 그러한 말들이 다 무슨 소용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는 세계를 촘촘하게 직조하고 있다. 아니 우리는 그러한 언어의 세계 안에서 사회를 유지하며 그것에 맞추어 인간적인 혹은 시민적인 생활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그러한 직조의 논리에서 벗어난다면 야만인이나 범죄자 혹은 비윤리적인 사람으로 손가락질 당할 것이다. 그러한 언어의 세계가 나는 너무 답답하다. 나의 비윤리와 악마주의가 나를 혼란케하며 세련된 화술과 어법을 구사하는 상황들이 도대체 적응이 되질 않는다. 불안하다. 나는 이 평평하고 논리적으로 직조된 언어라는 직물 위에서 흔들리고 불안한 개인이므로 늘 불안이 따른다. 언제나 다리를 떨며 정신분열에 걸린 사람처럼 횡설수설 이야기를 한다. 너에게 마치 소비자본주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 것 같다만 그것은 나의 관심사와는 거리가 멀다. 나는 오로지 개인 그리고 나라는 존재의 당위, 그것에 더해서 그것이 언어로 규정되지 않는 탈주적인 운동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러한 행위만을 관심 있어 할 뿐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관심의 폭도 굉장히 좁아진 것이 느껴진다.
직조된 언어를 비집고 들어가 그곳에서 난센스나 아이러니를 시대와 사회에서 발견하는 너는 나의 이러한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와닿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 그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어떻게든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세계의 모든 것이 언어로 규정된다면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언어에 언제나 포획된다면 그 언어는 어떤 것이 포획하는가. 아니 언어 이전에는 세계가 없었다는 말인가. 따위의 질문들이 쏟아지며 허무함이 밀려들어 온다. 나의 이 이미지에 대한, 회화에 대한 집착이 그리 정당한가라는 물음도 나에게 함께 던진다. 예술가라는 허울에 나름의 권위를 실어주는 물감이라는, 캔버스라는 물질이 나를 회화에 집착하게 만드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 그보다 향수. 그 어릴 적의 향수가 나를 그림은 좋은 것이야 라고 생각하게 만들었고, 그것이 나를 가두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 해본다. 이미지가 어떤 얼굴로 대표 되던 시대가 여전히 유효한지 묻고 싶다. 시대와 미래를 보여주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이, 이미지들 역시 서로 꼬이고 얽히고 사용되고 버려지기가 일쑤인 오늘날 회화는 어떤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고작 언어적으로 읽혀버리기 일쑤인 이미지-그림이 나는 기분 나빴다. 나라는 존재의 당위가 몇 자의 언어로 읽혀버린다면 그것처럼 기분 나쁜 일은 없는 것처럼 나는 그림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행위와 방법론이 우리에게 돌파구를 줄 수 있을까? 모더니즘의 망령에서 벗어나 아주 새롭지는 않지만 나름 새로운 어떤 무언가를 기대는 할 수 있는 것일까? 의뭉스러움을 집어던지고 적확한 언어로 회화와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기분이 통쾌할까. 그러한 말들이 다 무슨 소용일까. 연구자의 입장과 예술가의 입장이 불분명한 이러한 시대에 우리는 감각으로 느끼고 논리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쉽사리 할 수 있을까? 완벽해지는 너에게 묻고 싶었어. 너는 대체 무엇을 위해 완벽해 지려는 것인지. 아니 완벽해진 후에 어떤 세계가 있는지 알려준다면 정말 고맙겠기에 그러한 말을 너에게 하기 힘들었다. 너라면 그 세계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출처 : 갤러리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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