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2016년 6월 1일 ~ 2016년 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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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of those places that everyone wants to see and no one wants to see again” is how Nadar described the catacombs."
나다르는 1861년 과거에 채석장이었던 파리의 카타콤에 내려갔다. 그는 마그네슘 램프를 이용해 전례 없는 사진 연작을 만들었다. 이전까지 인공조명을 이용해 촬영된 사진은 없었다. 그가 파리의 지하묘지 사진을 백여 장 만드는 동안 두 명의 친한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이 시리즈를 진행하는 동안 그는 자신의 죽음을 답사했을 지도 모른다. 그는 이러한 무시무시한 깊이로 하강하는 유행을 추구했다. 19세기 중반 파리의 카타콤은 일 년에 네 번 방문할 수 있었는데 호기심으로 가득 찬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영화감독 최완규는 1929년 평안북도 영변군에 있는 동룡굴을 탐사했다. 이 동굴은 1929년 4월 27일 영변군수 김예현과 일본인 도요타 큐베가 탐승한 결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영변군수는 영변군의 명승을 소개하는 ‘명승의 영변’이라는 책자를 집필하던 중 때마침 동룡굴이 있다는 사실을 듣고서 그 내용을 책자에 싣기 위해 도요타 큐베와 함께 동굴을 탐험했다. 상세한 동굴 답사를 시행하기 위해 조사를 맡은 사람은 당시 관청의 시정이 어떤지 잘 알고 특별히 관련된 취미를 가진 최완규였다. 다음 해에 동굴 내부를 찍은 사진집과 함께 엽서가 발행되었다. 동룡굴은 식민지 조선에서 사진으로 기록된 최초의 동굴이 되었다.
광부 김창선은 1967년 8월 22일 구봉광산 지하 125m 지점에 매몰되었다. 구봉광산은 1911년에 광업권이 등록되어 해방 이후에도 운영을 지속한 금광산으로 한때 한국의 금 생산량 60%를 차지했다. 김창선은 9월 6일 매몰 16일 만에 갱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의 아내는 살이 빠진 남편의 얼굴을 보고 죽은 사람으로 착각해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1969년 영화감독 이만희는 이 사고를 바탕으로 영화 <생명>을 제작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카메라는 구출되는 김창선을 뒤로 한 채 검은 갱도 아래로 낙하한다. 갱도 아래로 낙하하는 카메라가 암흑을 비추는 장면에서 구조된 광부 김창선의 시력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린다. 김창선은 갑자기 밝은 빛을 보게 되면 실명할 수 있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한동안 눈에 붕대를 감고 생활했다.
금광개발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석회동굴이 관광지로 개발되는 일의 관계를 생각해본다. 금광산에서 광부가 매몰된 사건은 왜 영화로 만들어졌는지,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왜 암흑을 비추는지 모두 추정할 뿐이다. 나다르의 카타콤 사진 가장자리에 실수로 찍힌듯한 마그네슘 램프가 보인다. 동룡굴 내부를 찍은 사진을 보면 과다 노출된 석순이 하얗게 빛난다. 암흑으로 가득 찬 구멍 속으로 난 길을 걸어 들어오면서 전혀 다른 장소가 가진 사실들을 연결해 쌓아보게 되었다. 폐광된 지 60년 이상 지난 갱도는 그 깊이를 짐작하기 힘들다. 구멍을 따라 들어가서 가장 깊숙한 곳에 닿았을 때쯤 내 눈은 어둠에 적응한다. 광산 입구에서 본 끝을 알 수 없던 암흑도 없다. 그곳엔 동룡굴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천태만상의 광경도 없고 광부 김창선이 캐던 금도 없다. 나다르가 마주했던 죽음들도 없다. 호기심도 두려움도 사라지고 그곳에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한다.
나는 1998년에 두 눈으로 황금을 보았다. 그 많은 금이 어디서 나와서, 어디로 다시 사라지는지 알지 못했다. 끝없이 줄지어 선 사람들의 표정과 손에 든 황금이 선명하다. 내가 본 것은 사실상 암흑인 것만은 틀림없으나 거기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암흑보다 더 진한 암흑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러한 끝은 없다. 나는 사실들이 연결되어 생긴 층 사이의 길을 오고 갈 뿐이다. / 김익현
desire, void, darkness
무릇, 어느 삶이 이 단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냐만은, 작가로서 김익현은 일련의 욕망의 궤적을 쫓아왔다. 욕망이 단순히 결핍이 아닌 생산을 추동하는 힘이라고 할 때, 그의 작업에는 무엇을 솟아나게도 하고 무엇을 꺼지게도 하는 그 힘의 효과들이 담겨있다. 그는 전작 <기념비의 계보학>을 통해서 근대사의 남근주의적 상징물인 기념비를 기록해왔다. 지면으로부터 수직적으로 세워진 기념비들의 육중함은 역사라는 기억 전투에서 승리한 자들의 욕망의 척도로 제시된다. 이미지의 소실점에 ‘솟아오른 것’을 위치시켰던 전작과 반대로 그는 같은 자리에 ‘패인 것’을 놓아본다. 이 단순한 치환은 더 다층적인 욕망의 구조를 드러낼 것이란 기대를 하며…
세계의 모든 것이 금으로 통하던 시기, 조선의 땅은 일본의 경제 불황에 대한 타개책이 되었다. 금은 인간의 욕망을 강하게 추동했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노골적으로 금을 추구했고, 금맥을 찾아 대지는 쉴 새 없이 패여갔다. 금광은 인간의 욕망을 상징했다. 하지만 작가가 실제로 폐금광을 찾았을 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대개 어떠한 디테일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고, 집요하게 그 어둠을 따라간다 해도 접근할수록 그 암흑은 깊이를 알 수 없도록 짙어졌다. 모든 욕망을 빨아들여 집어삼킨듯한 암흑만이 물들어 있는 그곳, 그곳은 하나의 동굴로 숨쉬고 있었다. 태아를 품는 아늑한 어머니의 자궁을 은유하는 곳, 수만 년 전 생의 흔적들이 숨겨져있는 곳, 주술적인 신비로운 힘이 조용히 잠재해있는 곳. 그곳에는 어떤 증언의 힘이 남아있는 것일까..
19세기 초기 사진가, 초상사진을 찍고 열기구로 하늘 높은 곳으로 올라 사진을 찍었던 펠릭스 나다르(Felix Nadar)는 하강하여 파리의 지하묘지, 카타콤(Catacombs)을 촬영했다. 600만 구의 유골이 반쯤만 정리되어 있던 데다 길은 까마득하여 이곳에서 길을 잃으면 그곳에 널브러진 또 다른 유골 중 하나가 될 뿐이라는 도시전설까지 있는 악명 높은 장소였다. 나다르가 카타콤을 촬영한 것은 사진사 초기의 발빠른 행동이기도 하나, 그 경험은 금기에 대한 호기심이라는 욕망에 의해 태어났다. 그는 욕망을 발 디디고 빽빽하게 쌓여있는 죽음의 더께, 죽음의 역사를 배회했다.
나다르가 칠흑 같은 어둠 속 유골들 사이를 배회했던 것과는 다른 여정을 김익현은 시작했던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죽음도, 황금도, 사람도 모두 삼켜버린듯한 구멍에서 김익현은 과거의 사건들을 캐낸다. 그는 자신의 사진과 함께 금광의 나다르, 최완규, 광부 김창선 등의 이야기를 배치하고, 이 알레고리 사이를 관객이 배회하도록 한다. 그의 사진을 가로질러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의 층위에서 발생했던 과거의 사건들은 소란 없이 연결되고, 호명된 초라했던 작은 역사들은 다시 진동하기 시작한다. 이미지 속 어떤 연극적 장치 없이, 증언을 가장하는 그의 진실한 사진들은 다시 고고학이 아닌 상상력을 투영시키는 스크린이 되고, 연극이 된다. 그리고 상상 속 연극이 끝나는 지점에서 관객 모두를 자신의 순간으로 돌려놓고 눈앞의 암흑, 구멍을 마주하게 한다. 나다르의 카타콤 사진이 죽음을 수집하는 과거의 것임에 반해 김익현의 사진은 언제나 과거이자 현재가 된다.
김익현은 그곳에서 처음 가졌던 호기심도 두려움도 사라진 아무것도 없는 듯함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는 자신의 그 감각을 온전히 충실하게 재현하지 않는다. ‘없음’의 심연은 카메라의 구경에까지 도달하지 않고 다시 심연으로 감춰진다. 죽음으로부터 살아돌아왔다던 김창선의 이야기는 절망의 끝에 무한한 희망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우스꽝스러운 역설로 웃음짓게 한다. 수없이 많은 역사들이 그 암흑을 채웠다 사라졌을 것이다. 욕망이라는 질주, 구멍의 끝을 향해 존재했을 무수한 점멸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 어둠에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채워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익현이 사진을 찍기위해 그 어둠을 밝혀보았던 것처럼. 그리고 그가 찍은 그 공간의 사진을 바라보며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것의 무용함과 빛이 주는 유용함을 떠올린다. 모두에게 이 암흑, 커다란 구멍이 보이기 시작했다. / 이정민




오프닝 : 2016년 6월 1일(수) 오후 7시
출처 - 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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