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갤러리
2016년 4월 5일 ~ 2016년 5월 3일
식물의 사생활VII The private life of plants VII Photo, Pigment print 80x100cm 2008
1 / 2
김주연의 ‘싹’ 작업은 ‘씨’ 에서 시작한다. 씨는 앞으로 커질 수 있는 근원을 품고있어. 그 씨에 어떤 조건이 부여되는가에 따라 ‘싹’을 다양한 모습으로 틔워 진다. 그 씨 자체는 너무 미미하고 희미해서 그 미래를 짐작도 할 수 없다. 그녀는 그런 씨에 거는 생명, 욕망, 의미, 죽음 까지를 들어 자신의 사유를 재구성 해 낸다. 그래서 그 처음은 또 다른 무엇인가에 대한 희망일 것이다.
어떤 근원을 품은 씨, 그 싹을 틔우는 김주연의 작업은 그래서 보잘것없고, 중요해 보이지도 않은 그 씨와의 관계들을 더욱 소중하고, 더욱 의미 있게 해 내려는 의도 있는 이야기를 재구성을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그러기 위한 토양, 공기, 수분, 광선 등의 우연적 관계들과 그 자연적 조건들의 뒷받침들에 의해 구체화 되는 작업이기에 식물의 살림의 전문성이 필수적이다.
처음을 낳고, 한 존재의 시작을 낳듯 싹을 틔워내는 그녀는 ‘생성’에 대한 탐구이고 또한 ‘소멸’에 대한 관심으로 그 씨들을 귀하게, 소중히, 엄숙히 다루어 낸다. 그래서 그녀의 작업은 심각하다. 아주 큰 어머니, 아니 우주의 신비를 아주 가까이에 존재 시켜 내는 그녀의 표현을 위한 일상은 무덤덤하게 사는 우리들을 심각하게 자극 시키며 다른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그녀의 뒤를 쫓는 우리들, 이 시대에 실망한 우리들이 그녀에게 어떤 기대를 하는 것 같다. 아니 새로운 미래로 이끈다는 확신이지 싶다. 그런데 그 기대가 우리들의 처음이었던 그 과거로의 회귀를 지시하니 참 신선하다. 그래서 참 좋다.
그녀의 2008년 Gallery Kunst Doc의 “Metamorphosis” 전에서 보여주었던 ‘이숙’ 작품 2점이 나에게 아주 인상 깊었다.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위상, 그 ‘거대함’이 그렇다. 전시공간에 흰 드레스 가 펼쳐 있었는데 그 의상의 길이가 무려 350센티미터라 했다. 난 그 거대한 의상에서 제주의 여신 ‘제주 설문대 할망’을 떠 올렸다. 그 “푸른 싹의 어머니”가 설문대 할망이구나 싶었다. 그 거대한 초자연의 여성, 방귀 한방으로 천지를 창조하였다는 바로 그 분의 옷이 맞다 싶었다. 그런데 그 의상의 싹이 어느 만큼의 시간이 지나자 ‘누런 색의 몰골’로 드러내어 지니, 그 모습은 내게 설문대 할망의 아들인 오백장군들이 들로 산으로 떠돌아 다니다 집에 돌아오니 부엌의 큰 가마솥에 끓고있는 죽이 있어 그 죽을 허겁지겁 다 먹었다고 한다. 헌데 다 먹고 나니 그 솥 밑의 오롯이 남겨 있는 뼈를 보고 나서야, 그들이 먹은 것이 ‘애미’ 였구나. 했던 그 장군들이 어미를 연상도 한다. ‘푸른 싹의 어머니’ 와 ‘썩어가는 어머니’ 그 둘의 양면적 상황, 다시 말 하면 ‘삶과 죽음’의 양면을 시각화 시켜 낸 것 같았다. 김주연의 작업이 그랬다. 그녀의 불교적 화두 “異熟” 개념이 드디어 내 눈에 들어왔다.
아주 작은 아주 미미한 것, 그 작은 ‘씨’ 와 ‘싹’을 통해 거대함을 표현 해 내는 김주연, 이제 트렁크갤러리 전시에서는 씨가 싹을 틔워내는 과정들을 사진으로 기록해낸다.
그녀는 작업에는 자신이 입던 옷, 그 옷들을 김주연인 듯 재현 해 낸다. 자신의 어릴 적 옷, 그녀의 성년기를 대신하는 옷, 또는 기억하고 싶은 사실이 서려있는 옷들에 씨앗을 심고 싹을 틔웠다.. 그 싹 틔운 옷들을 촬영하니 옷의 포트레이트 같다. 그러하다 보니 지금까지 하던 ‘거대함’의 표현과는 다르게 그녀의 소 서사적 표현이며, 사적 스토리가 드러내어지며 암유 적이고 함축적이어서 그녀만의 이야기들이 서려 있던 옛 시간들이 재현되어 졌다. 큰 변화이다.
이 변화가 또 다르게 이끌어 가고 있음을 보여 진다. 이 번 트렁크 전시로 그녀가 변화하고자 하는 다음 작업들의 예고 편이라 할, “정물화 : 살아있는 것의 소고 시리즈” 가 그것이다. 그녀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 하는 사물들 사이에 낙지와 문어 같은 연체동물로 투입 시키며, 그 정적 공간에 동적 연체동물들을 개입시키므로 정적 분위기를 흩어버린다. 낙지와 문어가 정통적 정물화 소제인 유리병과 컵, 화병, 술병들의 안 과 밖을 넘나들게 하므로 정적 공간을 교란시키는 방식의 작업이다.. 이 교란에 그녀는 새로운 재미에 빠져든 것 같다. 심통 맞은 그녀의 장난끼가 엄숙함을 떠밀어 내는 것 같아 즐겁다. 이제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려 하니 그 기대가 크다. 이 변화가 곧 김주연의 변화될 미래라고 생각하여야 할 것 같다. / 트렁크갤러리 대표 박영숙

존재의 가벼움 I The Lightness of Being I Photo, Pigment Print 108×144 2014

존재의 가벼움 II The Lightness of Being II Photo, Pigment Print 108×144 2015

존재의 가벼움 III The Lightness of Being III Photo, Pigment Print 108×144 2015

정물화 : 살아있는 것에 대한 소고 I Still life : contemplation of living things I Photo, Pigment Print 90x60cm 2009
출처 - 트렁크갤러리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1:00 - 18:00
수요일 11:00 - 18:00
목요일 11:00 - 18:00
금요일 11:00 - 18:00
토요일 11:00 - 18:00
일요일 11:00 - 18:00
휴관: 월요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