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가변크기
2019년 7월 11일 ~ 2019년 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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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빛이 살아있는 시간
강한 빛과 어둠, 촉촉하게 젖은 자연을 닮은 얼룩들. 이것은 어떤 풍경인가? 대담한 녹색의 농담으로 채워진 회화에는 망막으로 경험한 풍경에 관한 자연주의적 기록으로 쉽게 범주화하기 어려운 작가의 섬세한 내적 추동이 공명하고 있다. 김주현은 도시 속 일상에서 종종 자연을 향한 동경 혹은 갈증을 느낄 때면, 공원이나 숲,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길 위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시시각각 변하는 빛, 냄새, 움직임, 색감 같은 비정형의 특징을 목격하고 그 속으로 충분히 흡수되려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떠오르는 단상이나 내면의 감정적인 변화를 끈기 있게 수집하는데, 이는 이미 작업을 위한 출발로서 다양한 장소와 시간에 일어나며 흔들리는 사진과 작은 드로잉들이 그날의 단상을 머금고 있다.
작업실로 돌아오면, 작가는 외부에서 얻은 심상을 토대로 완전히 새로운 장면을 구현하려 한다. 요컨대 김주현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어떤 대상을 구체적으로 모방한 것이기보다는 스스로 체득한 다층의 감각들을 구상과 비구상의 사이 어딘가에 위치할 이미지로 표현한 것에 가깝다. 주로 느낄 수 있지만 그 형체가 모호하거나 가변적인 덩어리들이 그려지는데, 가령 나뭇잎 사이에서 흔들리는 빛의 변화, 나무줄기가 땅 위에서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선의 리듬 같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캔버스를 평행선에서 마주하기보다는 마치 숲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그 안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이에 신체를 충분히 담을 수 있는 여백이 필요해지고, 다루어야 할 화면은 바닥에 놓인다. 이제 비어있는 공간 위에서 중요한 것은 스스로 보았을 숲의 표정과 당시의 기억이 수행적인 신체와 붓의 움직임으로 연결되는 순간, 그리고 작가가 체득한 공기의 질감과 향기가 물감의 맺힘으로 압축되어가는 과정 그 자체이다. 숲을 지나 캔버스를 유영하는 몸의 시간들이 집약되어 비로소 하나의 심리적인 풍경을 생성하게 된다.
에릭 로메르의 영화 <녹색 광선>의 주인공 델핀은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초록빛 단서들을 따라 스스로의 진실된 내면에 조금씩 가까워지다, 태양이 수평선을 넘어가는 찰나에 짧게 반짝이는 녹색 광선의 아름다움을 목격한다. 김주현이 초록의 화면들을 포착하고 되풀이하는 것은 결국 델핀이 녹색 광선을 만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숲속의 어두운 그림자와 반짝이는 빛 사이에서 자신의 새로운 내면과 만나게 될 찰나를 기다리기 때문일까? 작가는 자연으로부터 전이된 내면의 감정을 존속하고 확장시키기 위한 중개물로서 회화를 인식하며, 따라서 그가 보여주는 풍경화는 외부의 광학적 재현을 넘어 진실된 내적 경험으로 향하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박지형(독립큐레이터)
출처: 공간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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