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9년 9월 3일 ~ 2019년 9월 15일
김지연 _ Namgwangju Station 304, Pigment print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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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멸을 향해 가고 있으며 그 길에서 녹슬어 간다. 세상 무엇도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없다. 함께 흘러갈 뿐.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인식하는 일이다.”
사진가 김지연이 자신의 사진 <남광주역>에 붙여 한 말이다. 사진가이자 전시기획자로, 또 계남정미소와 서학동사진관의 관장으로 활활하게 ‘흐르는’ 김지연은, 올해 광주시립미술관 초대전으로 <남광주역, 마지막 풍경> 사진전을 열었고 <감자꽃>에 이은 두 번째 사진산문집 <전라선>(열화당)을 출간했다.
<남광주역>은 작가가 1999년에서 2000년에 제목 그대로 ‘남광주역’을 찍은 사진들이다. 남광주역은 광주광역시 학동에 위치했던 역으로 1930년에 신광주역이라는 이름으로 개설되었었다. 보성, 고흥, 장흥 등으로 통하는 남쪽 관문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여 남광주역으로 개칭된 이래 광주광역시 근현대 경제 발전의 중심지로 숱한 이야기와 풍경들을 간직해왔으나. 2000년 8월에 경전선이 광주의 외곽으로 이설되면서 폐역이 되었다.
당시 남광주역이 폐역이 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김지연은, 홀연히 카메라를 들고 그곳으로 향했다. 남들이 잘 시선을 두지 않는 ‘쓸모를 다하거나 소멸해가는 것들’에 유정한 시선을 두고 쉼 없이 사진으로 기록해온 ‘사진가 김지연’의 첫발자국이 바로 그해 남광주역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주에서 출발해 새벽에 역에 도착한 후 플랫폼과 대합실 그리고 역 앞 공터를 오가는 사람들과 사물을 관찰했다. 늙은 장꾼들이 보따리를 이고 지고 장터로 향하는 플랫폼의 아침, 역을 오고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아침에 뽑은 싱싱한 채소와 과일, 반찬가지들을 파는 ‘남광주역 도깨비시장’의 ‘아짐’과 ‘할매’들의 노동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그렇게 해서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와 닿게 되었다. 철도원들과 사무실 풍경, 남광주역이 철거되는 마지막날의 장면들 역시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귀한 아카이브이다.
한 평론의 글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되돌려 놓는 마법”이라고 표현된 김지연의 남광주 사진들을 서울 청운동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9월 3일부터 2주간 볼 수 있다. 50여 점의 젤라틴 실버 프린트 사진들은 지금은 필름이 사라져 유일한 원본이기도 하다.
작가는 말한다.
“남광주역 임시 장터에 놓인 할머니들의 푸성귀 한 줌처럼 내 작업들은 이렇게 작고 눈에 띄지 않게 시작되었다. 여기 모인 사진들은 20년 전 사진을 배우면서 밤을 새우며 현상과 인화를 해 둔 원본들이다. 살가운 삶의 빛으로 전해졌으면 한다.”
같은 기간 전시1관에서는 류가헌 사진책전시지원44로, 김지연 사진산문집 <전라선>의 출판기념전시가 함께 열린다. 책 속에 실린 사진들이 전시되고, ‘작가와의 만남’도 이루어진다.
작가노트
남광주역은 광주학동에 자리한 크지도 작지도 않는 아담하고 오래된 역사였다. 1999년 어느 여름 광주 모 신문에서 우연히 남광주역이 그 기능을 다하여(?) 2000년에 폐쇄된다는 글을 읽었다. 어느 때부터인지 기능을 다했다는 말은 사라져야 할 이유로 간주되고 있다. 1930년에 만들어진 역으로 가까이는 화순 남평, 멀리는 보성 장흥 여수 등 남해바다로 통하는 관문이기도 했던 남광주역은 역이 가지고 있는 모든 순기능을 다했다. 자가용은 물론 버스도 안다니던 남쪽 지방 곳곳을 연결해주는 발 노릇을 했고, 화순 탄광에서 무연탄을 나르는 중요한 화물운송 수단이었으며, 남광주역 마당에 펼쳐지는 ‘해 뜨는 시장’은 어둠을 깨고 달려오는 장군들로 매일 장사진을 이루었다. 그러기에 남광주역은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의 무대이기도 하다.
광주전시장을 찾은 여든이 가까운 나의 외사촌 오빠는 “나는 중학교 때 광주에서 자취를 했는데 가끔 시골집에 내려가려면 남광주역에서 화물열차 꼭대기에 올라타고 다녔어야. 그 때는 버스도 없고 통일호도 하루에 몇 번 밖에 안 다녔응께 기차 타기가 에로웠제.” 젊은 청년 시절만 내 기억에 남아있는 늙은 외사촌 오빠는 여전히 ‘싱그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2000년 8월10일은 남광주역이 역으로서 기능을 중단한 날이다. 건망증이 심한 내가 8월15일 광복절 다음으로 안 잊고 입에서 술술 나오는 숫자니 말이다. 그것은 남광주역의 중요성만큼이나 내 생애에서 사진가로 문을 나서게 된 일이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여러 사진전을 거쳐서 여기 이 자리에 서게 되었다.
다시 처음 자세로 사진을 바라본다.
출처: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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