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파도
2025년 9월 15일 ~ 2025년 9월 28일
분절되어 살아 있을, 한순간도 완벽하게 살아 있지는 못할 몸들. 어쩌면 그쪽이 더 진짜 같다고, 영원히 들리지 않게 중얼거리듯 움틀거리는 손가락을 한 번쯤은 잡아줄 법도 했는데. 사랑받은 자와 사랑받지 못한 자. 사랑받은 손가락과 사랑받지 못한 두 다리. 다리를 바닥으로 쓸어가며 더듬으며 쓰는 기분, 그려내는 기분. 버림받은 채로 구원받은 기분을 아시는지.
동시대의 신실재론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예술의 힘』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물건들이 인간의 상상을 점령하고, 그것이 다시 인간 존재를 구성해 왔기에 인간 존재는 늘 인공지능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예술 그 자체가 우리에게 개선을 가져올지 멸망을 가져올지에 무심한 채로 인간을 지배하기에 “여러 예언가와 디지털 기술 성직자들이 두려워하는 슈퍼인텔리전스와 놀랄 만큼 유사한 위치를 점유한다”고 덧붙인다. 논리로 환원되기를 거부하는 신–기술–예술–인간의 굴레는 원초적 위험과 두려움의 감각을 자극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사유의 과정은 죽음의 신 하데스를 경유한다. 하데스는 그리스어로 Ἅιδης, 즉 보이지 않는 자the unseen라는 뜻을 지닌다.
(…) 불탄 것을 불탄 것으로, 어설픈 것을 어설프게 보여주는 두 사람의 작업에 내재한 이 반복은 사건을 복원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그 사건이 실재했음을 부인할 수 없는 방식으로 증거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작별이 이루어진다. 작별은 타들어 가도록 내버려두는 과정이자 남은 재를 보며 참 곱다 하고 중얼거리는 과정이다. 그 영원할 먼지들의 입자는 우리를 망각의 운명 속에서도 변형된 존재로 이끈다. 그렇게 예술은 작별의 형식을 통해 끝장내는 동시에 새롭게 시작할 힘을 준다.
글: 김지윤
-서문 중
참여작가: 김채원,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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