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
2024년 3월 16일 ~ 2024년 3월 24일
전시명 <여섯 개의 구멍, 두 개의 삼각형, 꼬챙이 복도>는 작가가 십여년간 거주해 온 친할머니의 3층 집 옥상 구조를 도형으로 치환한 것이다. 할머니에게 3층 집은 고된 결혼 생활을 버티고 홀몸으로 외아들을 악착같이 키운 결실이자 트로피였다. 하지만 지속해서 발생하는 집수리 문제는 지난한 삶에 대한 보상이라는 3층 집의 위상을 조금씩 무너뜨렸다. 작가는 이해하기 어려운 집의 구조를 통해 건축적으로 전문성이 부족했고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하곤 했던 그 시절을 엿볼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건축물의 역사에 담긴 시대적 상황과 이 모든 어려움에 맞서야 했던 할머니의 이야기를 엮어내고자 한다.
작가는 동명의 영상작품에서 2228년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진 3층 집의 구조를 추적하고, 이를 통해 이곳에 거주했던 선조의 삶을 반추하는 이야기를 고안했다. 이는 건축물과 개인의 역사를 과거, 현재, 미래의 이야기로 접점을 만들고 또 확장하려는 시도였다. 영상에서 3층 집을 의뢰했던 두 명의 건축가 양인혁, 차민성의 구체적인 분석 결과는 “이임섭 레지던시”에서 선보인다. 양인혁은 문헌연구와 건축물 대장 등 객관적인 자료로 3층 집을 분석했고, 차민성은 옥상에서 키웠던 식물의 씨앗을 중심으로 해수면 상승이 진행된 미래 시점에서 3층 집을 재구성하였다.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의 전시는 재개발 지역에 거주하는 한 할머니와 3층집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소설 <투명한 사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소설에서는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옮겨야만 하는 할머니의 심정을 할머니가 거주하는 3층 집을 의인화하여 서술하였다. 할머니의 굽은 등처럼 기울어져 가는 집, 이 둘은 어떤 말로를 선택하게 될까. 할머니와 집은 폐허, 유적 속으로 사라지지만 이들을 기억하는 투명 풍선은 목격자로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작가는 이 투명 풍선을 투명 실리콘, 투명. 우레탄으로 시각화하였다.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에 놓인 <기둥 유적과 물기둥>, <폐허에서 솟아오른 물>은 두 존재의 흔적 속에서 유유히 흐르는 물을 시각화한 것이다. 물, 비는 소설에서 할머니의 눈물을 은유하며 <부엌 찬장에서 발견한 물기둥>처럼 할머니가 거주하던 집 곳곳에 터져 오르고 있다. 유독 기록적인 폭우를 맞이한 날 3층 집의 천장과 벽면에는 <물샘 흔적>이 생겨난다. 할머니가 3층 집 틈새에 투명 풍선을 밀어 넣었듯 켜켜이 젖은 벽지 사이에 풍선이 빛나고 있다.
소설에서 3층 집은 스스로 사고하는 생명력 있는 존재로 계절에 따라 탈피를 거듭한다. 투명 실리콘으로 떠낸 <하얀 주름>은 3층 집이 벗어낸 허물의 일부로 오랜 시간이 지나 유물로 발굴된 것이다. 이 유적의 일부는 앞서 건축물 분석을 의뢰한 두 명의 건축가에게 전달되어, 소설과 영상 속 두 시공간을 잇는 매개물로 작동한다. 3층 집 옥상의 배수관을 촬영한 영상 <Hole>은 비가 오는 날 3층 집 옥탑의 배수관에 배관 내시경 카메라를 넣어 촬영한 영상이다. 이 배수관은 소설에서 할머니의 눈물-비가 배출되는 장소이자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와 이임섭 레지던시를 잇는 가상의 통로로 기능한다.
배수관 영상 앞에는 플라스틱 조각 사이로 자라난 이름 모를 꽃 무덤이 있다. 이는 작가가 영등포 공원 일대를 돌며 가장 흔하게 피어나면서도 이름을 알기 어려운 꽃을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것이다. 파도에 밀려온 부유물처럼 공원이나 골목 어귀에 앉아계신 어르신들. 도처에 널려있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흔한 꽃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꽃무지는 이제 곧 사라지는 이들을 기리기 위한 <무명의 무덤> 으로 녹슬지 않고 피어날 것이다.
*이임섭 레지던시는 작가 친할머니의 3층집으로, 할머니의 이름을 딴 공간입니다. 이곳의 위치는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 전시장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며 도보로 약 5분 소요됩니다.
참여작가: 김태희
전시장: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 X 이임섭 레지던시
건축가: 양인혁, 차민성
사진촬영: 스튜디오 스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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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13:00 - 19:00
화요일 13:00 - 19:00
수요일 13:00 - 19:00
목요일 13:00 - 19:00
금요일 13:00 - 19:00
토요일 13:00 - 19:00
일요일 13:00 -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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