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루
2015년 9월 30일 ~ 2015년 10월 26일
Timelessness, acrylic on canvas, 117x91cm, 2015
김현실의 회화와 감성의 모자이크
1.
김현실의 작품을 보면 미술작품이 제작자의 마음과 많이 닮아있다는 점을 새삼 깨우쳐준다. 이 두 가지 관계의 유사성은 작품과 작가의 관계를 이해하게 만든다. 예술작품으로 작가 자신의 심상을 드러낼 때, 나는 세상을 이렇게 바라본다는 점을 어떻게 숨길 수 있을까? 미술의 역사는 제작자와 작품 간의 연결고리가 주는 신비로움과 그 가치를 오랫동안 인정하고 존중해왔다. 그러기에 개별성의 문제는 예술작품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가 되어왔다. 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최근의 미술이라 해서 그 점은 크게 달라질 이유가 없다. 오히려 작가만이 체득해온 지적이고 감성적인 문제가 더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다.
김현실 작가처럼 자연과 일상의 이미지를 자신의 작업 중심 가운데에 둘 때도 마찬가지라 믿는다. 자신이 바라보는 세계는 일차적으로는 자신의 망막을 통하여 형성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사물을 파악하는 심상언어를 덧붙임으로써 자신만의 회화를 구사하고자 하였다. 내가 여기에 있으며, 나는 이렇게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 이러한 생각을 김현실이 이번 전시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로 전개시키고 있다.
2.
김현실이 다루는 일상의 이미지는 자신의 다양한 기억과 경험의 도상들과 관련이 깊다. 자아와 분리될 수 없는 여러 가지 주변 요소들은 작가 그 자신의 구성요소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그가 다루는 대상들은 작가자신이 어떤 관조적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지 알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의 작품에는 늘 긍정적인 삶의 기운이 느껴진다. 실제 우리 삶이라는 것이 마냥 희망에 부풀고 가슴 벅찬 일만 생기는 게 아닐지라도 말이다. 여하튼 김현실에게 있어서 회화적 목소리는 살짝 높은 톤을 보여준다. 거기에 세계를 바라볼 때 자신의 몸에서 적극 반응하는 대상들을 앉힌다. 저 대상이 아니면 불편하다고 느껴지는 것, 본인이 선택하고 원하는 세상을 확보하는 것, 비록 작지만 아름다운 것들, 이러한 일들에 대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마치 어린 아이의 혼자 말과 같은 몰입감을 전달받기도 한다. 여과하고 구속하지 않으려는 상상력, 도화지에 그냥 문질러 그린 듯한 기록의 도상들이 그러한 맛을 더욱 배가시킨다. 별 문양, 식물과 꽃, 화살표, 칸 가두기, 자유로운 구성, 이미지 채집, 기억의 모자이크, 이런저런 에피소드와 섬세한 감성이 혼합된 모습이 김현실의 회화적 특징이다. 이 모든 것은 작가 자신의 내밀한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서 하나하나 만나게 되는 섹션들이다. 작은 구획들이 독립된 것 같으면서도 서로 이어진 연속이미지들은 이런저런 할 말을 담은 그의 일상 언어이기도 하다.
3.
사물의 단순화는 김현실의 또 하나의 작업특징이다. 실제 자연이 가진 복잡하고 유기적인 구조를 일일이 다 드러낼 필요는 없다. 지극히 간략한 도식이나 상징으로 외형을 그려내면 그만이다. 모든 이가 사물을 모조리 분석하거나 해체해야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외려 인류가 공통적으로 구사하고 인지할 수 있는 대표적 상징에 그는 애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징물들은 복잡한 설명절차나 이해를 구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몇 개의 단순한 선의 연결만으로 별이 만들어지고, 두 개의 직선에 동그라미 하나면 나무로 인식하기에 충분하다. 이는 세계 공통 언어이기도 하다. 이러한 보는 방법으로 그는 산과 태양과 갖가지 동식물, 심지어 실내에 놓인 화분 하나에 이르기까지 생명이 깃든 모든 사물에 관심 갖는다. 외견상 섬세하고 정치하게 구성된 세계도 몇 가지 선과 색채만으로 구성될 수 있음을 그는 말한다. 그리고 관람객들에게도 조금 단순하게 세상을 바라본다면 이 세상이 훨씬 더 나아보일 수도 있다고도 이야기해준다. 단순화된 세상에 그가 회화적으로 덧입힌 것은 색채다. 그는 선명도 높은 색감선택을 결정함으로써 작품이 따분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밝고 명랑하며 때로는 다분히 원시적인 색채구성이 이루어지는데, 이 점은 그의 작업에 한결 생명감을 불어넣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4.
김현실의 작품은 마치 일상의 낙서화와 같은 뉘앙스를 주기도 한다. 작업의 모티브를 위하여 머리를 짜내는 것이 아니라 고개 들어 주변을 살펴보면 모든 일이 자신의 이야기다. 여기에 덧붙여 자신만의 경험과 감수성이 한 몫을 더한다. 그러기에 모자이크 같은 대화체 형식의 이야기들이 편집되고 전개된다는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작업과정은 사전에 계획된 색조의 바탕작업, 적절한 미디엄의 선택, 화면을 긁거나 덧입히면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반복된 작업절차는 어느 것 하나 수월하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
조금 거친듯한 마티에르와 브러쉬의 용법은 다듬는 방향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김현실은 매끈하고 부드러운 질감을 포기하고 보다 다소 거칠더라도 뭔가 약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이끌어내고자 했다. 안료가 경계 안에 굳이 정확히 위치하지 않아도 좋고, 형태가 완벽하게 그려지지 않아도 된다. 그냥 조금은 어설픈 듯한 느낌을 남겨둠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그런 그림이다.
화면 전반에 흐르는 자연 이미지는 그가 보고 접촉하는 일상의 피조물이다. 거기에다 그는 안료의 결합을, 요철감을 더하면서 독자적인 텍스츄어를 만들어내었다. 김현실은 자신의 작업행위를 통하여 여전히 꿈과 작은 기쁨이 있음을 전달하고자 한다. 현대회화가 주는 난해한 행간을 일일이 읽어내야만 하는 수고도 덜어준다. 경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지나치는 작업도 아니다. 김현실은 그러한 회화적 맛을 이번 전시회에서 보여주고 있다. / 감윤조(예술의전당 큐레이터)




출처 - 아트스페이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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