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갤러리
2022년 6월 9일 ~ 2022년 7월 7일
어느 아름다운 날, 그녀가 전해주는 세계
- 벨라정
도시엔 새가 많다. 나는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싸인 시내 한복판에 살고 있는데 아침마다 새소리에 잠이 깬다. 그리곤 새들은 이 삭막한 환경 어디서 어떻게 이렇게 잘 살고 있나 궁금해지곤 한다.
작가와 갔던 산책은 봄이 끝나고 여름이 틀 무렵이다. “흐르는듯한 자연물의 형상, 아름다운 색, 나의 멋진 기억들이 녹아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김혜나 작가는 그녀의 삶에 녹아있는 주변 풍경과 일상의 사물을 추상화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작업실 뒤의 작은 동산, 조금 더 멀리 나가면 한강변을 좋아한다는 작가와 함께 그녀의 작업에 아름다운 영감이 되고 있는 뒷산으로 향했다. 작업실에서 나와 조금 올라가니 제법 울창한 숲이 나온다. 봉제산 끝자락이다. 그녀는 강아지 코코 의 배변봉투와 새모이, 다람쥐를 위한 견과류, 쓰레기 비닐봉투를 가방에 넣고 걷는다. 어릴 적 살던 동네와 이어지는 산길이 있는데 어느 날은 일부러 가기도, 피해 돌아가기도 한다. 그녀에게 산책은 “엄마와 함께 걸으며 옛이야기를 듣고 마음속에선 잔뜩 그림을 그리는” 일상이다.
숲길로 들어선다. 그녀를 따라 오르내림을 이어가다 작은 공터에 다다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빛나는 햇살 조각과 바람, 그리고 다양한 새소리, 발에 스치는 풀잎…… 뻔한 풍경인데 찬란하고 기이하다. 자주 머문다는 그 공터에 잠시 멈춰 서서 나무 사이를 걷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 아주 오랫동안 잊어지지 않을 것 같은 풍경이다.
갈림길에서 올라올 때와는 다른 길을 선택해 마을로 내려왔다. 다시 시멘트와 콘크리트다. 그런데 방금 전의 새소리와 바람 덕에 회색은 더이상 우중충하지 않다. 산책은 그녀의 그림처럼 스치는 풍경의 윤곽을 선명하게,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을 아름답고 다르게 보여주는 경험이었다.
산책을 마치고 그녀의 집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컵 후딱 마시고 작업 방으로 들어가서 잔뜩 웅크리고 앉아서 그림을 그리다가 고개 들면 금방 오후 네 시가 되어버린다”는 그녀의 작업 방에 앉아 이번 전시에 나오는 그림들을 바라본다.
그녀는 요즘 진지하고 느린 붓질에 집중하고 있다. “좀더 완벽하고 침착한 붓질을 통해 조금 더 완성도 높고 조금 더 아름답고 조금 더 성숙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란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싱싱한 나뭇가지, 초록색 잎사귀, 사이사이 햇살, 형형색색의 이름 모를 꽃과 새, 그리고 과일 같은 둥근 형태가 보인다. 작가에게 둥근 형태에 대해 물어보니 엄마가 산 과일 바구니에서 과일들이 식탁위로 탁 풀어져 나와 있는 걸 그린 거라고. 엄마는 과일의 달큰한 향기를 좋아하셔서 항상 마~아~니 사서 집 곳곳에 놓아두신단다.
따뜻한 기운이 전해진다. 행복한 사건들이 기억나기 시작한다. 그녀의 붓질처럼 찬찬히 가는 오후이다. 한참을 그녀의 그림들에 둘러 쌓여 있다 밖으로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좋은 기운, 희망적인 상상이 가득찬다. 전시 제목 <엄마! 새들! 공기!>가 완벽히 이해되는 순간이다. 그녀는 우리를 ‘사랑! 아름다운 소리! 그리고 향기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참여작가: 김혜나
출처: 이유진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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