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관
2019년 4월 16일 ~ 2019년 4월 30일
이중의식_ 긴 시간이 빚어낸 모순된 풍경 앞에서
도시에는 시간과 삶이 적층된다. 그래서 오래된 것과 새 것이 공존한다. 하지만 이 말은 엄밀히 말해 표현을 수정해야 옳다. 이를테면 오래될 새 것, 한 때는 새 것이었던 낡은 것들이 양 극단 사이에 무수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아기와 그 아기를 낳은 부모와 또 그들을 낳은 부모가 같은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고 있듯이 말이다. 그래서 인간의 삶이 뚜렷이 적층된 도시의 풍경은 그 자체로 역사이자 서사다. 이 이야기의 겉과 속을 들여다보는 일, 김혜숙과 양승욱의 작업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과거와 현재가 기이한 시간차를 두고 공존하는 군산의 풍경은 여러 층위를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은 군산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면서 각각 회화와 사진이라는 상반된 매체를 통해 도시를 탐색하고 기록했다. 이방인이자 여행자였던 이들이 도시의 찬란한 낮이 아니라 아침과 저녁, 새벽과 밤으로 확장되는 시간을 거치며 마주한 풍경은 편안한 일상의 모습과는 달랐다.
양승욱의 컬러 사진 작업은 주로 사람들이 잠든 밤과 새벽 사이에 촬영되었다. 스트로브 조명을 받아 빛나는 모든 것은 너무 평범해서 보이지 않았던 도시의 기이함을 들춘다. 맥락도 흐름도 없이 충돌하는 엉뚱한 공간과 조형물, 강렬한 색이 뿜어내는 사실성은 긴 시간의 간극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채 적층되는 도시의 민낯을 그린다.
김혜숙의 회화는 색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드로잉 작업을 기반으로 근대의 공간을 탐구한다. 양승욱의 사진이 군산의 겉을 포착한다면, 그의 회화는 군산 곳곳에 심겨진 근대의 시공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이중성, 그리고 시간의 연속성을 깊숙이 파고든다. 식민지 수탈의 흔적과 기억을 지우고 싶었지만 이제는 관광지로 또 다른 역사가 기록되고 있는 현재의 공간이다. 거추장스런 화장과 옷을 벗고 원형의 구조와 뼈대로 재해석된 과거의 공간은 사람들이 켜켜이 쌓아올린 시간과 서사를 다시금 되묻게 한다. 이 속에서 어떤 삶이 존재했었고 존재하고 있는지 말이다.
애증의 풍경,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쉽게 인지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늘 강요된 시선 속에 살고 있다. 그 기준으로 나와 내 주변을 판단한다. 미의 기준도, 삶의 기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불안하고 불편한 것은 나의 기준과 남의 시선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름답기 위해 다이어트 하고 성형을 해봐도 끝내 기대했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나를 두고 거울 앞에서 한탄하는 것처럼. 그것은 도시와 일상의 풍경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달동네나 낙후된 지역에 살면서도, 내가 사는 동네가 아름답게 비치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마음으로는 지긋지긋한 동네에서 벗어나 번듯한 아파트에 살고 싶은 욕망. 이러한 이중성을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봐왔다. 식민 통치 아래에서 근대의 문화와 풍경을 증오하면서도 동경했던 시선처럼. 미국의 흑인 운동 지도자였던 윌리엄 에드워드 듀보이스는 주류 백인사회 속에서 어느덧 타자화된 시선에 갇힌 흑인들의 문제를 지적하며 이중의식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우리가 틀에 갇힌 이 시선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계속 시선 사이의 틈을 찾는 것이다. 김혜숙과 양승욱의 작업은 시간차를 두고 한 공간에서 각각 다른 제목으로 발표된 적이 있다. 이제 두 사람의 작업이 군산이 아닌 서울의 한 공간에서 오버랩되면서, “그때는 틀렸지만 지금은 맞는” 또 다른시공간이 펼쳐지길 바란다.
참여작가: 김혜숙 양승욱
글: 방유경 (독립기획자)
출처: 별관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3:00 - 20:00
수요일 13:00 - 20:00
목요일 13:00 - 20:00
금요일 13:00 - 20:00
토요일 13:00 - 20:00
일요일 13:00 - 20:00
휴관: 월요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