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
2026년 10월 24일 ~ 2026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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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은 10월 24일부터 11월 21일까지 아티스트 듀오 나나와 펠릭스 《청결함은 신성함에 버금간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시청각 영상, 파운드 오브제, 전기 살충기, 십자수 등을 아우르는 설치 작품 및 아티스트 북 1권으로 구성되며, 전시와 연계해 발표된 비평과 이를 수록하는 아티스트 북을 심층 소개하는 패널 토크가 함께 진행된다. 2013년 결성해 인간이 만든 문화적 풍경을 탐험하며 ‘발전’의 모습을 다양한 매체로 구현해 온 듀오는 2024년 ‘안전의 건축’이라는 대주제 아래 장기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프로젝트는 우리가 속한 오늘날의 세계가 ‘안전’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체계화되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를 통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는 ‘기술적 진보’와 한치의 의심도 없이 지향되는 '절대적 안전’의 패러다임이 자연과 인간 환경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과 행동을 어떻게 바꾸어 나가고 있는지를 탐구한다.
장기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확장하는 이번 전시는 인간에게 성가시거나 해롭다고 인식되는 모든 생명체를 가리키는 개념인 ‘해충(pest)’에 주목한다. 인간은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환경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동일한 공간을 점유하는 다른 생명체들의 존재에 점점 더 관용을 잃어왔다. 특히 ‘비인간’ 존재의 활동이 인간의 환경 및 목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질 때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제목 “Renlighet !r En Dygd(청결함은 신성함에 버금간다)”는 계몽주의 시대의 격언에서 유래한 스웨덴어 문구로, 19세기 북유럽 개신교 지역의 학교와 가정에서 장식용 벽걸이 직물에 새겨진 자수 형태로 자주 발견된다. 집을 깨끗하게 유지함으로서 영혼을 청결히 할 수 있다는 사고의 확장은 초기 공중 보건 캠페인 중 하나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사례에는 위생에 관한 조언과 기독교의 도덕적 설교가 뒤섞여 있다.
과거 종교적 권위가 요구하던 경건한 삶의 규범은 오늘날 그에 못지않게 권위적이지만 더욱 추상적인 사회적 요구, 즉 안전하고 올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규범으로 대체되었다. ‘안전’을 중심으로 새롭게 구축된 사회 환경은 다른 종뿐 아니라 자연 자체와 인간다움마저 신뢰할 수 없는 존재로 여기기 시작했다. 이들은 잠재적인 위험과 위협을 지닌 존재로 간주되어 감시하고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된다. 통제, 투명성, 위생에 집착하는 인간 중심의 세계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우리 자신을 점점 더 해충처럼 다루고 있다.
전시는 이러한 아이러니를 꼬집으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리적 장치의 역할을 뒤집고, 거시적인 체계에 깃든 신념을 반문한다. 벌레 없는 ‘쾌적한’ 환경을 위해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전기 살충제의 푸른 빛은 전시 공간을 기묘하고 불안정한 분위기로 채우고, 실험실을 연상시키는 스테인리스 작업대 위에는 케이블과 전선이 얽혀있는 나무의 그루터기가 정밀한 검사를 기다리는 외계 생명체처럼 놓여있다. 한편, 전시장 높은 벽에 걸린 시청각 영상 작품에서는 균일한 형광등 아래 끝없이 이어지는 여러 통로 화면이 재생된다. 이곳들은 살아있는 생명체가 모두 소멸된 극도로 비인도적인 공간으로, 오직 인간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풍경이 재생된다. 이러한 연결 통로에서 현장 녹음된 사운드는 동영상과 동기화되어 공간의 기계적인 움직임에서 발생한 반향을 전시장에 전달한다. 그리고 또 다른 스테인리스 작업대에는 전시 제목의 문구가 수놓아진 북유럽 스타일의 자수가 있고, 청결함이 곧 신성함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푸른 빛과 전시장을 휘감는 메아리는 위생과 보안을 명목으로 강도 높은 통제를 일상화한 어느 도시를 연상케 하고, 그 시스템에 내재한 감시와 폭력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 인간성마저 초월해 완벽한 평화를 보장하는 절대적인 ‘안전의 건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아티스트 북 『착오없는 시행』 발간 및 패널 토크
한편 전시의 일환으로 팩션의 출판 임프린트 프랙션(Fraction)과 협업 제작한 아티스트 북 『착오없는 시행』(2026, 프랙션)을 공개한다. 아티스트 북은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나나와 펠릭스가 참고하거나 영감을 받아 작성한 동명의 글 뭉치 「착오없는 시행」(2026)과 임채연 문화인류학 연구자의 비평 「안전의 정치를 의심하기: 안전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놓치는가」(2026) 2편을 국문과 영문으로 수록한다. 출판물은 안전에 관련된 여러 문장을 발췌해 엮은 ‘문서 더미’ 형태로, 타자기 서체의 글을 불균형하게 배치한 불완전한 레이아웃으로 디자인되었다. 일관된 정렬과 안정적인 조판 방식에서 탈피해 ‘안전’이라는 주제를 역설적으로 드러냈다. 아티스트 북은 전시에서 열람 가능하며, 전시 중 일부 기간 팩션에서 현장 구매할 수 있다.
10월 31일(토) 열리는 패널 토크는 2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나나와 펠릭스 작가, 임채연 연구자가 각각 발표를 진행한다. 임채연 연구자는 서울의 러브버그와 동양하루살이 대발생을 중심으로 ‘불청객’ 곤충과의 어색한 공존을 탐구한 바 있으며, 이번 프로젝트에 도시에서 함께 살기 부적절하다고 여겨지는 비인간 생물을 둘러싸고 ‘안전의 정치’가 작동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2부에서는 팩션의 윤혜린 디렉터가 모더레이터로 나서고, 팩션 및 프랙션 디렉터이자 아티스트 북 디자인을 맡은 이름이 참여해 프로젝트 전반과 출판물의 기획 과정을 소개한다. 이어서 임채연 연구자, 나나와 펠릭스 작가가 대화를 통해 도시의 안전을 명분으로 기능하는 감시와 통제, 그 과정에서 놓치는 것들을 재고하며 비롯된 프로젝트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논의를 확장한다. 토크는 무료 사전 예약제로 진행되며, 10월 20일부터 팩션 인스타그램 및 웹 사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다.
“인간에게 그다지 해롭지 않은 데다 출몰 기간도 일 년에 보름 남짓으로 한시적인 이 곤충들을 관리가 필요한 존재로 만드는 과정에는 일정한 문제화problematization가 수반됐다. … 러브버그와 동양하루살이의 ‘과도한’ 존재를 인간 사회의 위생과 안전, 쾌적한 생활환경, 사람들의 정신건강과 삶의 질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면, 그에 적합한 대응, 즉 개체 수 조절과 방제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저절로 뒤따른다. 이때 유의할 점은 이 피해가 아직까지 실제로 벌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 자체가 개입의 정당한 근거가 된다.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미래의 해harm를 근거로 어떤 존재나 현상을 사회 전체의 문제로 만들고, 그 위해성을 강조하며 위협을 실재reality로 구성해내는 것, 그에 대해 특정한 조치를 정당화하고 실행하는 것이 바로 안전의 정치가 하는 일이다.” — 「안전의 정치를 의심하기: 안전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놓치는가」 중 발췌 (글. 임채연)
작가 소개
나나와 펠릭스는 2013년부터 활동해 온 한국-핀란드 국적의 아티스트 듀오이며 현재는 부산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고 있다. 지난 십여 년 동안 아티스트 듀오는 인간이 만든 문화적 풍경을 탐험하며 ‘발전’의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작업 과정에서 비교와 차용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예술사에 잘 알려진 개념들과 작품, 전통문화와 대중문화, 기성품 및 폐기물 등을 수집, 해석, 재현하여 다양한 ‘풍경’으로 재구성한다. 이로 인해 작품들은 사진, 드로잉, 영상, 회화, 서예, 자수, 아티스트 북, 발견된 오브제, 조각, 기성품, 텍스트, 사운드, 조명 등의 다양한 매체로 구성되며, 작품의 성격에 따라 여러 개에서 수십, 수백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분할되는 작품 형식은 전시 공간의 특성 또는 전시 의도에 따라 작품이 재배열되거나 각색되어 예술 작품이 단지 불변하는 완성품이 아닌 전시를 통해 새롭게 완성되는 경험의 매개체로 작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 서울사진축제 《Come Back Home》(2026, 서울시립사진미술관), 《Trial Without Error》(2025, 무 헬싱키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건축의 장면들》(2024,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강원국제트리엔날레 2024 《아래로부터의 생태예술》(2024, 평창송어종합공연체험장), 《버릴 것 없는 전시》(2023, 전북특별자치도립미술관), 《제3회 미따 컨템포러리 아트 비엔날레》(2023, 요엔수 미술관, 요엔수, 핀란드) 외 다수의 전시를 개최하였다. 제6회 포스코미술관 신진작가상(2021, 포스코미술관)을 수상하였으며, 가파도 아티스트-인-레지던스, 양주시립창작스튜디오, 대전테미예술창작스튜디오, 인천아트플랫폼 등에서 입주작가로 활동하였다.
주최 및 장소: 팩션(서울시 서대문구 홍제천로 6길 26, B1)
비평: 임채연
출판: 프랙션
토크: 윤혜린(팩션, 모더레이터), 이름(팩션, 프랙션), 임채연(문화인류학 연구자), 나나와 펠릭스(작가)
제작 후원: 부산문화재단 한성1918
패널 토크: 10월 31일(토) 14:00~16:00
*패널 토크 참여 신청: 팩션 홈페이지 또는 인스타그램 (신청 기간: 10월 20일 ~ 10월 30일, 무료)
*토크는 한국어로 진행됩니다.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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