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6년 8월 30일 ~ 2016년 9월 4일
남현찬, 김미숙(87), archival pigment print, 90x126 cm, 2015
‘집이 집에 없다’ *
"윗목이 방을 나가자/ 마루가 밖으로 나가자/ 손님이 찾아오지 않았다./ 마당이 마당 밖으로 나가자/ 잔치가 사라졌다.(이문재 시, ‘집이 집에 없다’ 중 부분)*"
한 때 그 집에는 방방마다 식구들이 가득했다. 나드는 사람들로 마당이 북적였고, 마루에는 이웃이 찾아들어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때론 갓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가 담장 밖까지 울려 퍼지기도 했다. 한 사람이 나가면 또 다른 사람이 찾아와 집의 온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제 그 집은 더 이상 그런 집이 아니다. ‘집이 집에 없다’.
‘집이 없는 집’에는 오직 ‘노인’이 있을 뿐이다. 더 이상 잔치가 없는 집처럼 더 이상 찾아오는 이가 없는 노인은 홀로 남아 마당을 쓸고 부뚜막을 정리한다. 오래 전 집이 집에 있었던 때처럼 여전히 그곳에 머문다. 늙은 집과 늙은이는 서로 기대어 살아간다.
닳아서 반질해진 나무기둥과 그을린 흙벽은 집의 세월을 증명하고, 오래된 살림살이와 벽에 걸린 사진들은 노인의 지나온 삶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수많은 기억들과 시간들이 한데 모인 집 안은 공허하다. 거기 앉은 노인도 마찬가지다. 카메라를 응시하는 시선은 체념한 듯 텅 비어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꿈에 보여 오랜만에 고향마을을 찾았을 때, 남현찬의 시선에 외따롭게 살아가는 노인들이 처음인양 다시 보였다. 홀로 외롭게 지내면서도 낯선 사람들의 방문을 결코 기꺼워하지 않는 이들과, 이들만큼이나 고집스럽게 옛 모습을 간직한 집이 자꾸 눈에 밟혔다. 곁에 아무도 없이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모습도 아른거렸다.
자꾸만 발걸음이 그 집과 노인들에게로 향했다. 무엇도 새로울 것 없이 피로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집과 사람은 시대의 변화가 길게 늘어뜨린 ‘그림자’ 같았다. 여러 번 이들을 만나고 사진으로 담는 동안 역시 무엇도 변함없었다. 손때 묻은 바가지와 빗자루, 유행이나 신제품과는 거리가 먼 가구와 전자기기, 파리채와 요강까지. 그 모든 것이 부동의 그림자처럼 고스란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집이 집에 있었던 때를 기억하는 사람과 이 집조차 사라질 것이다. 겉과 속이 모두 새롭고 세련된 집으로 변해갈 것이다. 오직 사진만이 기억할 것이다. 오래전 탄생부터 죽음의 순간까지가 집에 있었던 때와 그 시절 이후에도 집을 지키던 사람들이 있었음을. 남현찬이 <The Shadows – 그림자>시리즈를 지속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남현찬, 김말분(83), archival pigment print, 40x56 cm, 2015

남현찬, 이두영(93), archival pigment print, 90x126 cm, 2016

남현찬, 이순래(91), archival pigment print, 40x56 cm, 2016

남현찬, 한기락(90). archival pigment print, 90x126 cm, 2015
출처 -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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