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앙갤러리
2021년 8월 10일 ~ 2021년 8월 24일
네모난 바퀴로 비틀비틀 굴러가기
이보름, 전유정
우리는 모두 위기를 경험한다. 코로나19라는 초국가적인 유행병이 발생하기 전에도 사람들은 일상에서 크고 작은 위기를 겪으며 살고 있다. 오늘의 점심 메뉴를 선택하는 사소한 위기에서부터 인생과 가치관을 위협하는 거대한 위기까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날벼락 속에 속절없이 당하고야 만다. 누군가는 위기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극복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우회하며 계속 전진할 수도, 아니면 회피하거나 망각을 선택한다.
반복되는 위기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매순간 최선을 다해 결정을 내린다. 그 과정이 완벽하고 매끄럽지 않아 보여도 네모난 바퀴로 비틀비틀 거리며 어떻게든 굴러간다. 그리고 시련과 위기의 순간을 통과하며 발생하는 진동을 지켜보는 것이 이 전시의 목적이다.
두 명의 작가들 또한 위기를 경험했는데, 이를 해결하고자 동사신은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동하고 정은희는 철학과 미학에서 회화로, 다시 회화에서 판화로 매체를 변경했다. 그리고 이들은 작년 팬데믹이라는 재난을 마주하며 심리적 불안과 물리적 한계에 맞서 또 한 번 선택을 감행한다. 그리고 전시는 작가들의 개인적 행적을 추적하며 어떻게 세계와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동사신은 일상에서 촉발되는 감정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자기 자신과 세계가 맺는 관계를 탐구한다. 그는 본인이 자주 사용하는 사물, 추억이 담긴 사진, 즐겨보는 책과 영화, 뉴스 등등 지나치기 쉬운 아주 작고 소소한 것들을 포착한다. 큰 진폭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그의 작업들은 자신의 감각과 세계를 확장하고자 새로운 방법론을 찾아 헤매는 작가의 실험 정신을 보여준다.
<Women>(2016), <Animal>(2016), <Friend>(2016)는 선들을 쌓아 올리며 대상을 충실하게 재현하면서 다양한 선들을 교차하여 화려한 패턴을 만들어낸다.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만든 이 작품은 동사신의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No.2 In The Crowd>(2021)은 이번 전시를 위해 기존의 작품에 배경을 추가하여 새로 인쇄한 것으로,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집에만 머물러야 했던 작가가 오늘날까지도 엄격히 제한되고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 군중에 대한 생각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일상화된 재난에도 불구하고 그는 색면 시리즈(<Pronounce>, <Stay There>, <Touch>, <Go For A Walk>, 2021)을 통해 자기 내면에 숨어있는 잊혀진 동심을 발견하고 삶을 계속 이어가자며 희망을 노래한다.
정은희는 시간의 흐름을 켜켜이 쌓이는 레이어로 표현하는 작가다. 평면 작품에서 사람과 공간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 그는 사람과 도시 등 시간이 흐르며 변하는 것들의 아주 작은 실마리도 놓치지 않는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지표>(2021)는 이제는 사라진 공간의 흔적을 매개하는 상징물로 맨홀을 선택했다. 가장 오래된, 최초의 맨홀 위에 지나간 수많은 이들의 자취를 평면에 구현한다. 그는 마모되어 쉽게 잊혀지고 사라지고야 마는 시간의 상징들을 추적한다.
<Nature>(2021) 시리즈는 작품을 만드는 손의 움직임, 물과 기름의 궤적들과 자연의 상징들을 교차시키는 작업이다. 마치 필름이 중첩되듯 레이어가 시간의 흐름을 만들어 자연스러운 자연의 이치를 찾아낸다. <Nature>시리즈 중 다섯 번째 작품은 현재 이 시점을 적절히 포착한 작품이기도 하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과 이를 둘러싼 환경을 포착하기 위해 공기를 기호화하여 해체된 분자적 요소는 현재의 상황을 대변한다.
마지막으로 <기관없는 몸>(2018)은 그의 시간, 인간, 몸, 그리고 죽음에 대한 궤적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인지하는 시간, 인간, 몸이 매우 표면적임을 주지하며 우리의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다. 실타래로 얽힌 몸의 상징은 우리가 바라보고 인지한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제시한다.
기획: 이보름, 전유정
참여작가: 동사신, 정은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nemonan_baq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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