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9년 5월 14일 ~ 2019년 5월 19일
양강도 김정숙군 2019.01.04. Pigment based Inkjet Print on Paper 42x3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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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설 위로, 다시 눈이 내리는 마을. 주민들이 짐을 끌고 언덕길을 오르고 있다. 흙담이며 나무 울타리, 어슬렁어슬렁 풀린 개가 함께인 풍경이 옛 시절 우리네 농촌의 겨울 같은데, 사진을 찍은 연도는 2019년, 사진에 담긴 장소는 북한의 도 가운데 하나인 양강도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접해있는 양강도. 옆에는, 실지로도 나란한 자강도와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풍경들도 보인다.
사진가 노춘호의 <線>. 실향민이었던 아버지가 반평생을 그리워만 했던 38도선 너머의 땅, 그곳을 아들이 ‘시선으로 선을 넘어’ 사진에 담았다. 물리적으로는 넘을 수 없는 선을 렌즈의 힘을 빌려서 넘은 것이다.
“몸은 여기 있지만, 시선이라도 ‘線’을 넘어 다가서서, 저 건너 우리에게 안부를 묻고 싶었습니다.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지금을 살아가는 보통의 북한사람들을 담고 싶었습니다.”
사진가는 수차례 중국을 방문해서, 몸은 중국 땅에 둔 채, 시선과 렌즈로 오늘의 북한을 바라보았다. 북한이 가장 잘 바라다 보이는 주변 지역에서, 광학의 힘을 빌려 북녘 땅의 자연과 도시, 산골 마을과 그곳에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은 것이다.
평안남도에서 나고 자랐던 사진가의 부친은 30년이 넘는 세월 내내 그곳을 그리워했고, 사진가는 아버지의 탄식과 눈물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결국 고향 땅에 가보지 못한 채 남북 이산가족 찾기가 한창이던 무렵에 세상을 떠나셨다. 아들에게는 자연히 ‘선’에 대한 사유가 생겨났다. 그가 사진기를 손에 들었을 때 사진은 그의 사유의 편린들을 한 장 한 장 표현하는 매개가 되었다.
노춘호의 사진 <線> 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해방 전후 강대국의 정치적 편의에 따라 한반도의 남과 북을 가르며 그어진 ‘북위 38도선.’ 정전에도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남한과 북한의 경계로 자리하는 바로 그 선이 일차적 의미다.
다음은, 강한 집단들이 그들 간의 이해관계로 어떤 대상에 대해 그 대상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어 놓은 선에서 파생되어 대상 내부의 기득권층에 의해 굳어지고 있는 선이다. 그는 한국전쟁의 희생자들부터 고난의 행군 시기에 극심한 경제난으로 스러져간 북한 사람들, 중국에서 인권유린을 당하는 탈북인들, 남한의 이산가족들까지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아픔이 이 이 선에 의해 야기되었다고 여긴다. 이것이 사진가가 자신의 사진 <線> 을 통해 되살펴 지기를 바라는 또 하나의 선이다.
마지막으로, 사진 <線> 에는 한 가지 바람이 더 담겨있다. 작가는 자신의 사진을 통해, 편을 나누고 대립하며 가르는 ‘선’이, 서로를 잇는 ‘선’으로 바뀌기를 희망한다.
노춘호 사진전 <線> 은 오는 5월 14일부터 류가헌 전시2관에서 열린다.
출처: 사진위주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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