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브레송
2015년 7월 3일 ~ 2015년 7월 12일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찍은 풍경사진 시리즈 14 김상훈 개인전 : 살기 품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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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전쟁터에서 저 멀리 보이는 풍경은 한국에서 보던 일상의 평화로운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폭기가 공습하고 지나가며 만든 하얀 항적운도 사실 서울 하늘에서 종종 보는 여객기의 항적운과 크게 다르지 않고 가자지구의 노을도 영종도의 노을만큼이나 아름다우며, 레바논의 옥색 바다는 삼척의 바다 못지않게 맑고 곱다.
하지만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는 미사일 소리와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에 놀라 주위를 둘러보면 곧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바다에 떠 있는 것은 어선이 아니라 함포를 쏘는 군함이고, 마치 불꽃놀이처럼 화려하게 밤하늘을 수놓으며 떨어지는 것은 백린탄이다. 포탄이 떨어진 구덩이엔 불에 탄 차가 처박혀 있고, 재개발현장을 닮은 건물 잔해 사이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
다시 고개를 들어 먼 풍경을 바라보면 이제 모든 풍경이 달리 보인다. 붉은 흙 아래에는 생명의 씨앗 대신 죽음의 지뢰가 묻혀있고 산속에서 피어오르는 흰 연기를 따라가면 따뜻한 밥 대신 차가운 시체가 있음을 깨닫는다.
전쟁터에서는 인간의 증오와 탐욕이 버무려진 살기가 아름다운 풍경을 유린하고 협조마저 강요한다. 전쟁터 풍경은 그렇게 강압적으로 만들어진다.
인간의 살기를 강제로 품게 된, 무력해서 측은한 풍경.




출처 - 갤러리브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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