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치갤러리
2020년 4월 25일 ~ 2020년 5월 2일
의학사를 보면 자신이 달걀 프라이라는 이상한 망상에 빠져서 살아가는 사람의 사례가 나온다. 그가 언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찢어질까봐" 아니면 "노른자가 흘러나올까봐" 어디에도 앉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의사는 그의 공포를 가라앉히기 위해서 진정제 등 온갖 약을 주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마침내 어떤 의사가 미망에 사로잡힌 환자의 정신 속으로 들어가서 늘 토스트 한 조각 가지고 다니라고 제안했다. 그렇게 하면 앉고 싶은 의자 위에 토스트를 올려놓고 앉을 수가 있고, 노른자가 샐 걱정을 할 필요도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이 환자는 늘 토스트 한 조각을 가지고 다녔으며, 대체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Alain de Botton 의 『Essays in love』 중-
우연히 7 명의 작가들이 모였고, 그 곳은 대다수의 작가들이 머물고 있는 공간 ‘드림하우스 Dream Haus’였습니다. 한화에서 기획, 운영하는 공용 거주 공간 ‘드림하우스’에서 각자의 열정을 대변할 삶을 성취하던 그들의 모습이 모여 《달걀 프라이와 토스트 한 조각》이란 이름으로 전시를 합니다. 생애 속 분주함을 피해 동해 바다로 왔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파도가 높이 일렁이니 마음이 다시 분주해졌다며 바람을 탓하듯 우리는 결국 개인, 자신, 내면이라는 단어에 늘 사로잡힙니다. 작가들도 그렇습니다. 개인의 존재와 내면에 대한 이야기로 너른 한바탕에 꽃을 피웁니다. 자신이 ‘달걀 프라이’라는 망상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처럼 우리는 깨지고 부서지기 쉬운 ‘연약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삶을 버티게 하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토스트 한 조각’과 같은 자신만의 ‘완충재’로 인하여 우리는 또 살아갑니다.
김문수 작가는 달걀 프라이라는 망상에 빠진 이처럼 사람은 누구나 작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관계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작가의 작품 <연인>에서는 위태로운 나뭇가지 두 개를 서로 기대어 세우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합니다. 연인과 같은 두 나뭇가지의 모습은 서로가 서로에게 스스로 서있을 수 없는 연약함을 내비치고 동시에 ‘달걀 프라이’를 감싼 ‘토스트 한 조각’과 같은 완충재가 마땅히 되어줍니다. 사진 앞에 놓여진 나뭇가지를 친구와 또는 낯선 이와 함께 직접 세워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작품 <불완전하기에 완전한>에서 작가는 자신의 연약함을 수집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그러나 받아들이고만,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수집해 촬영합니다. 높이 163cm, 폭 40cm. 작가의 몸과 꼭 닮은 크기의 작품 안에 수집된 몸을 채웁니다.
“일어날 일은 꼭 일어나게 돼 있었어. 그러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불안해 하지 말고 네 길을 가렴, 꾸준히 꿋꿋이 네 길을 가렴, 그럼 네가 원하는 일이 이루어질 거야.” 노래 ‘케세 라 세라(Que Sera, Sera)’의 가사입니다. 히치콕 감독의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라는 영화의 주제곡으로 유명한 이 노래의 제목은 스페인어인데 영어로는 ‘Whatever will be, will be’로 번역됩니다. 김인아 작가는 말합니다. “부서질 것 같음을 즐겨라. 즐기다 보면 그 부서짐 마저도 찬란히 빛나리라.” 작가의 작품 <축제의 방(Salle des Fêtes)>은 사진 없는 사진 작품입니다. 작가는 축제를 대변하는 이미지들을 찍고 잘게 부숩니다. 손으로 찢고, 기계로 갈아내고, 칼로 오려냅니다. 조각난 이미지는 태초의 물성만 간직한 채, 색색의 가루가 되어 자신의 존재를 나타냅니다. 작가는 자신의 부서지기 쉬운 연약함 앞에서 자취를 감추려 하지 않고 오히려 아름답게 즐기는 태도를 보입니다.
애정하는 이에게 편지를 써준 지 며칠이 지나셨나요? 박수지 작가는 서랍 속에 남아있는 주고 받은 편지나 문장들을 종종 꺼내 읽으며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말로 기억되는 사람이었구나. 사랑받았구나. 내가 이런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한답니다. 자신이 쓴 글, 그리고 자신에 대하여 쓴 글. 글은 개인을 정의하는 강력한 수단이 됩니다. 글은 일시적이기 않기에 개인의 기억과 함께 객관적으로 기록됩니다. 그렇기에 다시 돌아왔을 때 더욱 강력합니다. 박수지 작가의 <설합(說盒)>은 말 그대로 ‘말이 들어있는 합’입니다. 서랍을 열고 닫음을 통해, 누군가의 잊고 있던 인생의 빛나는 문장들이 모아지고, 누군가를 지탱해주고 일어서게 했던 문장이 다가와 빛이 됩니다.
혼술, 혼커, 혼밥의 시대,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기가 빨리고 에너지가 닳아 탈진에 이르고 맙니다. 에너지의 충전이 필요한데, 밖에서의 시간을 보낸 후 우리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이유가 그러하겠죠. 박은진 작가의 사랑스러움은 작품에도 드러납니다. 세상살이 피곤하여 도망치고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 그러나 숨지 못하는 야속하게 커다란 내 몸. 박은진 작가는 작품을 통해 몸을 줄이고 줄여 피곤했던 상황에서 숨고야 맙니다. 자신을 대변하는 미니어처를 굽고, 피하고 싶은 상황을 조성해 자신의 분신을 숨겨 논 사진을 찍습니다. 사랑스러운 미니어처들은 전시장 구석구석에서 자신만의 휴식공간을 만들고 숨어 있습니다.
‘달걀 프라이’와 같이 연약한 존재와 삶을 지탱하는 ‘토스트 한 조각’과 같은 완충재 이야기에 앞서 살아있다는 사실이 놓여있습니다. 엄지윤 작가는 인간의 살아있는 징후, 즉 생명 징후(Vital Sign)를 포착합니다. 작가는 작품을 준비하며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작가는 꿈 속에서 누군가 계속해서 말하는 음성을 들었고 잊지 않기 위해 그 말을 반복합니다. “플럼(Plum), 흑백, 향수 그리고 카운터(Counter)” 잠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와서도 계속 입에서는 이 한 문장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플럼, 흑백, 향수 그리고 카운터, 플럼, 흑백, 향수 그 리고 카운터...” 구급의료의 현장에서 호흡, 맥박, 체온, 혈압 등을 지표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듯이 작가는 꿈에서 들은 4 가지 단어를 예술가로서의 Vital Sign으로 해석합니다. 엄지윤 작가의 작품 <Vital Sign>은 대표적 생명 징후와 작업의 생명징후를 연결시켜 보여주는 영상 작업입니다. 호흡과 향수, 맥박과 플럼, 체온과 흑백, 혈압과 카운터로 짝지어 연결 된 작가의 생명 지표들은 네 개의 스크린 속에서 앙상블을 형성합니다.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애’입니다. 수선화의 영문명 나르키소스(Narcissus)는 자신을 너무 사랑해 연못에 비친 자신과 사랑에 빠져 사랑을 이루지도, 떠나지 못한 채 죽음에 이르러 한 송이 수선화가 되었다는 ‘나르키소스 이야기’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설 작가는 ‘나르키소스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아 작품을 전개합니다. 자기애가 강해 자신의 연약함을 알지못하고, 그러기에 ‘토스트 한 조각’과 같은 완충재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나르시스트들의 모습을 꼬집습니다. 이설 작가의 작품 <나르키소스 (Narcissus)>는 감상자의 뇌파를 읽어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집중할 수록(자신과 사랑에 빠질 수록) 수면에 비친 상이 흐려져 오히려 자신을 볼 수 없는 경험을 하게 합니다. 이 작품은 프랑스의 심리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의 ‘거울 단계 이론’을 담고 있습니다. 라캉은 인간 내면에 상상적으로 존재하는 나르시시즘적 자아를 지적하는데, 자아를 강화해야 한다는 자아심리학자들의 주장과는 다르게 단순히 자아를 강화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결핍된 주체라는 사실을 인정함을 통해 건강한 주체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루가 인상적이었던 날 또는 무의미한 날들의 연속, 우리는 때때로 눈물의 시간을 보냅니다. 해나케이 작가는 답답할 때면 옥상을 오르기도하고 호수공원, 한강에서의 산책을 한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청각과 시각에 집중하여 스트레스를 푸는 회복의 시간은 때때로 고조되어 눈물의 시간으로 번집니다. 눈물의 시간 동안 세상은 빛의 번짐으로 동그랗게, 동그랗게 보입니다. 작가는 동글동글한 눈물의 시간을 완충재로 소개합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깨지기 쉬운 존재는 눈물을 통해 달래어집니다. 해나케이 작가는 작품 <Meet your feelings>를 통해 동글동글한 눈물의 세상을 구현하고 감정과 감각의 만남을 통해 그 세상에 머물도록 합니다.
전시 기획: 임휘재
전시 매니저: 서지은
참여 작가: 김문수, 김인아, 박수지, 박은진, 엄지윤, 이설, 해나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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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11:00 -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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