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강태희갤러리
2019년 5월 31일 ~ 2019년 6월 11일
미술과 감정 연구(Art & Affect)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전시 《데-자-메 뷔》는 디지털 매체 이후 인간의 감정과 미술이 맺는 관계를 프로이트의 언캐니(uncanny)를 경유하여 탐구한다. 동시대 미술 담론 속에서 관객의 감정에 관한 논의는 그 중요성에 있어 ‘재현’, ‘이미지’, ‘매체’ 같은 개념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좁은 입지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상이 전개되는 전시장에서 미술을 모르는 관객들, 알고 있더라도 그것을 표현할 적절한 언어가 부재하는 관객에게 미술은 의아하거나, 당혹스럽거나, 불가해한 대상일 뿐, 관계 맺기나 유대의 대상이 되지는 못한다. 이러한 현상은 동시대 미술 감상이 ‘느낌’보다는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전시는 그러한 괴리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로써 관객의 ‘감정’에 주목할 것이며, 그 전략으로 언캐니를 지목한다.
타인이라고 생각했던 얼굴이 사실은 창문에 비친 나의 얼굴이었음을 알게 됐을 때, 혹은 매일 5시 55분에 시계를 보는 현상이 5일간 반복되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언캐니’라는 단어를 알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기이한 불안함을 제공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언캐니는 이렇듯 기이함을 담지한 불안함을 가리킨다. 인터넷 이후 특정 모티프와 이미지들이 대거 발굴되며 언캐니는 일종의 현상으로 자리잡았으나 본디 그것보다는 훨씬 커다란 개념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언캐니는 전통 미학이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던 감정, 그중에서도 공포에 관계한다. 프로이트는 언캐니의 궁극적인 발생 요인을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동일한 것의 반복’에 두고 여기에 ‘애니미즘’, ‘생각의 전능성’, ‘숙명성’, ‘공상의 순간적 현실화’, ‘드러나지 말아야 할 것의 (재)출현’ 등을 덧붙이며 그 심리적 기원을 인간이 지니는 원초적인 감정, 즉 우리가 잊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평등한 것, ‘우리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바로 그 두려움’까지 확장한다.
전시의 제목은 ‘데자 뷔(Déjà vu)’와 ‘자메 뷔(Jamais Vu)’를 결합한 것이다. 이 합성어는 미시감과 기시감의 교차, 혹은 엉킴을 가리키는 동시에 ‘언캐니를 발생시키는 이질적 시각성과 그 메커니즘은 어떤 구조를 가지는가’ 하는 질문과 ‘우리는 언캐니를 언제, 어떻게 느끼는가’ 같은 질문을 아우르고자 한다. 전시 《데-자-메 뷔》는 언캐니의 기원인 ‘반복’과 디지털적 징후로써의 ‘반복’이 가지는 유사성을 포착한 곳에서 시작하였다. 김보원과 송수인은 VR/AR, 라이브 포토의 디지털 매체를 사용하여 복제와 불완전한 회귀, 도플갱어, 아바타, 저변으로 사라짐 같은 단어들을 엮는다. 구체적인 결과들은 언캐니를 마주하는 시대적 반응의 하나로 남게 될 것이다.
감정은, 아무리 그것이 사회적인 층위를 지닌다고 하더라도, 지식의 상아탑 바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저력을, 우리를 진정으로 연대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아주 같을 수는 없더라도 동일한 것을 느끼고 있다는 희미한 감각들이 우리를 ‘동류’로 묶어 낸다. 언캐니의 전복적 가능성 또한 그것이 무엇보다도 감정이라는 점에 있다. 언캐니의 감각에 요구되는 것은 개별적 학습이 아니라 인류라는 종種으로써 우리가 원초적으로, 공통되게, 평등하게 지니는 감정이다. 전시 《데-자-메 뷔》는 언캐니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공유된 비평의 지대를 열 수 있는 가능성을 가늠하고자 한다. 느낌과 직관을 요구하는 감상은 우리 시대에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감성과 감정, 정동 같은 개념들을 다시 사유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글·기획: 김나현
참여 작가: 김보원 송수인
디자인: 홍석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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