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
2017년 10월 19일 ~ 2017년 11월 19일
«도면함»은 큐레이터들에게 전시 도면(floor plan)을 제안해 모아보자는 기획에서 출발했다. 2011년 초 생각했던 전시장 도면 기획은 연구와 집필에 가까웠다. 시청각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강문식, 박길종, 윤지영, 박미나 & Sasa[44] 작가들에게 ‘도면’에 대해 아래와 같은 글을 전달하며 진행되었다.
도면 전시에 관한 아이디어의 가제로 가지고 있던 제목 ‘1:1 다이어그램’은 최슬기 디자이너의 작업인 ‹1:1 TV›에서 빌려온 것이다. 최슬기의 ‹1:1 TV›는 보르헤스의 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와 디자이너가 제작한 텔레비전으로, 텔레비전은 자신에 관한 정보 외에 아무것도 상영하지 않는다. 2011년 (도면) 전시는 기획 초기 단계에서 끝나고 말았다. 전시장 도면을 모은다는 아이디어를 실현할 예산과 구체적인 계기가 없기 때문이었다. 또 도면의 존재 방식에 대해서 더 이상 사고할 이유가 없으며 실질적으로 과거 도면을 수집하는 것 자체의 어려움을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전시기획자에게 도면은 여전히 흥미롭다. 이유를 추리하면 이렇다.
첫째, 건축가의 도면에 비해 전시기획자의 도면은 물리적 공간과 더불어 시간 개념 그리고 작가라는 ‘화자(speaker)’가 개입된다. 즉 여러 개의 목소리가 한데 들어와 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작가든 죽은 작가든 간에 도면에 자리를 확보한 작가의 공간이 어떤 식으로 확정될 것인지 전시 오픈 이후가 되어서야 예측의 결과를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전시기획자에게 도면은 어느 정도 미지의 것이고 어정쩡한 것이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행위 자체가 작가에게 있다고 해도 결국은 작가도 100% 확정지을 수 없는 작가의 ‘작품’이라는 대상에게 전이됨으로써 도면에 담긴 예측의 역할은 현장이 예상치를 넘어서는 순간, 유명무실한 것이 된다. 전시 기획 단계에서의 도면은 아무것도 없이 치워진 전시공간에 무엇인가 채워 넣는 행위이다. 이 행위는 박물관이나 기념관에 내용물을 채우는 일이 아닌 이상, 다시 원점(다음 전시를 위한 빈 공간)으로 되돌려진다는 것을 전제한다. 여러 개의 목소리가 밀물처럼 한꺼번에 들어왔다가 다시 썰물처럼 나가버리는 것이다.
둘째, 이 유명무실함에서 살펴보면 도면은 매우 확정적이고 논리정연한 형태를 취한 듯 보인다. 물리적으로 종이-도면이 갖고있는 힘은 오늘날 종이를 쥘 일이 별로 없는 인간이 물질을 만지는 몇 안 되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공간이 있고 작품 제목이 있고 캡션이 있고 관람객의 동선이 제시되는 것이다. 즉 전시장에서의 도면(핸드아웃 또는 리플렛)은 관람자들의 동선을 제안하고 예측하기 위한 것인데 이 역할 또한 반전된다. 공간에 들어온 관람자들은 제시된 도면을 손에 쥐기는 하지만 이 종이라는 물질의 강인함과 취약함이 동시에 작동한다.
셋째, 이제까지 전시 오픈 시점에서 도면의 과거와 현재를 말했다면 전시의 미래 즉 전시가 끝난 이후에 도면이 갖는 독특한 위치 또한 흥미롭다. 전시장 기록 사진이 부분적으로 전시된 작품과 그 설치를 기록해낸다면 도면은 유일하게 전체를 담아내는 부감의 기록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이 몇 안 되는 시선은 전시장 전체에 어떤 작품들이 놓여있었고 이것은 어떤 전시(전시의 시공간을 포함하여) 안에 있었는지 매우 사실적인 기록의 상태로 비약한다. 도면이 미래의 시간을 가진 것이니, 관람객은 이 도면을 배신하여 작품을 다 안 볼 수도 있고 동선의 순서를 거스를 수도 있다. 그러나 10년 전의 , 100년 전의 전시를 기록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은 도면이 맞다.
«도면함» 전시에서 도면은 작가에게 ‘공간을 압축해서 보여주거나 제시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전시를 아카이브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총체적인 전시의 양상은 인터뷰 영상이나 이미지 안에서만 존재하고, 실물만이 현재에 도착해 남아있다. 박길종은 전시장에 필요한 기물을 만들거나 디자이너/건축가의 도면을 모아두는 도면 박스를 만들기도 했다. 그에게 도면은 매우 구체적인 계획과 실현 가능성, 매뉴얼을 의미한다. 조각과 영상 작업을 하는 윤지영은 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전시 전후를 앞둔 기록에 관심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그에게 과거에 제작한 네 점의 작업들이 책과 조각의 물질적 경계를 넘어 자유로이 열어젖히고 관람하는 다른 도구(tool)가 된다는 것은 ‘지식 탐구’의 과정을 연상시킨다. 박미나 & Sasa[44] 작가의 경우 방대한 아카이브와 자료 축적을 일상화하는데, 이들에게 도면은 다음 단계의 선택을 정확하게 구현하는 몇 번의 변환되는 형태이다. 강문식은 이번 전시에서 «도면함» 책자를 구성하고 전시 그래픽 작업을 하는 동시에 디자이너로서의 작업을 제작한다. 추억이나 회고가 아니라 미래를 예상하는 가능성의 물질로서 작가들의 도면은 어떻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전시장 도면은 한눈에 들어오는 무언가를 만든다. 그러나 결국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은 없고, 하나씩 콕 찍어서 봐야만 한다는 것을, 적어도 전시 공간에 들어온 이들에게는 알려준다.
오프닝 리셉션
2017.10.19(목) 오후 5시
기획 현시원 Seewon Hyun
주최 시청각 Audio Visual Pavilion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Arts Council Korea
출처 : 시청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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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2:00 - 18:00
수요일 12:00 - 18:00
목요일 12:00 - 18:00
금요일 12:00 - 18:00
토요일 12:00 - 18:00
일요일 12:00 - 18:00
휴관: 월요일, 추석 당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