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갤러리
2019년 10월 31일 ~ 2019년 11월 5일
1 / 11
1.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잘 아는 일이라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라는 의미의 친숙한 속담이다. 이때의 ‘돌다리’에 돌로 만들어진 다리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토속적 믿음이 함축적으로 담겨져 있으므로, 돌다리도 두들겨 보아야 한다는 조언은 관습적 사고 혹은 통념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발을 내딛고자 하는 물리적 대상이 어떠한 상태인가를 재고해야 하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돌다리는 가짜 표면으로 뒤덮여 있어서 두드려 보기라도 하지 않으면 대상의 실제 물성을 파악하기 힘든 오늘날의 시지각 환경에 대한 알레고리가 된다.
지도 어플리케이션의 일상화로 인해 머리 속으로 실시간 조감도를 그리는 강박적 습관에서 이탈하게 된 고근호는, 초단위로 갱신되는 데이터의 세계상으로부터 심리적 압박을 받으며, 어딘가 몰입하게 됐을 때만 일시적으로 안정감을 되찾는다. 그는 이러한 몰입의 감각을 ‘접속’의 감각과 등치시키며, 접속 전후의 심리적 운동 과정을 회화적 조형의 작동방식으로 치환해내려 한다.
의식의 기제와 회화의 과정이 포개어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회화 고유의 추상적 리얼리티를 탐구하는 박정우는 역사와 시간, 관습과 지각, 이미지와 과정을 교차-충돌시키는 물리적 장소로서 회화의 지지체를 고찰하고, 회화의 과정 자체를 조형의 단위로 삼아 행간으로 존재하는 이미지 너머의 시간을 가시화 시키고자 한다.
2.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를 영어로 번역하게 될 때 주로 쓰이는 관용구는 ‘Look, before you leap’이다. 전자가 익숙한 상황에도 한번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물리적 행위에 담아낸다면 후자는 단지 한번 더 (살펴)보라고 경고한다. 이처럼 동일한 맥락이 시각과 촉각이라는 서로 다른 감각의 수사로 분화될 때 발생하는 의미의 차이는 고근호, 박정우가 일관된 맥락으로 진행해 온 작업의 작동방식이 시기별로 편차를 갖게 되는 이유와 유사하다.
고근호가 2017년에 진행했던 <Until Done>연작에서 회화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틀의 규격, 천의 종류, 색의 사용 등-을 일종의 데이터로 삼아 게임의 법칙을 만들고, 그에 따른 작업의 진행과정을 통해 조형의 다이어그램적 순환을 구현하고자 했다면, 2019년부터 전개중인 <Orby Orby>연작에서는 한쪽이 닫힌 휴먼스케일의 물리적 구조를 맴돌며 기억과 우연을 오가는 눈과 마음의 궤적을 회화적 조형으로 표지한다.
박정우는 그리기를 위한 과정의 단면이 그 자체로 결과의 조형을 지시하는 프레임이 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마스킹 테이프로 캔버스에서 흰 선을 떠내는 마스킹테이프 연작을 2017년까지 변주해 왔다. 2018년부터는 폴리에스테르 원단을 스트레칭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이징sizing(별도의 가공을 거치지 않은 천 위에 그림을 그리기 위한 밑작업) 할 때 발생하는 굴곡이나 천에 남겨진 주름들을 마치 프로타쥬frottage하듯 떠내어 표면 위로 축적하는 디오라마 연작을 전개하고 있다.
3.
아무튼 우리는, 돌다리를 건너야 한다
박정우, Untitled (Blue) #1, 2016, masking tape on canvas, 90 × 240 cm(dimension variable)
박정우, Graduation #4 2017, Oil on previously-exhibited art work, 90.9 × 72.7 cm
박정우, Untitled (Diorama), 2018, acrylic on non-stretched polyester, 75.5 × 58.5 cm
박정우, Untitled (Diorama), 2019, acrylic on non-stretched polyester, 68 × 68 cm
박정우, Untitled(Diorama), 2019, acrylic on non-stretched polyester, 100 × 100 cm
박정우, Untitled(Diorama), 2019, acrylic on non-stretched polyester, 100 × 100 cm
박정우, Untitled (Diorama), 2019, acrylic on non-stretched polyester, 37 × 100 cm
고근호, Orby Orby, 2019, plaster, gel medium, acrylic on wood, 47 × 47 × 107.5 cm
고근호, Orby Orby, 2019, plaster, gel medium, acrylic on wood, 47 × 47 × 107.5 cm
고근호, Orby Orby, 2019, plaster, gel medium, acrylic on wood, 47 × 47 × 107.5 cm
고근호, Orby Orby, 2019, plaster, gel medium, acrylic on wood, 47 × 47 × 107.5 cm
고근호, Until Done, 2017, oil on raw canvas, 20 × 20 cm (the first line 12 parts), 30 × 30 cm (the second line 8parts), 40 × 40 cm (the third line 6 parts)
그래픽디자인: 이재환
사진: 고정균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성균관로 25-2, 성균관대학교 경영관 1층
운영시간
월요일 13:00 - 18:00
화요일 13:00 - 18:00
목요일 13:00 - 18:00
금요일 13:00 - 18:00
토요일 13:00 - 18:00
일요일 13:00 - 18:00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