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데갤러리
2016년 2월 6일 ~ 2016년 3월 26일

인간 본질에 대한 내면적 (자기)성찰
대상에 대한 본질적 성찰(省察) 그리고 정제된 조형성을 보여주는 절제의 미학(美學), 조각가 디트리히 클링에(Dietrich Klinge)의 작품을 특징짓는 두 가지 중심 개념이다. 서른 점의 소형 청동 조각상으로 구성된 <EIJIP>연작에서 클링에는 자신의 작품세계에서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는 인간상(人間像)의 형태적 다양성을 집약해 보여주고 있다. 개별 작품들이 지닌 표현적, 의미적 다채로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클링에의 조각상들은 전통적인 연작의 개념으로 제작된 작품군(作品群)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 조각상에는 본질에서 벗어난 표현적 잉여물들을 과감히 걷어 내 버리고자하는 작가적 의지가 근저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상호간의 내적 유기성을 긴장감 있게 유지하고 있다. 작품의 개별성 이면에 존재하는 상호 유기성은 작가가 두상 특히나 얼굴에 담아내는 명상적인 이미지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자아의 심연(深淵)을 관조하는 듯한 조각상들의 표정, 그로부터 흘러나오는 우아한 기품은 정신적이며 심지어 종교적이기 까지 하다.
조각가 클링에는 전통과 현대를 오가며 자신의 조형적 언어를 발견해 간다. 클링에가 작품에 담아내고 있는 다양한 모티브들 그리고 그에 대한 형태적 해석은 작가의 방대한 지식 그리고 집요한 탐구력이 서양미술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시대와 문화적 경계를 넘나들고 있음을 드러낸다. 클링에의 지적 경계는 미술사의 계보를 이어가는 대가들과의 정신적인 대결을 통해 끊임없이 확장되며, 그러한 확장의 과정들이 그의 작품 속에 부정할 수 없는 증거로써 남아 있다. 클링에의 작품은 재료를 다룸에 있어서 그가 기술적으로 얼마나 뛰어난 미술가인지를 확인시켜 준다. 그의 청동 조각상들은 마치 나무로 만들어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조각은 청동의 재료적 속성에 나무의 질감을 입히고 베어진 나무둥치의 형태를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시각적 질감을 인상으로 남긴다. 이러한 결과물은 대형 작업을 제작할 때 실제 나무로 기초 작업을 하는 클링에의 작업방식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나무를 통해 원하는 형태를 얻게 되면 그것을 주물로 뜨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나무의 표면 질감이 조각 작품에 그대로 옮겨진다.
클링에의 작업에는 대상의 내적 깊이를 고요히 들여다보는 ‘동양적 정서’가 흐르고 있다. 측정과 분석이 아니라 한 걸음 떨어져서 이치를 헤아리려는 관조적 자세는 절제된 표현을 통해 형상화 된다. 특히 <EIJIP>연작을 구성하고 있는 개별 작품들은 디트리히 클링에의 이러한 예술적 사유가 물질적 재료를 통해 작품으로 승화되고 있는 과정들을 집약해 보여주고 있다. 좌상이나 입상의 형태에서 발견된 인체 유형들은 신화적이거나 종교적 혹은 작가 스스로가 만들어낸 내러티브와 결합이 된다. 몇 몇 작품들은 고전적 양식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는가 하면 어떤 작품들은 서구의 전통적인 도상에 클링에식 표현이 첨가되었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도상이 유형들의 변주를 통해 변형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독립성과 개별성을 띤 각각의 조각상들이 발산하는 기품과 성찰의 깊이는 클링에의 조각상들이 가지는 본질적인 힘이다. / 철학박사(미술사 전공) 김석모
출처 - 보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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