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의동 보안여관
2026년 10월 4일 ~ 2026년 10월 28일
땅에는 값이 있다.
위치와 면적, 용도와 개발 가능성에 따라 숫자가 부여되고 그 숫자에 따라 같은 땅 사이에도 위계가 만들어진다. 제주 덕천리의 500여 평 남짓한 땅 역시 하나의 부동산으로서 가격을 갖는다. 이 땅의 가치가 정말 그 가격으로 모두 설명될 수 있을까.
프로젝트의 모티브가 된 <파리의 한 장소를 소진시키기 위한 시도 tentative d'épuisement d'un lieu parisien>에서 조르주 페렉은 자신이 바라본 장소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문학실험을 시도했다. 지나가는 버스, 사람들의 움직임, 날씨의 변화처럼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것들을 계속해서 바라보는 그의 시도는 우리가 평소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텍스트로 남겨 하나의 사건으로 만들었다.
2025년 봄, 제주 덕천리의 한 땅에 모인 다섯 작가는 페렉이 파리의 한 장소를 ’소진‘시키고자 했던 것처럼 이 땅을 ‘써, 버리기’로 했다. 걷고, 기다리고, 바라보고, 파내고, 만지고, 찍고, 기록하고, 다시 놓아두는 등 땅 위에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면서, 땅을 소진시키기 위한 시도를 이어갔다. 약 1년의 시간 동안 같은 곳을 반복해서 바라보고,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고, 사라지는 것과 새롭게 생겨나는 것을 기록하는 동안 우리가 다 써버린 것은 땅 앞에서 보낸 우리의 시간과 몸, 시선 그리고 감각이었다. 땅은 오히려 점점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어떤 땅에는 그곳을 거쳐 간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 생과 사의 이야기가 쌓인다. 사건과 기억이 축적될수록 땅은 하나의 장소가 되고, 다른 땅과 구별되는 의미를 갖는다. 덕천리의 땅 또한 작가들의 소진이 쌓임으로써 하나의 장소가 되었다1). 가격으로 환산되는 값과는 다른 가치가 그곳에 생겨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1년간 땅에 더 많은 소진(바라봄)을 쌓아 보기로 했다. 각자가 바라본 땅을 다른 사람이 다시 바라보게 하기도 하고 서로의 소진을 핑퐁처럼 주고받기도 했다. 하나의 시선이 다른 시선을 만들고, 그 시선이 또 다른 시선을 불러오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땅과 자신을 잇고, 보이지 않거나 사라진 것들을 다시 바라봄으로써 그것을 이곳에 있게 했으며, 이미 잊었거나 잊혀진 것들을 다시 불러냈다. 그렇게 땅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발생한 연결과 현전, 그리고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제 땅은 다시 평가대 위에 놓였다. 글을 쓰는 지금(26.09.04)으로부터 며칠 뒤면 제부TV2)의 소장님이 땅에 방문한다. 땅값을 매기고 거래하는 사람의 눈으로 이곳을 바라볼 예정이다. 지난 2년간 우리가 이곳에서 쌓아온 바라봄과 시간, 사건과 흔적은 땅의 가격 안에 포함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것들은 가격을 매기는 순간 다시 숫자 밖으로 밀려나게 될까. 과연 이 땅은 어떤 숫자로 불리게 될까. 혹은 땋에 쌓인 소진의 가치를 알아본 누군가에 의해 비싸게 판매될 수 있을지도. 우리가 이곳에서 보낸 2년은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1)「땅의 가치, 예술로 소진한다” 비가치등기소 첫 전시 개최_제주의소리」, 「예술이 묻는 땅의 의미, 비가치등기소 첫 프로젝트 개막_제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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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 김하림, 박길주, 박한나, 박희자, 전희경
총괄기획: 박길주
기획: 박희자
디자인: 김하림
후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문화예술재단
협력: 제부TV, 만출
본 전시는 2025-2026년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예술창작프로젝트(다년)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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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2:00 - 18:00
수요일 12:00 - 18:00
목요일 12:00 - 18:00
금요일 12:00 - 18:00
토요일 12:00 - 18:00
일요일 12:00 - 18:00
휴관: 월요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