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룸8
2024년 7월 13일 ~ 2024년 8월 1일
네 하천의 물결과 하상의 광휘 Your River’s Flow and Riverbed’s Glow
글/ 기획: 안재우 독립큐레이터
증강 현실, 가상 현실, 그리고 인공지능까지.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현실에 증강의 요소를, 가 상의 새로운 현실을, 그리고 증강 현실과 가상 현실에서 우리를 대신하여 사고하고 판단하는 지능까지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대사의 이러한 첨단에서 살며 작업하는 시각예 술가인 라킴은 그 첨단을 인간이 감각하는 행위의 의미에 대한 다양한 작업을 실천하며 동시 대 미술계로부터 꾸준히 주목을 받고 있는데, 특히 첨단의 불완전성이 완전한 것으로 인식되 는 역설의 반복 속에서 일어나는 우리의 감각, 인지, 그리고 세계관의 변형과 기형에 대한 라 킴의 예술적 재현은 우리에게 작금의 뉴 노멀(new normal)이 과연 얼마나 실제로 노멀한 것인 가에 대한 특별한 영감을 제공한다. 음식의 실제 맛보다 SNS에 올라온 이미지를 더 보편적으 로 즐기고, 설악산의 단풍을 그 가을 내음을 함께 맡으며 감상하는 것보다 기계를 통해 집에 서 가상으로 즐기는 경험의 실현에 더 큰 관심을 갖는, 이러한 기술 중심의 새 주류 담론에 지배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진지하고 예술적인 감흥으로 가득한 성찰의 기회를 라킴은 창작하 고 있는 것이다.
첨단의 불완전성은 그 생산적 차원에서의 근거와 소비적 차원의 근거를 모두 지니고 있다. 생산적 차원을 먼저 생각해보면, 가령 강아지 영상을 만들어서 유투브에 올리는 사람은 아무 리 영상을 잘 만들어도 그 시청이 강아지와 실제로 포옹하거나 공원에서 함께 뛰노는 경험보 다 완전할 수는 없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그리고 유투브는 이러한 영상이 시청자로부 터 가장 완전한 경험으로 소비될 수 있도록 첨단의 기술을 동원하여 꾸준히 업데이트를 실시 한다. 꾸준히 업데이트를 한다는 것은 그 기술이 업데이트가 필요한 만큼의 불완전성을 지니 고 있다는 걸 함의하는데, 영상의 소비자들 가운데 대부분은 이런 통찰을 하지 못하는 듯하다. 게다가 우리의 이러한 통찰력 부족은 결국 우리가 그만큼 불완전함을 드러내 버리기까지 한 다.
불완전한 생산이 불완전한 소비를 만나 완전한 흐름으로 자리잡혀가고 있는 가운데, 특별한 통찰력을 지닌 어느 예술가는 그 불완전성을 발견하여 우선 자신에 대한 성찰을 실천하고 있 으며, 작업을 통해 자신의 사적 성찰이 좀 더 보편적인 성찰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그러니까 감상자의 성찰 또한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생성하고 있다. 그 보편적 성찰을 위해 라킴이 주목 하는 것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보편적으로 지니고 있는 요소인 물리적 감각 기관들인데, 대표 적인 예로 디지털 기기의 터치스크린을 물리적으로 직접 감각하는 우리의 손을 들 수 있다. 라킴의 작품 세계에서 종종 등장하는 손은 강아지를 쓰다듬을 수 있는 손인 동시에 강아지 영 상이 담긴 화면의 재생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손이다. 즉 어느 상황이든 물리적 감각을 실제로 경험하는 존재이다. 이 두 명백히 다른 감각적 경험의 구체적 차이, 그 차이를 무의식적으로만 인지하는 것과 의식적으로 ‘이해’하는 것의 차이, 그리고 이해를 위한 노력이 우리에게 제시할수 있는 좀 더 초월적인 가능성들을 라킴은 석판화, 실크스크린, 그리고 모노타입 등의 판화 기법과 드로잉이 요구하는 수고롭고 세련된 손길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페이지룸8에서 개최하는 라킴 개인전 《네 하천의 물결과 하상의 광휘 (Your River’s Flow and Riverbed’s Glow)》는 일차적으로 우리의 실재에 대한 직접적인 물리적 감각에 대한 헌사라고 볼 수 있으며, 동시에 우리의 자연적인 감각에 대한 성찰을 통해 그 가 치와 새로운 가능성을 논하여 동시대의 관객에게 탈-시대적인 감흥에 대한 예찬을 선사하는 실천인 것이다. 감각이라는 현상을 가능케 하는 우리의 신체 기관들, 가령 해운대의 일출을 지 각하는 눈, 모래사장의 온기를 지각하는 발, 그리고 해변을 함께 방문한 연인의 손길을 지각하 는 어깨. 이것들이 어떤 의미를 갖으며, 동시에 우리가 어떻게 새롭게 이해할 수 있을까. 분명 한 것은 이 감각들이 모여 우리 각각의 삶의 흐름이 되고, 삶의 가장 깊은 곳에서도 찬란한 기억이 되어 우리의 육체와 정신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전시 작가: 라킴
전시 기획/ 글: 안재우
주최/주관: 페이지룸8
사진: 양이언
출처: 페이지룸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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