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갤러리 서울
2016년 5월 11일 ~ 2016년 6월 26일
작명미상 Title Unknown, 1997, Wood, FRP, 305x157x170(h)cm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는 5월 11일부터 6월 26일까지 한국 근현대 조각사에 굵은 발자취를 남긴 故 류인(1956-1999)의 개인전 <경계와 사이>를 개최한다. 2015년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작가의 추모 15주년 기획전 <불안 그리고 욕망>을 개최하고 그의 작품세계 전반을 소개한 것에 이어,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최후 유작과 후기 미공개 대표작을 선별해서 소개한다.
권진규의 표현적 리얼리즘의 계보를 잇는 구상 조각의 천재로 평가 받는 류인의 작품은 인체를 대상으로 하되, 형상을 분절하거나 왜곡하는 등의 해체와 표현주의적 재구성을 거듭했다. <파란 I (1984)>에서부터 80년대 후반의 <지각의 주(1987)>, <윤의 변(1989)>, <입산 II (1987)> 등의 작품은 억압되고 왜곡된 인체와 그 인체에 덧댄 입방체 형상의 장벽들을 깨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틀과 사회로부터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인간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류인은 <황색음-묻혔던 숲>, <부활-조용한 새벽>과 같은 작품을 통해 자전적이고 개인적인 존재에서 사회적 존재로서 인체를 형상화하고, 시대의 목소리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특히 <급행열차-시대의 변>은 인체의 일부를 기호화하고 사회적 억압 구조를 대변하는 표현 요소들을 가미해 한국 현대기의 고뇌하는 인간군상을 보여주었다. 이후 후기 작업은 주제나 표현적 측면뿐 아니라 매체적 측면에서도 전작들과 구별되기 시작했다. 인체에 대한 더욱 다양한 오브제들이 더해지면서, 흙을 모태로 두되 그 경계에서 철근, 돌, 시멘트, 하수구 뚜껑 등을 동원해 확장된 장으로서의 조각의 가능성을 탐구했다.
이번 전시인 <경계와 사이>는 이러한 후기 류인에 주목한다. 존재론적 측면에서 삶과 죽음, 또 개인적 인간과 사회적 인간 사이의 실존적 경계를 실감하고, 매체적 측면에서는 흙이라는 전통적 매체의 경계에서 그 범주를 조금씩 확장해갔던 ‘경계적 인물’로서 류인을 새롭게 제시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규정된 경계 속에서 치열하게 그 사이 공간을 사유하고, 그 사유를 처절하면서도 아름답게 시각적으로 표출해온 한 조각가가 다룬 마지막 일련의 형상들을 조심스럽게 소개해보려 한다.
작가 소개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아버지 류경채(1920-1995)와 희곡작가였던 어머니 강성희(1921-2009) 사이의 막내 아들로 태어난 조각가 류인(1956-1999)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강한 자의식과 흙에 대한 본능적 욕구로 조각가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80년대 당시 추상과 설치작업이 지배적이던 한국 화단에 인체를 매개로 정밀하고도 힘있게 묘사한 구상조각을 선보이며 명실상부한 구상조각가로 명성을 날렸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중앙 미술대전 특선, 문체부가 수여한 ‘오늘의 젊은 작가상’ 등 다수의 미술대전에서 수상하였다. 이후엔 형상적 요소가 접목된 새로운 구상조각을 선보였고 더 나아가, 최초로 조각과 설치미술을 결합한 작품도 발표했다. 전통적 방식으로 인체를 다루면서도 현대적인 표현 방식을 지향했던 그는 뛰어난 천재 조각가로 인정받았으나, 잦은 음주와 타고난 지병인 결핵과 관절염, 간경화까지 겹쳐 4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충실한 사실적 묘사를 기반으로 하는 그의 작품 속에선 한국 추상화단의 대가인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미적 감각, 희곡작가이자 교수인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무대 연출의 유전적 재능이 엿보인다. 가장 극적인 장면을 연극적 장면으로 재구성하여 작품 속에 연출하는 그만의 독특한 상상력은 독창적 공간 해석 능력을 보다 강조한다. 사실적으로 재현된 인체 부위를 왜곡하거나 변형하고, 연극적 연출 장치를 이용하여 인간(작가)이 본연적으로 갖고 있는 삶에 대한 강렬한 집착과 에너지, 또 보다 근원적인 불안, 울분, 컴플렉스를 치열하게 느끼게 한다.

작명미상, 1996, 나무, 철, FRP, 240x200x190cm

작명미상, 1995. 나무, 철

황색해류 II, 1995,FRP,iron,tree, 308x100x130

사인 I Cause of Death I, 1986, Bronze, 30x145x232(h)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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