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미술관
2018년 9월 6일 ~ 2018년 10월 13일
Terrace Silver gelatin hand print 35×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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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미술관은 그저 흰 벽으로 둘러 싸인 전형적인 전시장인 것일까? 마침 그 의문을 샅샅히 낱낱히 풀어헤치는 작가 듀오가 등장했다. 바로 9월 6일부터 10월 13일까지 종로구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에서 열리는 마한칭, 유모나 작가의 개인전 《Sediment, Patina, Displacement》. OCI미술관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2018 OCI YOUNG CREATIVES의 여섯 선정 작가 가운데 하나인 마한칭, 유모나 듀오의 이번 개인전은 사진과 설치의 조합이라는 특이한 형식에, 땅이 터가 되고 건물이 서고 그 내부가 채워지는 일련의 세월을 헤아리는 독특한 화법이 어우러지는, 대표적인 장소 특정적(Site Specific) 전시이다.
마한칭과 유모나는 각각 사진과 설치를 주요한 작업 형식으로 삼는다. 두 사람이 창작 듀오로, 단일 창작 주체로 활약하는 하나의 개인전인 만큼, 그들의 주무기는 이 사진과 설치의 ‘조합’이다. 그리고 그들의 주된 관심사는 건축이다. 따라서 사진과 설치의 조합이란 형식으로 건축과 공간을 다루는 것이 이 듀오의 작업이며 이번 작업의 대상은 바로 그들의 전시가 열리는 공간, OCI미술관 건물이다.
OCI미술관은 화이트큐브의 일반적인 특성을 다수 지닌다. 화이트큐브는 살롱, 개인 캐비닛, 궁전 복도, 박물관 등 고전적 전시장의 모든 맥락과 개성에서 유리되어, 미술품을 전시하기 위한 용도로 태어난 공간, 합목적적이면서 동시에 주술적인 공간이다. 이에 따르면 이상적인 화이트큐브는 미술품 이외의 어떤 것도 도드라지지 않는, 마치 ‘새 문서’를 클릭하면 뜨는 화면처럼 균일하고 편평한 벽면과 바닥과 빛을 갖추어야 할 것이고 그러한 취지와 용도로 지어지고 운영되며, 공간 특성도 부각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그 어떤 화이트큐브이든 어느 건물의 일시적 단면일 것이며, 삼차원의 부피와 양수의 무게, 주소지, 설립 연도, 맞아 온 비바람의 양이 있을 것이다. OCI미술관 건물 역시 그러하다. 마한칭, 유모나는 이 건물의 맥락을 그들의 언어로 솎아, 다시 OCI미술관이란 화이트큐브에 풀어낸다. 미술관은 본래의 배역을 다하는 동시에, 전시 기물, 작품의 일부인 셈이다.
전시 흐름은 ‘Site – Space – Time – Place’의4개 섹션으로 파악할 수 있다. 터를 다지고, 기둥이 서고 건물이 올라가 물리적 공간을 꾸리고, 시간을 입으며 이야기가 쌓이고, 마침내 다른 것과 구별되는, OCI미술관이란 하나의 장소로 거듭나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 섹션은 칼처럼 나누지는 않는다. 작가가 추구하는 건 어디까지나 과거에서 현재로 오는 자연스런 하나의 흐름이다. 전시 제목 《Sediment, Patina, Displacement》는 ‘자연-사람-그 이후’로 이어지는 이 흐름과 호흡을, 한 발자국 더 물러나서 조금 더 은유적으로 담았다. 쌓이는 것, 입는 것, 마침내 들어서는 것. 지반이 쌓이고, 건물이 쌓이고, 시간이 쌓이고, 이끼와 녹을 입고, 시간과 사연을 입고, 건물이 허공을 채우고, 물리 공간을 장소가 채우고, 작가의 표현을 감상자의 상상이 채우는 이미지로 이해할 수 있다.
2층 전시장 들어서기 전 계단 공간을 채우는 빛부터 심상찮은 오렌지 빛깔이다. 전시장 입구 벽면에서 무척 편평하고 고요한 수면을 목격한다. 전시장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 역시 오렌지빛으로 채워진 걸 확인하며 전시장을 들어서면, 2층 난간을 타고 널찍이 펼쳐진 또다른 물을 마주하게 된다. 폭 4미터, 길이 6미터가 넘는 반투명한 비닐을 난간을 따라 팽팽히 붙들어 펴 놓은 설치 작업 <Waving Surface>이다. 찢어질까 염려될 정도로 얇고 여린 비닐 층이 공중에 떠서 공기를 타고 이리저리 넘실댄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동명의 시트지 작업을 설치로 변용했다. 언제나 평탄을 유지하려 드는 물의 이미지를 투영한 조형이다.
수평적 이미지는 자연물에서 점차 인공물의 흔적으로, 다시 기둥과 건축물의 수직적인 이미지로 전이한다. 낡은 비계와 미장을 한 건물 내벽은 물리적인 공간감을 한층 강조하고, 기둥에 낀 이끼는 세월의 흐름을 짐작케 한다. 거울 너머로 슬몃 엿보이는 기계 장치나, 2층 천장의 한계를 넘어 늘어뜨린 수많은 반투명 레이어 행렬은, 이 건물만의 생김새를 속속들이 암시한다. 현대적 정제기술의 최후 산물인 아스팔트 더미는 표면을 마무리하는 마감 재료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덩그러니 홀로 걸린 베를린 장벽 조각은 제목 <Piece of You>가 암시하듯, OCI미술관 건물이 실제로 품고 온 이야기 부스러기 중 하나이다.
작업 형식도 작업자 조합도 평범하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의 화법은 이처럼 우회적, 은유적, 간접적이며 무던히도 섬세해, 때때로 조심스러울 정도이다. 강하지 않게 살살 읊고 조곤조곤 속삭이는 그 화법 그 느리고 짙은 박자야말로 역설적으로 이들 작가의 강한 자기색이라 하겠다.
마한칭(1990~), 유모나(1987~)는 각각 영국 왕립예술대학교에서 사진과 조소를 전공했다. 아티스트 듀오로 공간과 건축에 대한 관심을 사진과 설치의 조합으로 나타낸다. 영국을 주무대로 프랑스, 미국,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레지던시와 활발한 전시활동에 임한다. 이번 OCI미술관 개인전 《Sediment, Patina, Displacement》는 한국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개인전으로 어느때보다 그 각오가 남다르다
출처: 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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