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PRESS
2026년 1월 20일 ~ 2026년 1월 25일
2026년은 병오년, 붉은 말의 해이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말(馬)을 길들여 왔다. 말과 함께 인간은 더 멀리,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하루의 거리, 도시의 크기, 소식이 닿는 범위는 말을 통해 재편되었고,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 역시 함께 확장되었다. 말은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는 도구이자,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동반자였다.
인류는 또 다른 말(言), 언어와 문자를 통해서도 확장을 경험했다. 소리로서의 말은 순간에 사라지지만, 문자는 그것을 붙잡아 시간과 공간을 넘어 전달하는 기호 체계가 되었다. 문자를 통해 인간은 직접 가지 않아도 되는 세계를 상상하고, 닿을 수 없는 거리까지 사고를 이동시킬 수 있었다. 말(言)은 인식과 경험을 확장시키는 또 하나의 도구이자 수단이다.
말(馬)과 말(言), 이 두 ‘말’은 각각 물리적·관념적으로 인간의 세계를 넓혀 왔다. 서로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둘 모두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속도와 확장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게 된 만큼, 세계는 점점 압축된 인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전시 〈말, 말〉은 이러한 두 ‘말’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 전시는 그래픽디자이너와 글자디자이너가 약 10여 주간의 워크숍을 통해 모션그래픽을 배우고 실험한 결과이지만, 모션그래픽의 완성도를 증명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인쇄와 같은 정지된 매체에 익숙한 디자이너들이 모션디자이너와 함께 ‘시간’과 ‘움직임’이라는 조건을 통과하며, 자신의 시각언어가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 과정이다.
그래픽디자인은 흘러가는 말(言)을 멈춰 세우고, 반복 가능하게 만들며, 오래 바라볼 수 있도록 해온 기술이다. 이는 천천히 이동하며 멈추고 되돌아볼 수 있는 ‘걷기’와 닮아 있다. 반면 모션은 시간축 위에서만 존재하며, 각기 다른 환경과 조건 속에서 재생된다. 이는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지만 모든 것을 세밀하게 볼 수는 없는 ‘기마(騎馬)’의 감각에 가깝다.
말은 걷기를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걷기의 의미를 더 분명하게 만든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장면은 스쳐 지나가지만, 확장을 경험한 이후의 정지는 이전과 다른 깊이를 만든다. 걷기와 기마는 서로를 보완하며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확장한다.
그래픽디자이너에게 모션은 그러한 말(馬)과 같다. 시각언어를 휘발시키는 기술이 아니라, 언어를 더 멀리 태워 보내고 다시 붙잡아 볼 수 있게 하는 도구이자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 이 전시는 달려 나갔다가 다시 멈춰 서서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그 왕복의 순간들을 담고 있다.
전시 〈말, 말〉을 통해 우리는 무엇이 더 우월한지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 전달의 방식이 달라질 때, 우리의 인식은 어떻게 확장되는지 고민하고 이에 맞추어 시각언어는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탐구한다.
참여: 강동완, 권혜은, 김은지, 김태룡, 문장현, 원성연, 유예나, 이진우, 채병록, 최인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11:00 - 20:00
화요일 11:00 - 20:00
수요일 11:00 - 20:00
목요일 11:00 - 20:00
금요일 11:00 - 20:00
토요일 11:00 - 20:00
일요일 11:00 - 20:00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