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
2005년 10월 13일 ~ 2006년 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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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로 평가되는 매튜 바니는 1991년 미술계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이래 무한한 상상력과 실험정신으로 현대미술의 영역을 확장해 오고 있다. 그는 신체의 물리적 한계와 남녀성의 분화에 대해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동시대 문화가 주목하는 신체, 성, 정체성 등의 일반적인 개념을 초극해 왔다. 의학, 체육학, 물리학, 심리학, 신화학에 이르는 지식과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그는 현실인식의 출발점인 신체로부터 전례없이 독특한 우주론을 전개하는 것이다.
매튜 바니는 신체에 지워진 한계를 '타원'과 '막대기'가 결합된 로고(field emblem)로 상징하며 그것으로 각각 '신체'와 '구속' 또는 '여성'과 '남성'이 결합된 성의 미분화상태를 의미한다. 수정 직후 6주 동안 남녀의 성이 미분화 상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목한 그는 여성으로 상승할지 남성으로 하강할지 모르는 성 에너지가 무한한 창조력을 발휘한다는 가설을 작품 전개의 중심 아이디어로 제시한다. 매튜 바니는 이에 근거하여 퍼포먼스와 영상, 조각, 사진 등이 결합된 5편의 싸이클인 <크리매스터 Cremaster>(1994~2002)란 대서사를 창안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운동선수에서 아티스트로 첫발을 내딛던 1987년부터 가장 최근까지 지속하고 있는 <구속의 드로잉 Drawing Restraint> 전작으로 구성된다. 신체가 구속을 받을 때 몸의 근육들이 힘과 크기 면에서 강화되는 상태를 조형 작업에 이용한 것으로 '창조력의 근원으로서의 구속'을 탐색한 프로젝트다. 특히 가장 최근에 완성한 9번의 작품에서는 구속의 상징물인 막대기가 일시 제거된 상태, 즉 여성과 남성이 뚜렷하게 분화된 이후의 러브 스토리를 2시간 25분에 달하는 장편영화와 대규모 조각, 그리고 사진 등으로 구성했다. 이와 더불어 구속이 제거된 이후에 필연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는 물체의 붕괴와 새로운 생성의 과정을 구현해냈는데, 이는 생성자이자 파괴자이기도 한 자연의 속성에 대한 깊은 고찰의 결과이기도 하다.
<구속의 드로잉>은 2002년 미국과 유럽에서 순회 전시하여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킨 <크리매스터 싸이클> 이후 두번째로 기획된 매튜 바니의 세계 순회전으로 그의 예술관이 어떻게 생성되고 전개되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으며, 21세기 첨단 미술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매튜 바니 MATTHEW BARNEY
매튜 바니는 196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아이다호에서 성장했으며 고교시절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했다. 예일대학에서 의학과 미술을 전공하고 1991년에 졸업했으며 같은 해 뉴욕 미술계에 데뷔했다. 이후부터 그는 조각 설치와 퍼포먼스, 영화가 융합된 작업을 해 오고 있다.
그의 독특한 예술적 비전은 스포츠의 육체적인 엄밀성과 그 이면에 내재한 에로티시즘을 추구하여 신체와 남녀 성의 한계를 실험하는데 있다. 그는 연속성 없이 제작했으며 시각적으로 매우 특이한 5편의 영화 CREMASTER의 창작자로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 영화들은 역사, 개인사, 신화가 융하된 하나의 거대한 혼합체로서, 상징과 이미지들이 조밀하게 층을 이루면서 상호 연결되어 하나의 매우 사적인 세계를 구축한다. 그 결과로 탄생한 우주론은 아름답고도 복합적이다.
매튜 바니는 1993년 45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영예의 Europa 2000상을 수상했고 구겐하임 미술관의 Hugo Bos Award를 최초로 수상했다. 현재 뉴욕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구속의 드로잉 1번-6번(1987-1989)
운동과 예술의 경계가 모호한 1번에서 6번까지의 작품에서 바니는 스스로 신체의 일부분을 구속한 채 드로잉을 하려는 안간힘을 보여 준다. 1번과 2번에서는 탄성 밴드를 허벅지에 매고 저항이 증가된 상황에서 경사면을 타고 올라가 드로잉을 시도했다.
3번에서는 석유 왁스와 젤리로 역기를 만들었는데, 손잡이 부분에 칠했던 탄산칼슘 가루가 바닥에 떨어져 드로잉의 흔적을 남김으로써 그의 행동을 기록했다. 4번은 운동선수의 다리근육을 단련하기 위한 블로킹 썰매를 이용해서 드로잉을 시도했다. 썰매 바닥에 드로잉 도구를 매달고 긴 보도를 애써 밀고 가는 시도를 했는데, 이때 바니는 여성용 의상과 가발을 착용했다.
5번은 시리즈 중에서 유일하게 관객을 두고 실시한 퍼포먼스인데, 세라믹 스키트 사격총을 이용해 벽에 새 개의 흔적을 만든 뒤, 허벅지를 탄성밴드로 묶은 구속의 상황 하에서 창조의 길을 도식화하는 드로잉을 실시했다.
구속의드로잉 7번(2003)
7번은 3채널 비디오와 사진, 조각으로 구성된 설치작품이다. 맨하탄으로 진입하는 리무진 안에서 운전자 격인 앞좌석의 어린 사티로스 한 마리가 자기 꼬리물기를 끝도 없이 지속하고, 뒷 좌석에는 근육이 발달한 사티로스 두 마리가 맞붙어 싸우고 있다. 이들은 서로의 뿔 끝으로 루프 위에 뿔모양의 드로잉을 남기려 시도한다.
아폴로 신에게 도전했던 마르시아스(Marsyas)신화를 차용, 자신들과 똑같은 모양의 드로잉을 시도한 오만에 대한 벌로 서로의 가죽을 벗기는 징벌을 받는다.
구속의드로잉 8번(2003)
크리매스터 사이클(1994-2002)을 완성한 후, 매튜 바니는 신체에 자기 스스로 부과한 저항을 제거함으로써 에로티시즘의 발현과 신체의 해체를 표현하고자 했으며 그것은 8번과 9번의 작품을 통해 실험된다.
8번은 캐브리올 다리가 달린 우아한 투명 진열장 열 개로 구성된다. 진열장 안에는 틀에 끼워진 드로잉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 위로 나일론 섬유 물질이 번져 마치 곰팡이가 핀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 모습은 지극히 탐미적이고 에로틱하지만, 소멸하는 순간의 신체를 포착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바니는 "구속의 드로잉 8번에서는 비축되었던 에너지가 에로티시즘을 위해 희생되고 신체는 수축하기 시작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구속의드로잉 9번(2005)
2시간 25분에 달하는 장편영화와 대형 조각설치, 사진 등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일본의 포경선을 배경으로 외지에서 온 두 남녀가 만나는 러브 스토리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일본의 독특한 전통문화에 주목하면서 육지 포유류가 바다에 서식하면서 고래가 되었다는 진화론과 오늘날 산업원료의 근원이 고래기름에서 유래하였다는 가설 하에서 현대의 디젤식 대형 포경선과의 함축적인 연관성을 다루고 있다. 바니는 유기체의 체성분을 상기시키는 바셀린으로 대형 조각을 만들고자 했는데 그것의 형상으로부터 자연스럽게 고래를 유추해냈다. 타원형 주형에 들어있는 바셀린 조각에서 고래기름과 고래의 거대한 몸체를 연상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장소 또한 언제나 큰 의미를 갖는다. 건축적 규모를 벗어나는 거대한 공간은 그 자체가 이야기의 모체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때문이다. 특정장소는 단지 배경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근원지로서 기능하며 그곳의 지리적, 문화적 내력은 이야기 구조를 다양화하는데 적극적으로 개입된다. 일본의 독특한 전통문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구속의 드로잉 9번>은 법적으로 포경을 허용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인 일본이 고래이야기의 배경이 될 수 밖에 없는 필연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한 다도나 복식, 제의 등, 일본 전통문화에 내재한 특이한 형식미와 에로티시즘, 그리고 20년마다 기존의 건물을 파괴하고 다시 짓는 이세신궁의 갱신사상 등이 주목되어 신체의 변형과 재생을 추구하는 이번 작품의 이야기 구조와 맞물려 표현되었다. 이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이질감은 주인공을 '서양손님'으로 설정함으로써 가감 없이 드러난다.
도입부는 단정한 손놀림으로 선물을 포장하는 여성의 손끝을 클로즈업하면서 시작한다. 제 2차 세계대전 후, 빈곤과 식량난에 허덕이던 일본에 포경 금지령을 해제해준 맥아더 장군에게 보내는 어느 여성의 감사편지가 노래로 흘러나오는 가운데, 선사시대의 화석이 선물로 포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 노래를 미국의 컨트리 가수가 부른 것은 미국와 일본, 포경 금지국과 세계유일의 포경국이라는 아이러니를 중첩시킨 결과이다.
나가사키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고래를 끌어올려 해체할 장소인 데크를 만들고 있다. 데크는 작품 속에서 육지와 바다를 잇는 상징적인 장소로 표현된다. 화려한 퍼레이드와 함께 대량의 바셀린이 항구에 운반되고, 포경선 갑판 위의 주형 속에 주입된다. 몇 주에 걸쳐 석유 젤리는 바다의 상태를 생생히 반영하면서 응고하는데, 그것의 유동적인 응고과정은 물체의 자생적 조직화의 역동성을 증거한다. 젤리의 덩어리는 마치 고래잡이의 과정처럼 그에 합당한 방법과 도구들로 다듬어지고 배가 남극 해에 도착했을 때 빛나는 빙하들을 배경으로 그 조각은 자체의 에너지로 붕괴되면서 이야기는 절정에 달한다.
배 근처에서는 해녀들이 바다에서 용연향(龍涎香)(고래의 몸으로부터 소화되지 않고 배설된 결석과 같은 것으로, 향의 원료가 되는 불가사의한 물체)을 발견한다. 그것은 배 위로 끌어 올려져 배 안을 향기로 가득 채우고, 거대한 바셀린 조각의 정 가운데로 삽입된다. 일종의 생명의 에너지를 불어 넣는 물체로서 외부로부터 온 손님의 개념을 가진 이 신비한 물체가 다시 제거되고 나면, 드디어 조각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주형이 제거되고, 구속에서 해방된 바셀린(신체 또는 고래기름)은 천천히 갑판 위에서 붕괴된다.
선상에서 일어난 일과 동시에, 선내에서는 다도를 행하던 외지에서 온 남녀가 서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매튜 바니와 세계적인 대중 음악가이자 작가의 파트너이기도 한 뷔욕(Bjork)이 연기한 그들은 배에 온 손님으로서 각자 모선에 승선했다. 일본의 이국적인 격식과 환대에 따라 몸을 정화하고 모피로 된 기이한 혼례복을 입게 되는데, 모피는 그들이 육지에서 온 포유류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다실에서는 극도로 세련되고 형식화된 다도회가 진행되고, 이후 풍랑 속에서 배가 흔들리는 가운데 다실은 다완(茶碗)이라도 되는 듯 액체로 서서히 채워지기 시작한다.
격랑에 흔들리면서 사랑의 감정이 고조되자, 남자와 여자는 액체로 가득 찬 다실로 흘러 들어온 고래잡이 칼을 집어 들고 서로의 하반신을 자르기 시작한다. 격정적인 일본의 노 음악을 배경으로 해체의 행위를 완수하고 나자, 사라진 하반신에서 반들거리는 꼬리가 길어져 나오고, 목덜미에 숨구멍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은 서서히 고래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사랑의 감정이 고조되어 서로의 신체를 해체하는 장면과, 갑판에 바셀린 조각이 붕괴되고 기름이 흘러나오는 관능적인 모습이 중첩되면서 이야기는 절정을 이룬다.
다시 평온을 되찾은 남극해의 빙산 사이를 포경선이 유유히 항해하는 가운데 두 마리의 고래가 배로부터 멀어져 간다. 육지에서는 데크의 한쪽이 붕괴되고 새로이 다른 한 쪽이 생성되는 변화가 일어난다. 끊임없는 탄생과 소멸을 거듭하는 자연의 섭리를 암시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영상과 음악 만으로 구성되어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이 작품에서 뷔욕이 작곡한 배경음악은 큰 역할을 한다. 일본의 전통 음악을 자신의 고유한 음악세계에 녹여 매 순간 감정의 높낮이를 정확하게 조율한 탓에 2시간 25분의 긴 이야기는 대사 없이도 기승전결의 구조를 명확히 전달한다.
가상의 입구
고래가 바다에서 뭍으로 끌어 올려지는 경사면의 이미지에 기원을 둔 대형 조각이다. 고래(Cetacea)는 열 플라스틱 주조작품으로, 구속의 드로잉 9번의 중심 캐릭터에서 본을 떴다. 25톤에 달하는 석유젤리가 포경선의 갑판 위에서 붕괴된 모습 그대로를 주조했다. 용연향(Ambergris)은 새우 껍질들이 뒤엉킨 길쭉한 덩어리로서, 고래의 배설물을 재현한 것이다.
출처 : 삼성미술관 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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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관: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관람료 일반: 5,000원 청소년 (만 7세-만 18세):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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