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2018년 4월 25일 ~ 2018년 5월 1일
스러져가는 생명의 춤
갤러리 도스 대표 김선재 / Kim SeonJae
자연은 생성과 소멸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예술가에게 다양한 자연의 모습은 창작활동에 소재를 제공해 왔으며 표현 욕구를 갖게 하는 작업의 근간이 되어왔다. 문이원은 주변의 풍경 중에서도 한해살이로 살아가는 식물에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그 안에서 미적 가치를 발견하고자 한다. 들판에 핀 순수한 생명체야말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표현의 대상이라고 보았으며 이내 곧 스러져가는 식물의 마지막 모습은 자연의 생명력과 함께 인생의 진리를 깨닫게 해준 매개체가 되었다. 대지 위의 대부분 식물이 가지는 생의 주기는 인간이 가진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짧지만 그 안에는 우리와 같은 일생이 응축되어 있다. 이처럼 식물은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시간보다 훨씬 느린 다른 차원의 시간 속에서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 매우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생존해왔다. 예술의 시작은 이처럼 일상의 평범한 대상을 다시 눈여겨보는 데서 시작한다.
모든 생명은 시간의 축적을 통해 존재하며 탄생과 삶 그리고 죽음의 과정을 거친다. 문이원 작품의 주된 소재로 등장하는 식물은 인간의 삶을 투영한 생명의 본질을 상징한다. 다양한 식물들을 관찰하다 보면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쳐 버렸던 놀라운 자연의 생명력을 발견하게 된다. 식물은 모든 만물 중에서도 지극히 여리고 약하지만 질긴 생명력을 지닌 존재로서 땅의 호흡을 상징하기도 한다. 작가는 특히 일 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발아, 성장, 개화, 결실의 과정을 거친 후 고사하는 식물의 모습에서 생명이 지닌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이를 통해 현실세계에서 삶의 유한성을 인식하고 사회 속에서 생존하는 고독한 자신들의 모습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진정한 존재의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제공하고자 한다.
죽음을 향해 말라가는 식물의 외형에서 작가는 아이러니하게도 춤을 추는 것 같은 생의 역동성을 실감하게 된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서 부정적인 측면이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예술로 승화시키고 있으며 그 안에 다시금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생명체 안에 내재된 유동적인 움직임까지도 함축하기 위해서 식물이 가진 고유의 색상을 배제하고 검은 색의 실루엣만으로 형태를 최대한 생략하며 단순화하여 표현하고 있으며, 이는 군더더기 없이 대상이 지닌 생명력을 충실히 전달한다. 작업의 초기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대상을 향한 섬세한 관찰과 드로잉적인 선을 활용한 표현방식에서는 시적인 정서가 느껴지기도 한다.
배경에는 자개가 홀로 자신의 빛을 발하며 대상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킨다. 자개는 현대 회화에서도 다양한 모습의 작품들에 등장해왔으며 수많은 자개 조각들이 나열되어 만들어내는 표면에서는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고유의 마티에르를 얻을 수 있다. 자개가 배열되는 반복과 집적의 구조는 자연의 빛을 머금은 깊이감과 함께 강한 생명의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이처럼 작품 안에서 관람객의 시선에 따라 움직이는 자개의 빛깔은 생동감을 더해주며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준다.
검은 색과는 대조적으로 자개가 발산하는 은은한 빛은 우주의 음양처럼 화면 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흑과 백은 대립하는 힘이지만 완전성을 위해서 서로에게 필요한 상보적 관계로 작용한다. 빛과 어둠, 생성과 소멸의 순환은 자연이라는 전체 속에서 서로가 필요한 음과 양으로서 존재한다. 이처럼 작품 속 식물의 이미지 안에는 삶을 보여주는 동시에 삶 이면에 존재하는 죽음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작가에게 화면은 생명이 살아 숨 쉬고 끊임없이 소멸하는 공간으로 삶과 죽음, 주체와 객체, 부분과 전체인 대립적인 성격을 가진 가치들이 서로 공존하고 화합하는 장소인 것이다.
자연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모든 감각을 두근거리게 한다. 인간은 자연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며 생명에 관한 존재의 근원과 방식에 질문하고 또 대답을 찾기도 한다. 작가는 인간의 삶을 식물에 투영하고 생명이 발현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순환성을 통하여 삶에 대한 본질적 가치를 찾고자 한다. 식물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화려한 자개 위에 드러나는 검은 실루엣은 우리에게 성장과 소멸이라는 자연의 역동성을 실감하게 해준다. 상극의 힘이 주는 흑과 백의 대비는 자연스럽게 긴장감을 만들어내면서도 서로 상호공존하며 보완하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비록 들판에서 죽어가는 보잘것없는 생명일지라도 예술을 통해 삶의 진리를 얻는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것이 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에서 얻은 사유를 토대로 관람객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표현에 대한 재료와 기법이 주는 조형성의 연구를 통해 식물을 재현하는 것 이상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a Black Dance in the Air 영상중 Wind_2013

a Black Dance 영상에 삽입된 스케치

a black dance-1803a_목판에 혼합재료_지름120cm_2018

a black dance-1803ak_목판에 혼합재료_80x80cm_2018
출처 :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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