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아트큐브
2017년 3월 22일 ~ 2017년 4월 18일
민혜기, 순간(김성훈과 협업), 2014-2017 철, 전구, 와이어 등 Variable dimens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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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나는 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일상적인 공간과 사물을 낯설게 혹은 새롭게 바라보는 경험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진행한다. 우리 주변에 편재하지만 좀처럼 파악할 수 없는 이미지나 소리 혹은 관계 같은 것들을 포착하여 창의적인 방식으로 드러낸다. 즉, 숨겨진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 혹은 분명히 얘기할 수 없는 것들을 드러냄으로써 자신의 행동 반경과 생활 패턴에서 벗어나는 작은 차이들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작업의 출발점이자 모티브이다. 경험은 실제로 해 보거나 겪음으로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내 작업은 전시장 공간 속에서 눈으로, 귀로, 또 몸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나 실제 움직이는 물리성을 가진 기계-전자적 장치로 구현된다. 가상의 것이거나 환영이 아니라 실제로 움직이고 작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물리적 움직임은 새로운 상상이 가능하도록 하며 우리를 물질적 실재의 망으로 끌어들여 물질에 대한 사변적 혹은 본질적 차원의 의미를 탐색할 기회를 준다.
작품 ‘The Moment(순간)’는 김성훈 작가와의 협업으로 2014년 Distortion Field 전시에서 처음 발표되었다. 작품에 담고자 한 이야기는 높은 곳에서 그 최대의 빛을 발하며 질주해 내려와 산산이 조각나버리는 빛이다. 화면 안의 시각적인 환영이 아니라 전시장 안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물리적인 빛이다. 한 줄에 엮인 수백 개의 전구가 모두 깨질 때까지 쉬지 않고 작동한다. 전구는 시작과 함께 부서지기 시작하여 파편으로 고스란히 바닥에 남아있게 된다. 작품은 전시 중에도 그 형태가 계속해서 변화하며, 관객은 종결되지 않고 진행 중인 작품에서 그들만의 순간을 경험한다.
‘정지된 선’ 역시 ‘The Moment’의 결을 이어가는 작업으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모래가 천장과 바닥으로 나누어진 두 공간을 잇는다. 떨어진 모래는 쌓이지 않고 바닥에 뚫린 구멍으로 사라진다. 어떤 거대한 흐름의 일부분을 떼어내어, 이의 단면을 마치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작은 공간 안에 펼쳐 놓고자 했다. 얇은 모래로 이어져 있을 뿐인 빈 공간에서 관객은 떨어지는 모래를 맞거나 손으로 느끼며 쉼 없이 지속되는, 그리하여 시간을 거스르는 역설적인 ‘일각’을 경험한다.
‘이상한 대화’ 는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 키보드 자판을 통해 화면 속 똑같은 책상에 앉아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스크린 너머에 앉아 있는 사람은 관람자가 적은 질문이나 말에 스케치북에 연필로 적어 대답한다. 따스해 보이는 이 대답들은 사실 관람객이 입력한 문장에 따라 트위터에서 검색된 문장이다. 온전한 대답이거나 엉뚱한 혹은 왜곡된 대답들로 이어진 대화는 디지털 세상에서의 소통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도록 한다.
‘Fading_Time_01’, ‘Fading_Time_02’와 ‘meet(A,B)’도 또한 ‘숨겨진 것 드러내기’와 관련된 작업이다. 그러나 이번에 보이고자 하는 것은 작품 자체에 숨겨진 컴퓨터 코드이다. 디지털 예술 작품의 대부분은 그 프로그램된 구조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작품에 있어 설계 및 제작의 핵심이 되는 프로그램은 관람자 혹은 이를 감상하는 어떠한 이에게든 해독이 불가한 블랙박스 안에 숨겨져 있다. 그렇지만 작품과 관련된 모든 경험과 심미적 상황에 대한 통합적 설계와 표현은 코드로 이루어지고 서술이 된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만들어내고 규정하는 것은 코드 단위에서 작동하며 코드 자체로 작품이 되고 코드가 실행된 결과물과 유기적으로 관계가 맺히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 보이는 작품은 보이지 않는 감정의 흐름 혹은 느낌을 건조한 기계의 움직임을 통해 재현한다. ‘일상’ 은 기계 장치를 통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순환되는 삶의 단상을 단순화하여 보여준다. 기계는 일정한 선을 긋지만 곧 이를 지워버린다. 이를 무한하게 반복한다. 그러나 이렇게 그었다 지워진 선은 희미하게 남아 그 궤적을 남긴다. 반복적인 선들이 시간성을 두고 교차하며 제각각의 미미한 흔적을 쌓아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게 된다. 작품 ‘보이지 않는’도 이러한 작품의 결을 함께 한다. 조그마한 상자가 앞으로 혹은 뒤로 움직인다. 이 상자를 둘러싸고 있는 경계는 없다. 그러나 상자는 쭉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마치 추에 묶여진 진자처럼 쉴 새 없이 앞으로 뒤로 운동한다.
송은아트큐브에서 개최하는 민혜기 작가의 개인전 <반복 그리고 반복>은 2017년 3월 22일부터 2017년 4월 18일까지 진행된다.
출처 : 송은아트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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