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크갤러리
2015년 10월 29일 ~ 2015년 11월 22일
채우승_지평선_가변크기_대나무,종이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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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둘이 어울려 뭔가 한다는 일은, 참, 그렇다. 주관이 강하고 개성이 짙은 데다, 추구하는 문제가 다를 경우 예술가라면 더더욱. × × × . 살얼음판. 팽팽한 긴장감. × × × . 예술가가 평소 혼자서는 ‘구축’하지만, 둘이 어울렸을 때에는 ‘해체’하는 법을 따라야 한다. 눈치 보기. 허물어지면서 일으키기. 나와 상대에 대해 동시에 ‘불즉불리不卽不離’의 율법을 적용하기. × × × . 그래서 오늘 같은 경우라면 관람객은 대화와 상종의 질감을 더듬으며 체험의 촉각을 곤두세우려 함이 마땅하다.
전시장은 보시다시피, 새하얗다. 모든 것이 끝난 뒤, 또는, 모든 것이 비롯하기 이전의, 이미 그 자체로 쓸쓸한, 그곳의, 부피와 무게. 하얀 색. 적멸寂滅에서 미생未生으로 이행하는 길의 고요함. 모든 것을 덮어 지우는 동시에, 모든 것을 여는 일이 벌어지는 곳. 겨울. 그리고 눈. 눈-밭. 황무지-같은-곳. 그것만으로도 신성한 곳. × × × × × × .
거기서, 일 하는, 두 사람. 먼저 1층. 한 사람은 깎고, 한 사람은 칠한다. × × × . 한 땀 한 땀, 조각가는 깎아간다. 그는 각목에 잔 톱질 자국을 낸 뒤 끌로 톡톡 쳐내 거친 표면을 만들어가며 바깥에서 안으로 깎아 들어가면서, 마치 속에 숨었던 무엇인가를 조금씩 꺼내는 듯이 한다. 그렇게 하면서 긴 각목 전체에 자연스럽고 유려한 곡선의 형태를 부여한다. 그 다음 그렇게 깎아 만든 <선>을 바닥으로부터 천장 쪽으로 비스듬히 또는 곧추 세운다. 기둥이 되기엔 문약文弱하고, 자신의 존재를 희생하기엔 비교적 무강武剛한 <선>들은 별 일 아니라는 듯 제 살갗을 벽이나 그림의 하얀 질감 쪽으로 조응照應한다(<선>의 표면 어디는 반질반질해서 전시장 벽과 조응하고, 또 깎아낸 쪽 표면은 거친 물결을 가져서, 화가의 그림에 들어있는 벽돌·타일 형태나 거친 벽 질감과 상응한다). × × × × × × . 화가는, 캔버스-밭에 바짝 몸을 기울여 주의 깊게 한-켜-또-한-켜 물감을 칠해 덮으며, 안으로부터 바깥으로, 나온다. 응달진 좁은 골목길 담벼락 사이로 맞은 편 빌딩 일부가 강렬한 햇살을 반사하며 압도적으로 시야에 들어오는 그 순간의 경험이 근작을 그리게 한 모티프 중 하나가 되었다고 말한 화가의 그림은, 얼핏 보면 담벼락이나 빌딩 세부 형태를 점점 감추어가며 추상화를 향해 걸어 나온 것처럼 보이지만, 아주 사실적이다. 담/벽 표면의 아주 미세한 항목―타일의 형태와 색, 벽의 얼룩과 표면 질감, 넓은 벽면을 천천히 떨면서 그어 간 분할선 등―이 풍부한 시각적 사실성을 이루는 것. 그렇게 되기까지 화가는 그림 안에 갖가지 색채가 섬세하게 진동하고 최후의 하얀 피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색이 속살이 되도록 한-층-또-한-층 묻으며 나온 것이다. 캔버스-밭에 오랜 동안 공을 들여 생물을 다루듯 제작해 온 그림 각각은 그렇게 해서 의외로 깊은 내력을 속에 지닌 하나의 몸이 되었다.
그리고 2층. 화가의 그림들이 그 많은 사실을 품에 안은 채 벽에 기대어 하얀 명상에 잠긴 사이, 조각가는 대쪽을 잇대어가며 하얀 종이를 칭칭 감고서는 그것의 아주 가느다란 육신을 허공 중에 띄워 “지평선”을 가설한다. 그 가느다란 육신은 화가의 그림이 기대고 선 두 벽과 바닥을 이으며 묵묵히 꿈결처럼 서서히 획을 그어간다. 하얀 상상에 물든 화가와 조각가가 어울려 지은 이 모든 것은 서로를 지긋이 기다린다. × × × .
× × × × × × . 모든 것이, 심지어 숨소리조차 이곳의 모든 하얀 빛에 빨려 들고, 최후 그 다음 날의 풍경처럼, 모든 것이 자신의 그 다음을 향하여 침묵한다. 하얀 옷을 입은 모든 작품은 그 자신의 하얀 색을 위하여 스스로 여백이 되고. × × × × × × . / 김학량 작가·기획자·동덕여대 교원

김수영_work No.32_72.5x72.5cm_oil on linen_2015

김수영_work No.35_130x120cm_oil on linen_2015

채우승_지평선_가변크기_대나무,종이_2015

채우승_선을만들다-나무1_3x3x100cm_나무,수성페인트_2015
선을만들다-나무2_6x6x200cm_나무,수성페인트_2015
선을만들다-나무3_3x3x100cm_나무,수성페인트_2015
출처 - 누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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