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CENTER
2024년 12월 21일 ~ 2025년 1월 25일
사회철학의 일대 종사인 마르크스가 상품이 물신(commodity fetishism)이라는 것을 구조적으로 파악하였다. 이 물신은 매드맨(MAD MEN, 60년대 뉴욕 광고업계가 밀집되어 있는 Madison Ave에서 광고업에 종사하는 사람들(Ad Men)을 지칭한다. 2007년에 방영된 미국 인기 드라마다.)이라고 불리는 물신의 사제들에 의해 우리는 이 상품과 감정적으로 내밀하게 결합되었다. 우리는 광고를 통해 제품에 대한 기대가 증폭되고 그 제품을 통해 어떤 상황에 대한 기분이 강화되어서 그 기대가 하나의 체험으로 이루어진다. 그 결과 우리는 그 체험이 가능한 상황을, 광고를 통해 부여받고 그 제품을 사용하게 되면서 그 상황에 맞는 특정한 감정과 태도를 익히도록 내몰린다. 처신의 방식과 매너가 광고를 통해 섬세하게 규범화되면서 만들어진 상품의 세계가 우리 삶 전체를 구조화된다. 바바라 크루거는 “나는 쇼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I shop, therefore I am)"라는 작품을 통해서 이런 물신의 세계를 직관한다.
⟪바람 맞으셨군요⟫는 물신의 사제로서 광고업계에 적게는 20년 많게는 40년 이상을 종사했던 5인의 광고 감독들이 자기들이 만들어왔던 그 매혹적인 물신의 세계를 그 세계의 바깥에서 되돌아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그 세계를 소재로 해서 작품을 제작하고 그것들을 전시하려는 프로젝트다. 광고라는 허구의 세계에서 제품들을 연출해 왔던 이들이 예술이라는 허구의 세계에서 스스로를 대상으로 연출한다는 것은 매우 수줍으면서도 야심적이다. 광고나 미술이 가상을 통해서 우리를 매혹시켜 쾌락을 부여하는 방식은 다를 바가 없지만 의도의 중심성과 목적의 지향점이 다르다. 둘 다 새로움이라는 전통 속에서 작업을 하지만 하나는 작업의 대상이 제품이고 하나는 작업하는 인간의 주체다. 상품의 안무가/사제에서 자아의 안무가/단독자로 자리 이동은 모험적이면서 지난한 선택이다. 더구나 생의 후반기에서 익숙한 장소를 뛰쳐나와 낮설고 불편한 세계로 진입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귀한 일이고 원치 않는 익숙한 세계 속에서 무탈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젊은 보수주의자(the young conservative)들이 대세인 세상에서 나이 든 혁신주의자(the old revolutionary)란 감동적이다. 스스로 새로워지겠다는 인간성의 가장 고귀한 면모를 수줍게 구현하는 일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미술이 익숙했던 광고처럼 그 결과가 좋기는 어려울 것인 만큼 미술에 바람맞는 일은 다반사일 것이다. 그러나 그 새로운 바람과 물결로 우리는 한결 숨쉬기가 좋을 것이다.
작가소개
강한영
강한영(b.1947)은 70년대에 광고 업계로 진출하여 선우프로덕션을 설립 후 금성 TV, 태평양화학, 반도패션, 맥콜 등 수많은 유명 광고를 제작하였다. 국내 광고 대상을 비롯해 ‘칸느 광고제’ 은사자상, ‘뉴욕 국제 필름 페스티벌’ TV 부문 수상, ‘전 일본 ACC’ 국제 광고 부문 수상 등 국외적으로 인정받은 국내 1세대 CF 감독이다. 또한, 애니메이션 제작 프로덕션 꿈나라 만화 극장 설립자로서 국내 장편 만화 영화와 수많은 TV 시리즈를 제작하여 국내 최초로 해외 수출을 기록하고, ‘월트디즈니’와 20년간의 제작 참여를 진행함으로써 한국의 제작 능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김종원
김종원(b.1957)은 2세대 CF 감독 중 유일하게 은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감독이다. 1980년대 말 영화배우 주윤발을 모델로 세웠던 밀키스 광고를 시작으로 약 800편의 광고를 찍었다. 잔잔한 감동과 리얼리티로 ‘광고 같지 않은’ 광고를 영상화하는 감독이다. 브랜드의 상품과 서비스가 세상에 나올 때 가장 먼저 함께하는 것이 CF이지만 생명력은 짧다. 하지만 감독은 자신만의 문법으로 스토리텔러로서 영상을 기록하고 기억하며 공감을 유발하는 감각적인 광고를 제작해왔다.
문생
문생(b.1961)은 애니메이션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기 이전에 1988년부터 CF 감독을 맡기 시작해 지금까지 250편이 넘는 광고를 제작했다. 코카콜라 광고를 비롯해 제과, 패션 등 다양한 제품의 CF를 찍어 히트시켰으며, 첫 장편 애니메이션인 <원더풀 데이즈>로 영화계 안팎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는 실사보다 상징적이고 극적인 표현이 가능한 면에서 애니메이션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한다. 히트와 실패의 연속에도 창작이 주는 힘으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며 다양한 미술 실험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지송
이지송(b.1946)은 90년대 후반 광고계를 은퇴한 후 여행하며 만나는 거리, 공간, 사소한 것과 버려진 것을 영상으로 ‘채집’하여 작품을 만든다. 그는 작품을 위한 기획을 미리 짜지 않는다. 거창하지 않은 화두를 들고 여행을 떠나 최대한 의도를 배제한 채 작업 한다. 작가에게 영상을 채집하고 작업하는 과정은 사유를 위한 수단이다. 주로 이동과 촬영에 용이한 스마트폰을 이용해 즉흥적으로 자연스럽게 순간을 채집하는 것이 그의 작업적 철학이다.
채은석
채은석(b.1963)은 한국 광고 산업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다.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 수많은 광고 중 짙게 각인된 영상과 카피의 상당수는 그에 의해 창조된 피조물이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부자 되세요!” 등 지금까지 회자하는 광고에서 그만의 섬세한 감각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며, 인간적인 유머러스함이 느껴진다. 여전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영화 예고편 계에서도 유망한 현재 진행형 연출가이다. 현재도 감독은 끊임없이 자신의 스토리를 작품에 녹여내며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PS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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