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프로젝트 서울
2025년 10월 14일 ~ 2025년 10월 25일
예술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무엇이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가, 그리고 왜 우리는 여전히 예술을 하는가. 예술은 확신과 회의, 구축과 해체가 교차하는 경계에 놓이며, 삶을 충만하게 만드는 동시에 그 모순과 불안을 드러내는 힘이 된다. 『토끼와 거북이』는 예술이라는 레인 위에 서 있는 두 작가의 여정을 보여준다.
박성준은 서로 다른 층위의 시점들이 교차하며 하나의 인식 구조를 형성할 때 세계에 대한 이해가 심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서 그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세 개의 층위로 재해석한다. 세계의 구조와 관계를 조망하는 전지적 시점, 개인이 체험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1인칭 시점 그리고, 감각의 차원에서 드러나지 않는 세계를 탐색하는 보이지 않는 시선이다. 그의 이러한 회화적 태도는 ‘보는 것’과 ‘느끼는 것’ 사이를 오가는 감각의 확장이며, 예술적 사유 과정 자체를 드러낸다.
반면 박현순은 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에서 출발한다. 그는 예술이 과연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혹은 그 의미가 부여되는 순간 이미 소멸하는 것은 아닌지를 묻는다. 그의 작업에서 휴지, 사탕, 경첩과 같은 일상적인 소모품이 예술의 장치로 소환되며, 진지함보다는 유머와 허무로 회의감을 드러낸다. 그는 창작의 불완전성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이를 예술의 주제로 전면에 드러냄으로써, 의미의 불안과 창작의 무용을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예술이 지속될 수 있는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탐색한다.
한 사람은 예술의 개방성과 확장성을 탐구하고, 다른 한 사람은 예술의 균열과 부재를 해부한다. 두 작가의 궤적은 다르지만, 그 사이에는 공통된 감각이 흐른다. 그것은 ‘유머’다. 박성준이 진지한 탐구의 틈에서 사소한 웃음을 길어올린다면, 박현순은 냉소의 가장자리를 비틀어 웃음을 만든다. 두 작가 모두 예술의 무게를 짊어지기보다, 가볍게 돌려보내는 방식을 택한다. 『토끼와 거북이』는 바로 이러한 태도를 기록한다. 이들은 각자의 속도로 달리지만 결국 같은 길 위에 있다. 이들은 예술이란 완주가 아닌 여정이며, 때로는 멈추거나 돌아서더라도 자신만의 길을 걷는 일임을 보여준다.
결국 예술은 정답이 아니라 태도이며, 결과가 아닌 과정일 것이다. 확신과 회의, 구축과 해체, 진지함과 유머가 교차하는 그 경계에서 창작은 지속된다. 『토끼와 거북이』는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두 작가가 그 레인의 경계 위에서 만들어낸 한 장의 풍경화로써, 우리는 예술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가 아니라 예술이 어떻게 살아남는가를 목격하게 된다.
글 진수정
참여작가: 박성준 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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