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프로젝트 서울
2026년 6월 30일 ~ 2026년 7월 11일
살다 보면 여러 창문을 마주한다. 한겨울의 얼어붙은 창문, 비 오는 날 빗물이 맺힌 창문, 오랜 세월에 바래지고 금이 간 창문. 창문을 의식하는 순간, 우리가 늘 무언가의 너머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긋이 바깥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 순간 유리의 표면이 눈에 들어오고, 그 위로 바깥 풍경과 자신의 형체가 함께 어른거린다. 세상이 선명했다가, 내가 선명했다가. 두 상은 번갈아 나타나면서도 끝내 하나의 화면 위에 겹쳐져 있다.
창문에 이마를 댄다. 차갑고 매끈한 표면에 온기가 닿고, 숨결이 유리 위에 서렸다 걷힌다. 바깥을 보려던 행위에 자기 자신의 무게가 더해지는 순간이다. 이마를 댄다는 것은 단순히 너머를 향하는 일이 아니라, 그 경계 위에 머물며 안과 밖, 세상과 나를 동시에 감각하는 일이다. 두 작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닮은 태도로 그 길을 따라왔다.
박수정은 드로잉과 영상을 통해 무언가에 매료되어 지긋이 바라보고 감각하는 경험을 풀어나간다. 꿈속에서 봤던 불길의 일렁임, 휘어진 머리칼, 어떤 새가 남기고 간 깃털 등 서로 무관해 보이지만 자신의 뇌리를 붙잡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 대상들을 한데 모으고, 분해하고, 다시 합쳐보며 그가 지속적으로 쫓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이 과정에서 대상은 단순히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기억과 흔적이 더해지며 새로운 관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건식 재료의 입자감과 영상의 시간성은 이러한 과정을 드러내는 매개가 되며, 정지된 화면 속 유동적 형상과 시간 속에서 천천히 변화하는 이미지로 이어진다.
정서현은 미래를 향한 예견 대신 이미 지나가 결정된 것으로 여겨지는 과거의 시간으로 눈과 마음을 돌려, 오래된 이미지와 기억의 파편을 회화적 장면으로 불러온다. 그의 그림 속 얼굴과 풍경들은 조각난 드로잉을 늘어놓고 조각 사이의 닮음과 시각적 긴장감을 견주며 한 화면으로 옮긴 것으로, 시기와 순서, 위계가 소용없이 불쑥불쑥 나타나 서로 이어진다. 기억이 화면 위로 떠오르듯, 작가는 부드러운 천위에서 무엇이 물길 아래로 가라앉고 떠오를지를 가늠하고, 재봉으로 뒤집힌 안과 밖의 요소를 한 표면 위에 들인다. 그에게 그리기는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눈과 마음의 이유를 스스로 이해하는 일이자, 손과 재료를 조율하는 지금의 일이 긴 시간 좇아온 그때의 형과 맞아떨어지는 순간을 기다리는 일이다.
글 박수정 정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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