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기체
2024년 5월 30일 ~ 2024년 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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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우리가 모든 것을 기억한다면 어떨까? 이 어딘가 무서운 상상은 우리에게 쌓여있는 존재들을 돌아보게 한다”는 작가적 질문과 인식은 그 출발선이 된다. ‘빛’은 두 작가 작업 전반에 걸쳐 내면의 미묘한 감정을 드러내거나 회화적 구성, 표현(붓질, 색조, 겹침 등)을 이끄는 화면 운용의 한 축이다.
박신영 작가는 풍경화를 작업의 기본 틀로 삼는다. 그는 먼저 블레이드 러너, 멀홀랜드 드라이브 등 만화나 영화의 장면, 인물, 사물들을 프린트해 부분적으로 자르고 모아 임의적인 풍경, 장면으로 콜라주 한다. 이를 바탕 삼아 회화 작업의 기본 구성과 색조를 정하고 겹겹의 얇은 덧칠로 물감층을 쌓아가면서 복잡한 정서가 혼재하는 미묘한 긴장을 화면에 담아낸다. 붉게 노을 진 바다 위 불시착한 우주선 <소유즈>, 짙푸른 들판 혹은 숲에 버려진 자동차와 흐릿하게 남은 공룡 화석, 그리고 화면 밖을 빈 눈으로 응시하고 있는 들개 <항해사의 비행>처럼 어떤 사건이 벌어진 극적 장면들에선 ‘보이지 않는 위협’이 감지된다.
송승은 작가는 아날로그 애니메이션의 조각들(등장인물, 사물, 배경의 부분 등)을 회화적 구성을 위한 형태로 콜라주하고, 선 드로잉으로 윤곽을 짠다. 이렇게 인물의 신체, 컵, 테이블, 침대, 흘러내린 천처럼 전형성을 띄는 요소들로 장면을 만들고, 특유의 서사성을 부여한다. <가죽의 색이 바래고 구름이 피어나는 동안 제자리에 있던 것들>, <모험을 시작할 때는 물 한 잔이 필요하다>처럼 빛의 방향을 설정하고 작업을 이어가는 동안 장면에 연관돼 떠오른 생각, 감정들이 스며 있다. 반면 작업 형식은 금호미술관 전시의 연장선에서 그 변화를 더 구체화하고 있어 이전 작업과 분명 대별되는데, 그 바탕엔 서사나 조형성 어느 한쪽으로 넘치게 치우치지 않는 회화적 균형을 위한 고민과 실천이 깔려 있다.
과거와 현재, 허구와 실제 그리고 구상과 비구상을 오가는 두 작가의 화면은 구축적이면서도 서사적이다. 앞서 살핀 것처럼 심상의 풍경(박신영), 구축적 반추상(송승은)의 맥락에서 회화 형식을 실험하고 구체화하면서, 동시에 그들 세계관과 내밀한 정서를 적극 담아내기 때문이다.
여러 차원에서 박신영, 송승은 두 작가가 이번 전시의 의제로 설정하고 있는 질문은 단지 기억이나 감정의 편린을 나열하는 감상적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되려 일상과 회화 작업 안에서 ‘과연 나를 이루고 있는 것 또는 나다운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과 함께 나를 거쳐 가거나 둘러싼 것들을 있는 그대로 하나하나 되짚고 살피기 위한 단단한 기준점으로 자리한다.
참여작가: 박신영, 송승은
출처: 갤러리기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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