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화이트
2024년 11월 23일 ~ 2024년 12월 3일
인간 의식은 매 순간 변화한다. 때로는 수용한 이미지가 아닌 내면의 정신 작용에 의해 주관적인 상으로 재구성된다. 특정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견고하게 남아 자아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또 다른 기억은 희미한 흔적만을 남기며 사라진다. 마치 시간이 지나며 층을 덮고 그 아래 흔적을 남기는 것처럼, 인간의 기억도 과거의 자국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정체성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인이 직접 경험한 고통과 혼란은 하나의 각인된 기억의 조각으로 남아, 시간 속에서 잔잔하게 퇴색되면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감정의 잔상이 고조되고 있다. 자개와 옻칠 개인적 경험을 통해 시각화 하는 시도가 새롭게 돋보이기 위해 시작한다. 각도에 따라 색채가 달라지며 다채로운 변주 과정은 기억과 자아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이 나타난다. 박은영의 감정적 흔적은 깊숙이 자리하여 잊히지 않고 현재의 자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기억은 단순히 과거의 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정체성에 연속적으로 작용하며 작품 속에서 자아의 일부로 남아 녹아 들어 있다. ‘설단 현상(Tip-of-the-Tongue)’은 기억에 저장된 정보를 떠올리려 애쓰지만 접근이 일시적으로 차단되는 현상으로, 기억의 특성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우리에게 기억은 불분명하게 떠오르지만 자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여전히 강하게 존재하고 있다. 이를 매개로 관람객이 자아와 감정의 층위를 다시 고찰하게 하려는 시사점이 등장한다. 박은영은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자신의 기억과 자아를 탐색하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머문 기억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성찰을 끌어내고자 한다. 작품 속 주요 소재는 ‘옻칠’ 과 ‘자개’ 이다.
특히 옻칠은 층층이 쌓여가는 과정에서 기존의 색과 질감을 덮으면서도, 그 밑에 남아 있는 흔적을 완전히 지우지 않는다. 이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억이 바뀌고, 잔재로서 감정이 겹겹이 쌓이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 외에도 옻칠의 변색과 균열은 시간의 깊이를 더해주며, 전통적인 동아시아 미학의 개념인 무상(無常)과 연결될 수 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사라지며, 영원하지 않다는 철학적 개념으로, 이는 기억 역시 영구히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소멸하기도 하는 속성을 상징한다. 자개의 빛에 의한 자연스러운 색 변화와 균열을 시간의 흔적으로 해석하여 불완전함 속에 깃든 아름다움과 진정성을 드러내고 있다.[1] 시간이 지나면서 색감이 바래 지고, 그 과정에서 감정의 잔상과도 같은 기억의 본질을 투영한다. 다져진 감정과 경험은 잔상이 되어 겹겹이 쌓이면서 어느 새 견고해진 모습으로 새로운 긴장감을 알린다. 다음은 옻과 자개가 시간성이 깃든 깊이와 자아를 반영하듯, 사용자가 자기 내면을 투명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으로도 안내한다.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개인의 상징과 정체성을 담아낸 가상의 내면세계를 엿볼 수 있다. 메타버스 공간도 개인의 경험과 내면세계가 축적되고 표출되는 조형적 멘털리즘(mentalism)을 발견할 수 있다. 정적 공간의 초월은 관람객에게 내면을 탐험할 수 있는 열린 결말로 해석된다. 요컨대, 옻과 자개의 전통적 미학이 내면과 시간, 자연의 조화를 함께 추구하고 있다면, 메타버스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사용자의 내면과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과 공간적 의미를 확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관람객이 정체성을 구성하는 기억의 다양한 층위와 시간 속에서의 본인의 자아가 변화하는 과정을 느끼고자 한다. 재료에 등장하는 특성을 통해 다양한 시간과 기억의 관계를 형상하기도 하며, 기억이란 단지 과거의 사건에 머물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감정과 존재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1]와비(wabi)는 미완성, 사비(sabi)는 오래됨과 낡은 것이라는 의미를 합쳐서 '완벽하지 않은 것들을 귀하게 여기는 삶의 방식'을 일컫는 일 본에서 유래된 미의식이다. ‘무위 자연’은 사람의 손길이 첨가되지 않은 순박한 자연의 미를 추구하며, 이로 인해 부드럽고 완만한 형태와 정제되지 않은 거친 질감을 표현한다_ 최병식, (2002) 「조선 시대 민예의 미적 특징 – 막사발과 목공예의 무위자연과 근, 현대적영향을 중심으로-」 (동양철학연구) 참조
참여작가: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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