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청
2021년 10월 7일 ~ 2021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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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최옥순 할머니(1918-2017)의 이야기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옥순’과 ‘춘자’라는 두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할머니가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사소하고 무수한 이야기에 매료되었고 기록해야겠다는 막연한 다짐이 들었다. 할머니와 나눈 이야기는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이야기였다. 어떤 이야기는 옥순의 연연하지 않는 성격처럼 사소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어떨 때는 두터운 밀물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촬영하는 동안 어린 춘자와 외할머니 옥순을 만나는 것이 반복되었다.
‘옥순의 조각’에서 바느질로 생계를 잇던 할머니가 재봉틀을 다루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종종 이것 저것을 이어붙이고 바느질하곤 한다. 취향이나 관심사는 온전히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이전 세대의 정서나 기술, 습관들이 유전되어 물려받는 것은 아닐까.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가 이모에게 물려받은 재봉틀과 뭉쳐진 낡은 명주실, 바느질하는 가재도구들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세월이 흘러 누렇게 바래고 힘이 없는 명주실을 다듬어 코 바느질로 단단히 꿰매기로 했다. 옥순의 궤적을 따라 옥순의 실은 엄마와 나의 손을 거쳐 작업이라는 유산으로 계승된다.
옥순이 생계를 위해 시작한 ‘바느질’이라는 노동은 손녀인 나에게도 생계를 잇기 위한 ‘작업’이라는 노동으로 대물림되었다. 옥순의 노동 방식이었던 바느질이라는 수행적 행위를 통해 옥순의 삶에 안위를 비는 과정이었다.
2015년에 제작했던 《옥순의 방》단편들이 상영된다. 신작 《옥순의 실》은 여성들의 노동을 통해 제작한 영상으로 옥순의 명주실을 다듬으며 어린 시절 엄마와 이모가 땋아주었던 머리땋기를 떠올렸다. 명주실에서 옥순의 하얀 머리카락까지 연상되는 이미지들을 떠올린다. 전시장 내에는 옥순의 딸과 손녀의 손으로 다듬고, 꿰매고, 이어 붙인 옥순의 실을 머리카락처럼 땋아 금줄을 만들었다. 《옥순의 실》 전시 기간 동안 금줄을 달아 옥순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을 특별한 경계로 구분 지었다.
작가소개
박주희 작가는 ‘안위(安危)’를 찾는 과정에서 포착한 언어를 정의하고 가시화하는 작업을 한다. 회화를 기반으로 영상, 설치 작업을 한다. 독실한 양가 할머니의 영향으로 기도하는 소녀, 최후의 만찬, 어린 양들이 그려진 도상을 보며 자랐다. 유년의 기억을 바탕으로 다수의 암묵적 동의로 행해지는 자기선택권 박탈 등 유대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사소한 폭력에 대해 작업했다. 일상에서 목격한 찰나의 어긋남에 주목하고 균열의 시작점을 관찰하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개인의 안위로부터 촉발된 작업은 사회의 안위를 묻는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다.
https://baakjoohee.com
주최 주관: 서울문화재단 시민청
기획 및 작가: 박주희
포스터 디자인: 빠밤스튜디오
전시예약: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588850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09:00 - 21:00
화요일 09:00 - 21:00
수요일 09:00 - 21:00
목요일 09:00 - 21:00
금요일 09:00 - 21:00
토요일 09:00 - 21:00
일요일 휴관
휴관: 일요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